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 브로맨스가 아니고 로맨스



전작이 여성 캐릭터들을 다 치워놓고 봐도 로맨스가 성립할 기세였다면 이번작은 아예 핑곗거리가 될 여성 캐릭터들마저 치워버리는 가공할 뻔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원래 이랬어. 몰랐던 건 아니지?'


주드 로 : 브로맨스요? 끔찍한 단어군요. 그냥 로맨스라고 하면 안 되나요?


그것이 인터뷰 도중 작품의 브로맨스적인 성향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주드 로가 보인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아아, 그렇군. 홈즈가 왓슨과 1초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왓슨 부인과 경쟁하다 못해 그녀를 달리는 기차에서 던져버린 뒤 웃통을 벗고 바닥에 누워서 왓슨을 가지런히 옆에 눕게 하고 담배를 피우는 실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영화... 아, 이런 영화일 줄 알고 있었지. 하지만 예상을 초월했어요. 대단해. 덤으로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나오긴 나오지만 그녀와는 눈곱만큼도 로맨스가 펼쳐지지 않습니다. 그럼 로맨스는 도대체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면, 그게, 음, 아....................


영화는 1편을 보고 기대할 수 있는 재미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감각적인 영상과 액션, 브로맨슨지 로맨슨지 알 수 없는 홈즈와 왓슨의 실로 므흣한 분위기. 솔직히 이 영화는 추리물이나 미스터리물 느낌은 거의 안납니다. 굳이 따지자면 액션 스릴러 활극쯤 될 것 같고, 홈즈의 능력은 추리를 한다기보다는 완전기억능력과 그것을 머릿속에서 짜맞춰서 올바른 답에 도달하는 것이 마치 초능력자처럼 연출되어있어요. 종종 얘가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나기보다는 사이코 매트러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천재적인 두뇌에 기반하는 뇌내 시뮬레이션 배틀 능력도 그렇고. 뭐, 그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상당히 맛이 간 사이코 같은 홈즈의 맛이라고 봅니다만. 뭐 요는 1을 보고 원작 분위기를 달나라로 보내버리는 듯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면 2도 마음에 들 겁니다.


영상은 굉장합니다. 개인적으론 거의 모든 장면이 만족스러웠어요. 당시 시대상을 되살리면서도 독자적인 느낌을 덧붙인 도시의 모습 등은 그것만 봐도 질리지 않을 지경. 다만 영화가 전반적으로 색감이 묵직한데다가 노이즈도 먹이고 해서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과잉한 느낌이랄까. 보다 보면 부담이 된단 느낌도 있어요. 딱히 미술에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면 보다 지쳐버려서 산만해질 수도 있을 듯하군요.

이런 느낌은 액션 장면들에서 좀 더 부각되는데, 스톱 & 슬로우를 이용한 연출은 이런 류의 연출을 사용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높은 경지에 도달한 느낌이지만 너무 남발하는 감이 없진 않습니다. 한 두어 부분 정도는 이 연출을 쓰지 않았다면 밸런스가 좀 더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액션 장면들 자체는 정말 근사합니다. 특히 숲의 추격전은 진짜, 몰입하기보다는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보통 이런 스타일은 너무 써먹어서 재미가 없기 마련인데 보는 내내 감탄해버릴 정도로 멋진 연출력을 보여주더란 말이죠.


스포일러분이 만빵으로 함유되어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보다 보니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아이린에 대한 취급이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브로맨스 말고 일말의 노멀한 로맨스를 기대한 관객은 게이 리치가이 리치 감독의 멱살 잡고 싸우고 싶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물론 저는 그딴거 일말의 기대도 안했기 때문에 그냥 '어?'하고 말긴 했지만.(...)




모처럼 새로 등장한 노미 파라스가 연기한 주요 여성 캐릭터인 심은... 네. 그녀는 로맨스의 ㄹ 자와도 관련이 없었어요. 누가 봐도 히로인처럼 등장했는데 왜 히로인이 되질 못하니! 이 영화 속에서 로맨스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모든 에피소드는 오로지 홈즈와 왓슨만의 것이며, 여성 캐릭터는 장식일 뿐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랐죠. 죽어가는 홈즈를 붙잡고 사랑 고백에 가까운 낯뜨거운 대사가 난무하고 파티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래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무도 태클걸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홈즈와 왓슨이 춤을 춥니다. 예쁜 아가씨 냅두고 왜 남정네끼리 춤을 추니! 그래도 다행히(?) 키스는 안하더라고요. 왓슨이 신나게 인공호흡할 때 설마 마우스 투 마우스까지 가는 거야? ...하고 있었는데 안 가더군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 부분은 그냥 일부 여성들이 망상을 폭주시킬 신성한 여백(...)으로 남겨두는 감독의 브로맨스적 감각 때문에 안구에 습기가... 크으.




누가 뭐래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모조리 장식품 이하로 만들면서 히로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주드 로의 왓슨은 한층 더 강화된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결혼 때문인지 인간이 막 나가요. 애처롭게 달라붙다 못해 테러리스트를 끌어들여서라도 함께 하고 싶어하는 홈즈(...)에게 못이기는 척 휘말리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그는 실로 모에왓슨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남자한테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내가 정말 싫다. 내 머릿속 어딘가가 썩는 기분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사실인데! 크악! 어쨌든 결혼 직전부터 결혼할 때까지 사정없이 망가지는 모습 하며, 집시들 사이에서 춤추는 모습하며, 1편에서는 홈즈한테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폭풍 내공을 보여줘요. 특히 전장에서 보여주시는 소 쿨하고 강력한 모습은 슈퍼 에이전트 레벨.


그러고 보니 홈즈 형인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이 양반 원작에선 이런 캐릭터 아니지 않았나? 뻔뻔하게 사람들 민망하고 열받게 만드는 캐릭터가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그냥 감초 이상은 못되는 것이 다음작에서는 좀 비중이 커질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모리아티 교수는 초기 루머대로 브래드 피트였다면 그야말로 최강이었을 것 같아 아쉽지만, 자레드 해리스 역시 강력한 적 캐릭터를 연기해냈습니다. 그가 일으키는 혼란과 파괴는 명확한 목적성을 갖고 있고 그 이유도 지극히 합리적이에요. 그리고 그는 정말로 홈즈를 손바닥 위에서 갖고 놀기도 하고, 한번 죽여버릴 정도로 강력함을 보여주지요. 적 캐릭터로서의 포스는 1의 모씨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뭐, 그 강력함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아웃사이더로 왕따놀이를 하는 홈즈와는 달리 사회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다 보니 쓸 수 있는 패가 많아서, 즉 홈즈와 모리아티의 기량이 비슷해도 물량과 화력으로 압도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그건 원래 돈도 권력도 없고 가진건 몸과 머리 뿐인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의 특권인 법.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막판 배틀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텐션이 공장에서 탈출하고, 홈즈가 소생한 뒤에 한번 끝나버려서 뒤는 시큰둥하게 보게 되리라 예상했는데 홈즈와 왓슨이 춤추는 부분부터(...) 다시 텐션을 올라가더니 홈즈와 모리아티가 뭔가 천재적인 척 하면서 체스를 두는 부분에선 '오호, 그럴싸한걸?' 그리고 계속 홈즈의 필살기(?)로 나오는 뇌내 시뮬레이션 후 현실체현을, 같은 레벨의 두뇌의 소유자와 만나자 이미지 배틀만으로 끝내버리는 경지에까지 이르니 이것 참. 근데 이놈들 왜 텔레파시 써?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며 마음과 마음이 통해? 천재 둘의 허세력 폭발하는 막판 뇌내망상 입배틀 정말 쩌내요.


물론 그것도 소파에서 일어나는 엔딩만은 못했지만요. 이 엔딩 정말 최곤데?


3편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근데 말이죠, 가이 리치 감독님, 3에서는 웬만하면 여러가지 의미에서 자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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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에로거북이 2011/12/23 09:26 # 답글

    브로멘스..ㅎㄷㄷㄷ 무서운 단어로군요
  • 로오나 2011/12/24 04:33 #

    시대의 무서운 트렌드.
  • 나락검 2011/12/23 09:28 # 삭제 답글

    ㅋㅋ저도 어제 보고 왔습니다. 1편보다 더 나았던 듯? 그런데 확실히 홈즈와 왓슨의 게이삘 나는 로맨스는 좀...... 음...... 한 걸음만 더 나아갔으면 남정네들의 눈을 썩게 했을지도......
  • 로오나 2011/12/24 04:33 #

    어쩌면 이미 충분히...
  • Uglycat 2011/12/23 09:46 # 답글

    홈즈가 호모인지 검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어이)...
  • LightBringer 2011/12/23 09:57 # 답글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1편을 굉장히 만족하면서 보고왔는데 2편도 꼭 봐야겠네요 ㅎㅎ
  • 로오나 2011/12/24 04:33 #

    1편 만족하셨으면 2편도 좋아하실 겁니다.
  • 곰돌군 2011/12/23 10:11 # 답글

    브로맨스.....(....)


    세상이 무서워요..
  • 로오나 2011/12/24 04:34 #

    소비시장의 중심은 여성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 도리 2011/12/23 10:21 # 답글

    봐야겠네요,
  • 유나네꼬 2011/12/23 10:59 # 답글

    딱 기대한것과 같은 좋은 호모영화로 나왔구나! 좋아! 그래야 내 게이 리...아니 가이 리치지! 꼭 봐야겠다!
  • 로오나 2011/12/24 04:34 #

    그래 게이 리... 가 아니고 가이 리치지.(...)
  • 가라나티 2011/12/23 11:13 # 답글

    홈즈는 게이가 아닙니다. 다만 왓슨성애자일 뿐입니........타탕!!
  • 로오나 2011/12/24 04:34 #

    이런 초-적절한!
  • 역설 2011/12/23 11:30 # 답글

    남자한테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내가 정말 싫다. 내 머릿속 어딘가가 썩는 기분

    ←.........으하하하 orz
  • 로오나 2011/12/24 04:34 #

    으하하하ㅇ<-<
  • 닻별 2011/12/23 11:38 # 삭제 답글

    네 로맨스...누가 보건 로맨스...'_'* 영화 전체가 그냥 거대한 떡밥이었죠. 왈츠는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린은 정말로 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그렇게 가버릴거면 대체 왜 ????. 메리는 그냥 이 영화 최대의 피해자였고, 심자는 그냥 게스트였다는 느낌이;;;
  • 로오나 2011/12/24 04:34 #

    아이린의 취급은 정말 너무했습니다
  • 키르난 2011/12/23 11:53 # 답글

    본문과 댓글을 보아하건데, 망상 폭발과 남자팬들의 눈을 썩게하지 않는 그 아슬아슬한 곡예 줄타기를 한 모양이군요. 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감상 주시면 .... 보러 가고 싶어집니다. 으허허헉;;;
  • 로오나 2011/12/24 04:34 #

    전 한번 더 보려고요. 미술적인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 얌이 2011/12/23 13:35 # 답글

    내일 보러가는데. 기대됩니다.
    음...참...읽을수록 영화 자체가 떡밥이다! 란 생각이 드네요 하하;;
  • 로오나 2011/12/24 04:35 #

    으하하.(...)
  • Lemonbalm 2011/12/23 14:07 # 답글

    CPR의 기본은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의 반복이었을텐데, 말이죠... 하면서 봤더랍니다 ㅋㅋㅋㅋ
    여러모로 앞에서 나왔던 개그소재들(아드레날린, 의태ㅋㅋㅋㅋ)를 계속 써먹는 것도 재미있었구요 ㅇ.ㅇ
    그나저나 정말 남남끼리 춤추는데 왜 아무도 이상하게 보질 않나? 싶긴 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파티장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독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린의 등장은 저도 의문.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는) 왜 나온거지?
    그리고 기껏 나온 심도.. 그냥.. 조연급이었달까.. 포스터 너네들 뭡니까.
    개인적으로는 기차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왓슨이 홈즈 옷을 잡아찢는(.) 장면이 어, 음....
  • 로오나 2011/12/24 04:35 #

    저도 그래서 어 저기서 설마 설마 했는데 그 부분은 성역(...)으로 남겨두더라고요
  • 김남용 2011/12/23 14:33 # 답글

    http://endic.naver.com/enkrEntry.nhn?entryId=f2494e7b06da4d01bde8da6bc153755f
    브로맨스가 뭔가 검색해봤습니다.

    bromance
    이성애자인 남성 간의 친밀한 관계

    영어사전은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습니다만...
    친밀한 관계가... 그 사전적 의미의 친밀하다(지내는 사이가 매우 친하고 가깝다.)와는 백만광년쯤 떨어진 어휘로 보이는군요. 크흠...

    그나저나 1편 복습하고 한 번 보러가야겠습니다. ㅎㅎㅎ
  • 로오나 2011/12/24 04:35 #

    그 뉘앙스는 실제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죠.(먼 산)
  • 레존드달묘 2011/12/23 15:04 # 삭제 답글

    홈즈와 왓슨이 서로 거시기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으면 오래된 내공을 지닌 셜로키언 부녀자님들이 영화를 안봐줘서 넣을 수 밖에 없다카더라는 이야기가 있죠....는 무슨, 당연히 넣어야 하는 거지 말입니다.

    솔직히 이번 화에서는 여성진이 전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남정네들은 그저 열심히 뛰어다니고 날뛰고 설치는게 하는 일의 전부였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나저나 홈즈랑 왓슨 커플은 만나기만 하면 참 재밌어요. 서로가 서로를 까면서도 결국에는 호흡이 착착맞으니.
  • 로오나 2011/12/24 04:36 #

    하지만 여성들은 로맨스를 할 수 없었을 뿐이고...
  • 司馬仁 2011/12/23 15:18 # 답글

    홈즈 리뷰 감사드립니다^_^
    1편 얼른 보고 이번 2편은 꼭 극장에서 봐야겠습니다!
  • MayL 2011/12/23 16:21 # 답글

    엔딩보고 정말 빵 터졌어요 아 최고에요 ㅠㅠ왓슨느님과 홈즈느님 -
    담편도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 로오나 2011/12/24 04:36 #

    엔딩 진짜 멋졌죠.
  • 창천 2011/12/23 20:04 # 답글

    브로맨스라니;;;
  • 2011/12/23 20: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11/12/24 04:36 #

    그 아저씨는 포스 있게 잘 나가다가 왓슨의 소 쿨함에 나가떨어진 후론 제 뇌리에선 '에이 이 구질구질한 양반!'으로 전락.(...)
  • 잠본이 2011/12/24 00:19 # 답글

    제목 보고 여캐 비중이 좀 커지나 했더니 그 반대였...OTL
  • 로오나 2011/12/24 04:36 #

    후후후.(...)
  • 홍쎄 2011/12/24 23:43 # 답글

    ㅇㅎㅎ 저는 로오나님의 review를 보고 나서...영화를 봐서... 닭살이 돋는 것을 어찌할 수 없더군요. ㅠㅠ 너무 브로맨스가 심한듯;;; 다음편에는 좀 덜했으면 하는 바입니다.
  • 로오나 2011/12/26 10:33 #

    근데 그게 흥행 포인트라서 별로 덜해질 것 같지 않아요_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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