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시장에서 먹었다! 광어회와 우럭회와 매운탕


2박 3일로 다녀온 경주여행 첫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포항 죽도시장의 회. 경주에서 포항까지는 생각 외로 가까워서 차로 30분 정도 밖에 안걸리더군요. 죽도시장에 가서 여기의 수산물 시장에 가서 회도 좀 먹고 숙소에서 바비큐할 때 조개구이할 조개들이나 사오자, 하고 들어갔어요. 시간이 이미 7시를 넘어서 그런지 다들 슬슬 닫는 분위기였습니다.


여기저기를 기웃기웃하다 보니 바로 요 골목에서 즉석에서 회쳐주는 아줌마들과 식당이 연계하는 골목에서 아줌마들의 호객행위 러시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냥 여기서 먹을까? 하고 있자니...


그중 한 아줌마께서 아주 발빠르게 이만큼 주겠다면서 굳히기에 들어가셨습니다. 광어와 우럭을 하나씩 계속 담으시면서 하나 더, 하나 더... 를 연타해서 3마리 추가가 이루어지니 우리는 홀라당 넘어갈 수밖에 없었죠. 다섯명이서 4만원에 이만큼. 계산은 아줌마에게 회를 따로, 그리고 식사는 앞쪽에서 따로 하는 구조입니다.


바로 앞에 있던 식당. 들어가보면 매운탕 포함 상차림으로 1인당 3천원입니다. 공기밥은 거기에 천원을 더 추가하면 되고요.


일단 먹기로 결정하고 나니 아줌마의 숙련된 솜씨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정성들여 시간들여서 천천히 회를 뜨는 일본식과는 전혀 다른, 무시무시한 스피드와 박력이 넘쳐흐르는 스타일. 광어와 우럭이 머리가 잘리고, 배가 갈라져서 회로 변해가는 과정을 리얼타임으로 보고 있노라니 눈이 즐겁더군요. 물론 머리 잘린 광어가 파닥거린다거나 피를 흘린다거나 하는 부분은 생선 스플래터(...)에 약한 사람은 보고 있기 힘든 광경이긴 했는데 전 정말 엄청난 속도와 호쾌한 칼질에 감탄. 입으로 즐겁기 전에 눈으로 즐거우니 어찌 흥겹지 않을손가!


왼손으로는 씻고 오른손으로는 껍질을 벗긴다! 저 생선 껍질 벗기는 기계 와방 신기해요. 대충 다듬은 생선을 저기에 펼쳐서 대고 누르면 위이잉 하면서 순식간에 껍질이 벗겨지더라고요. 면도기와 같은 원리겠지만 몇번이나 보면서도 마술을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마침내 완성되어 나온 광어회와 우럭회의 위엄. 으악, 이게 4만원 어치라고!? 이래저래 장식 따위 없이 그저 광어와 우럭이 음양의 형국으로 가득 담겨있는걸 보니 진짜 포스 쩝니다. 이 순수함이 저희의 식욕을 돋구는군요. 다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습니다. 우왕, 왠지 커다란 접시에 이렇게 한가득 담겨있는걸 보니 그저 행복하다. 그 후의 스토리는 안봐도 블루레이. 그야말로 배가 터지도록 광어회와 우럭회를 처묵처묵했습니다.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보다가 나중에는 막 우럭은 매운탕에 투척해서 샤브샤브처럼 가볍게 익혀먹는 만행까지 저질러볼 정도로 양이 많았음.(...)


그리고 식당에서 제공해준 매운탕이 또 장난 아니게 맛있었습니다. 전 사실 매운탕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진짜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바닥을 핥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이것만 있어도 밥 두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겠다 싶을 정도. 이 가게는 아마 오랫동안 끓여놨다가 새로 생선을 넣어서 새로 끓여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손님들한테 내주는 것 같은데, 역시 장사 막판이라 그런지 국물의 깊은 맛이 실로 오묘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먹다 보면 밥만 먹지 말고 왠지 라면사리라도 투척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지고, 이건 우리만의 심정은 아니었는지 옆자리 아저씨들이 '혹시 라면 사리 없어요?'하고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주인 아줌마는 완전 쿨시크하게 '우린 그런거 없어요'라고 대답해서 다들 아쉽게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어요;ㅁ;


이렇게 가격대성능비가 쩔었던 것은 슬슬 장사 접고 들어갈 타이밍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매운탕 국물의 오묘함도 마감시간 다 되어서 그랬을 거고요. 회떠주신 아줌마의 경우는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손님 못잡고 그냥 들어가느니 마지막 손님한테 기분 좋게 팔고 갈 생각으로 그렇게 주신 거겠죠. 덕분에 우리는 대박, 아줌마는 기분 좋게 하루 장사를 끝마칠 수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윈-윈.

식사 전까지 먼 길 오느라 피로에 쩔어서 여행이고 뭐고 다 귀찮아 모드였던 우리는 이 한끼로 완전히 회생해서 '우와, 여행 즐거워! 여행 멋져!' 모드로 전환되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맛나는걸 먹어야 만족감이 반짝이는 법이죠! 왠지 경주여행 와서 정작 포항에서 만족감을 얻긴 했다마는.







덧글

  • 카이º 2011/10/27 20:43 # 답글

    하아.... 딱 시즌도 적절했고... 원래 수산시장이 좀 저렴하기도 하죠!
    아아..ㅠㅠ 진짜 슬슬 철인데.. 가야되는데....
  • 로오나 2011/10/28 16:09 #

    여러모로 퍼펙트 타이밍.
  • 알렉세이 2011/10/27 20:44 # 답글

    아주머니 장사 잘 하신다.ㅋㅋㅋㅋㅋ
    하지만 서로 윈윈이라니 해피엔딩 해피엔딩
  • 로오나 2011/10/28 16:09 #

    함께 승리하는 사회 좋은 사회.
  • 흑곰 2011/10/27 20:45 # 답글

    크엉 회님... ㅠㅠ...
  • 젯슨퐉 2011/10/27 21:39 # 답글

    회 샤브샤브 나름 괜츈합니다.ㅎㅎ
    너무 익히면 안되니 매우 살짝~ㅎ
  • 로오나 2011/10/28 16:10 #

    네. 괜츈하죠.
  • kaslan 2011/10/27 22:29 # 답글

    오밤중에 테러가ㅠㅠ 회님 ㅠㅠ 회니뮤ㅠ
  • 창천 2011/10/27 22:49 # 답글

    이 밤 중에 테러라뇨 ㅠㅠ
  • 링캣 2011/10/27 23:16 # 답글

    다시 봐도 훌륭한 양의 회로군요! -ㅅ-d 싱싱하고 쫀득하니 맛있는 회였어요!
  • 키르난 2011/10/28 09:58 # 답글

    역시 먹는 것이 남는 것이고,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ㅠ-
  • 조나단시걸 2011/10/28 23:00 # 답글

    즉도시장에서는 빵게가 제격인데요. 정말 맛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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