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 기나긴 축제의 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되었던 해리포터라는 이름의 기나긴 축제의 끝. 장장 8편에 걸쳐 워너브라더스를 먹여살린 이 영화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볼까 말까 망설였지만, 역시 극장에서 보길 잘했습니다. 그저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천사같은 애들이 스크린에서 재잘거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내 즐거웠던 1편 이후 가장 재미있었어요. 시리즈의 마무리에 어울리는 멋진 한편이었습니다.

볼거리는 마지막을 위해 아껴두겠다는 듯 지루했던 죽음의 성물 1부에 비해 2부는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꽉꽉 차있습니다. 어둑어둑하고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전투적인 마법이 화려하게 작렬하죠. 혼혈왕자 편은 극장에서 보면서 도대체 이거 2억 달러 넘는 제작비를 어디다 쏟아부은 건지 황당할 지경이었던데 비해 죽음의 성물 2부는 제작비 들인 호쾌한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맥고나걸 교수와 스네이프의 짧은 대결부터 바로 이어진 호그와트 공성전. 대규모로 마법을 퍼부어대고 난전이 벌어지는데도 산만하지 않고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력이 아주 좋더군요. 다만 이 공성전에서 대체 왜 방어막 파괴되는데 보강할 생각은 안하고 멍청히 보고만 있었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부분. 방어막은 한번 치면 파괴될 때까지는 건드릴 수 없다는 설정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번편은 해리와 볼드모트의 운명적인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네이프였습니다. 베지터에 이어 역사에 츤데레의 전설로 남을 츤데이프스네이프. 볼드모트에게 당해서 죽어가면서 해리에게 자신의 눈물을 받아가라고 말하던, 그리고 눈이 엄마를 닮았다고 말하던 그의 마지막은 왜 이리도 가슴이 아픈지ㅠㅠ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한결 같았던 그의 순정은 결코 보답받을 수 없었고, 해리에게 제임스와 릴리의 모습을 모두 비춰보면서 애증 속에서 번민하면서도 결국은 릴리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으로 기울어진 진심을 표현할 수도 없었던 슬픈 인생. 철없고 개념없는 해리 때문에 그가 한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상상이 안갈 정도입니다. 다만 그러한 희생이 해리를 구했고 죽음 이후에 눈물로서 진심을 이해받았다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겠지요.

잘 생각해보면, 만약 모든 것이 시작된 그 날에 볼드모트가 살아남지 못하고 완전히 죽어버리기라도 했다면 해리를 키운 것은 스네이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리우스는 그때 이미 범죄자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랬다면 스네이프는 아마 기꺼이 해리를 맡아서 키우면서 애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미움받는 양아버지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것은 러닝타임이 좀 지나치게 길었다는 것. 대충 해리가 결착을 짓기 위해 숲으로 향하는 부분부터 집중력이 한번 끊겨버리더군요. 그 후에 다시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 이전만큼은 못했던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이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에필로그 전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나란히 서있는데 키가 론 -> 헤르미온느 -> 해리 순이라서 뿜었...(어이)


어릴 때는 애들이 정말 천사 같았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을 제외하면 대체로 기대에서 어긋나게 성장해버린 느낌인 것도 보면서 참 안타까웠던 부분입니다. 해리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나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 말포이 역의 톰 펠튼은 애가 팍 삭아서 19년 후를 그리는 에필로그에서 호그와트 입학할 나이의 애들 아빠로 나오는데도 별 어색함이 안 느껴지더군요_no





덧글

  • 정군 2011/07/20 22:26 # 답글

    명작이었습니다! 소설의 팬으로서 사실 영화 시리즈는 그닥 탐탁치 않은 구석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마지막편은 그야말로 폭풍 전율의 도가니탕...!

    그나저나 저는 가장 삭아보이게 늙은 등장 인물로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지니 위즐리'... 각진 턱이 정말...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이미지와 매치되지 않아서 이질감을 느낄 정도였으니;;
  • 로오나 2011/07/24 08:16 #

    전 소설 팬은 아니지만, 왠지 영화는 보니까 아무리 봐도 소설 보고 나서 빠진 건 그걸로 채워넣으라는 걸로 보이더군요. 뭐 1편부터 그랬으니.

    어쨌든 사실 1편 이후로 재미있게 본 시리즈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건 재미있었습니다.
  • Uglycat 2011/07/20 22:44 # 답글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는 좋은 마법사였습니다...
  • 로오나 2011/07/24 08:17 #

    츤데이프, 그는 베지터와 함께 역사적인 츤데레로 남을 것임.
  • 하저로어 2011/07/20 22:48 # 답글

    엌 네타당했엌..스네이프가 죽는다니..
  • 로오나 2011/07/24 08:17 #

    아니 이제와서 스포일러라고 하기엔 소설 완결 났을 때 이미 인터넷을 쓰나미가 강타한 요소;
  • 2011/07/20 22: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11/07/24 08:17 #

    글쎄요. 엠마 왓슨은 뭐, 이걸로 영화배우는 은퇴한다고 하니...
  • 슈나 2011/07/20 23:09 # 답글

    스네이프...그는 착했습니다 ㅠ_ㅠ
  • 로오나 2011/07/24 08:17 #

    그는 차캤죠. 흑흑.
  • 창천 2011/07/20 23:24 # 답글

    으악!! 이거 봐야겠군요 !! 1부를 못 봤지만 봐야겠어요 ㅠㅠ
  • 로오나 2011/07/24 08:17 #

    원작 내용 알고 있으면 별 문제없을 거라고 봅니다.
  • 아키루루 2011/07/21 06:22 # 답글

    마의 17세....무섭죠.
  • 로오나 2011/07/24 08:18 #

    좀 더 속전속결로 끝냈어야 했...
  • del 2011/07/21 08:01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평소에 블로그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눈팅은 거의 매일 하면서 댓글은 안달았었는데
    괜한 참견일수도 있지만 글 내용중에 스포일러성이 있는것 같아서요.
    안보신분들이 무심코 보셨다가 재미를 반감당할수도 있을것 같아 댓글 남겨봅니다
    괜한 오지랖이었다면 죄송합니다 ^^;
  • 로오나 2011/07/24 08:18 #

    요즘은 스포일러를 따로 분리 안하고 감상을 쓰고 있기도 하고... 사실 이건 소설 완결났을 때 워낙 난리쳤던 내용이라 이제와서 스포일러라고 닫아두어야 하나 생각하면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 키엘 2011/07/22 09:30 # 삭제 답글

    스네이프가 죽는건 이제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지않나요?
    7권 책 나온 4년전에 이미 '스네이프, 그는 좋은 마법사 였습니다.' 가 온 인터넷을 쓸고 지나갔는데 아직도 내용 말하면 안되요라고 하는건 좀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 로오나 2011/07/24 08:18 #

    슬슬 브루스 윌리스는 유령급...
  • 로망 2011/07/22 11:18 # 답글

    스네이프 그는 조은 마법사였습니다 ㅠㅠ 해리아빠.. 나쁜.. 사람 ㅠㅠ
  • 로오나 2011/07/24 08:19 #

    아오, 그 양반 영화 속 기억에서는 많이 생략됐는데 진짜 질 나쁜 인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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