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이트 - 뭐야 얘 무서워



영화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가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제목부터 시작해서(까놓고 그에 대한 정보 없이 볼 경우 왜 제목이 슈퍼에이트인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우리나라 관객 중에는 소수일 겁니다. 그리고 전 다수파에 속함) 모든 면에서 이게 뭥미? 라는 느낌이 들기쉬운 영화 같습니다. '구니스'라던가 'E.T'라던가 '미지와의 조우'라던가 많은 예전 영화들을 복합한 향수종합선물세트를 만들었는데 그래서 그게 만족스러우냐 하면 상당히 아리송하달까. 다 보고 나니 차라리 하나만 파는 게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영화 저 영화 다 생각나게 만든 다음에 결국 어느 영화만큼의 만족도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에게는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폭탄이 될 수 있는 영화 같다는 것을 같이 보러 간 친구들의 좀 지나치게 훈훈한 반응을 통해 깨닫기도 했고;


감독은 분명 J.J. 에이브람스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거 참 스필버그스러웠습니다. 화면은 깨끗하고 이쁘게 뽑아놓긴 했는데 연출이 옛날 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스필버그가 J.J. 에이브람스와 둘이 머리를 맞대고 내용을 짜내면서 정말 깊숙히 관여했다고 들었는데 그의 성향이 아주 강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설마 저걸 진짜 저지를까 싶었던 마지막 부분의 연출은 특히 그랬죠. 전 스필버그가 노골적인 가족영화적 성향으로 만들어낸 영화도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건 좀 아니었습니다.


외계인에 대한 것은 상당히 꺼림칙했습니다. 내용이야 정말 뻔했기 때문에 외계인의 정체가 시시하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처음에 지구에 불시착할 때는 E.T 성향이었던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박대받아 프레데터 혹은 에이리언 성향으로 변하고 그리고 자기한테 해 끼친 인간들 뿐만 아니라 죄없는 인간들까지 붙잡아다 식량으로 우걱우걱 씹어먹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시점에서 '사실 답없는 어른들이 까고 봐서 그렇지 대화해보면 말이 통하는 놈이었어'로 E.T 성향인 척 넘어가려는 것은 너무하잖아요. 차라리 지구인의 생명은 존중해주는 대책없이 선량한 외계인으로 만들어서 왕도 스토리인 순수함을 간직한 소년소녀들과의 소통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게 만들어주던가. 호러 SF 미스터리 스릴러스러운 느낌까지 잡탕으로 섞으려다 보니 외계인에 대한 것은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 밖에 안드는 결론이 나와버리고.


주인공은 중반까지는 멀쩡하더니 후반부 들어서는 갑자기 황당하다 못해 무서워졌습니다. 여자애 잡혀간 후부터 완전히 인간미가 거세된 무언가로 각성해버렸어요. 알 수 없고 무서운 상황 속에서 소년소녀들이 모여 용기를 내어 지혜를 쥐어짜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고, 그냥 애가 머리속이 좀 망가져서 폭주하다 보니 되더라, 하는 느낌이더란 말입니다.

자기를 끌고 가던 군인들이 시체가 되어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시체 뒤져서 자기 물건부터 찾고, 그래도 위험을 감수하고 자기들 구하러 온 형은 마약쟁이는 나쁘다는 말만 하면서 소 쿨하게 버리고, 피격당한 친구가 다리가 부러져서 뼈가 드러날 정도인데 걱정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안하고 다른 녀석에게 여기 남아서 얘 돌봐 하고 일말의 주저도 없이 떠나고, 같이 따라온 친구에게 주저없이 미끼가 되라고 명령한 뒤 자기는 여자애랑 사랑놀음을 해주는 그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소년소녀의 모험물다운 감동을 얻으란 말입니까. 정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친구놈들 포함 다른 인간들의 안위 따윈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티가 풀풀 나는 진성 사이코패스인데.





덧글

  • 침묵중 2011/06/20 00:47 # 답글

    엘르 패닝 외모라면 친구들 따윈 중요하지 않아
  • 로오나 2011/06/20 00:57 #

    하지만 그녀는 탐크루저보다 키가 커버렸습니다.(...)
  • 침묵중 2011/06/20 01:01 #

    설리 때를 보는 거 같네요 설레자마자 무섭게 자라는 성장속도
  • 킨키 2011/06/20 01:16 # 답글

    외계인 조연의 가족간 화해드라마
    뭐 그래도 애들이 영화찍는 건 상당히 재밌었네요
    특히 완성작은 정말(...)
  • 로오나 2011/06/23 08:31 #

    그거에나 집중할 것이지, 라는 느낌이었죠. 그냥 외계인이랑 영화 찍는 내용으로 만들지...
  • 공상가 2011/06/20 01:26 # 삭제 답글

    처음에 휴먼 드라마->SF액션->공포 스릴러->삼각 치정극->폭발 액션->외계인 감동 스토리로 이어지는 뭔가 미국식 막장 드라마를 한편 본 느낌입니다.

    중요한건 끝나고 엔딩 올라가면서 애들이 찍은 슈퍼8 출품작이 본편보다 더 재미 있었습니다. 물론 애들 머리가 제정신이 아닌건 기차 폭발 사고 이후 영화를 찍어야 된다고 여주인공 꼬실때부터 이상했습니다만..
  • 로오나 2011/06/23 08:31 #

    근데 주인공의 각성 후(!)는 진짜 이 사이코패스는 뭐냐 레벨. 무서웠습니다.
  • 비맞는고양이 2011/06/20 03:58 # 답글

    영화르 ㄹ보는 내내 제가 느낀 위화감이랑 똑같네요 진짜... ㅋㅋㅋ ;;; 제일 잼썼던 부분은 좀비영화에서 계속 한명이 좀비로 분장해서 나오는 부분이었어요... ㅋㅋ;;;; 진짜 뭔가 이도저도 아닌것같고 ... 전 극단적으로 이 영화를 쌍제이와 스필버그의 자위물이라고 보고있습니다;;;;;;;;;;;;;;;;;;;;;;;;;;;;;; 심하게 극단적인가? '';
  • 로오나 2011/06/23 08:32 #

    이것저것 잡탕으로 섞어놨는데 결론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서 하나에나 치중할 것이지... 란 느낌이었죠. 아니면 두개 정도.
  • EL엘 2011/06/20 07:56 # 답글

    후반 2분을 위한 2시간 동안의 메이킹 무비였습니다. 아아 ㅠㅠ...
  • 로오나 2011/06/23 08:32 #

    미국은 그래도 저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직접적으로 있으니까 우리나라하곤 감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 남채화 2011/06/20 08:05 # 답글

    스필버그로 밭을 싹 골라놨는데
    씨앗이 쌍제이라 그렇습니다.
    (라지만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까는건 자제해야지...)
    예고편을 클로버필드로 찍어 놓고선 내용이 가족영화라니 쇼크입니다 ㅎㅎ
  • 로오나 2011/06/23 08:32 #

    그냥 가족무비도 아니고 사이코패스 가족무비죠.(...)
  • Uglycat 2011/06/20 08:19 # 답글

    SF로 포장된 드라마였습니다...
  • 나는고양이 2011/06/20 18:23 # 답글

    핫.. 리뷰를 보니 더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 DAIN 2011/07/10 20:46 # 답글

    이 영화에서 고생한 외계인은 고향별에 돌아갔더니 고향별 동족들이 지구침략용 생체 병기를 보내겠다고 하고, 20년쯤 뒤에 지구에 도착한 생체 병기는 [클로버필드]의 거대 괴수(와 기생충 군단)였다는 농담을 안할 수가 없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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