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한 '헤일로' 비슷한 무언가는 나올 줄 알았는데 적이 별로 안 센 외계인인 '모던 워페어'를 보는 기분이 드는 영화. 그리고 누군가 이 영화가 미해병대 홍보영화라고 했는데 실로 적절합니다. 그야말로 미해병대로 시작해서 미해병대로 끝나요. 주인공은 누구 하나라기보다는 미해병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는 이유는 역시 대규모 외계인 침공물, 예를 들면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것을 기대해서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스펙터클하고 압도적인 대규모 파괴 혹은 전투 영상은 없고 분대 단위의 전투가 다라는 것을 알고 가니 제법 즐겁게 볼 수 있었어요. 외계인들은 항성간 이동까지 가능한 놈들 치고는 병기의 수준이나 전투능력이 너무 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미군은 초반에 급습당해서 정신없이 털리면서도 어떻게든 저항해서 성과를 내지요. 오히려 외계인의 전투력이 너무 압도적이면 보병이 활약하는 지상전이 나올 구석 따윈 없고 그냥 여기저기 재난영화처럼 터지다가 마지막에 한방 역전하는 걸로 끝나는 정도였을 텐데, 이건 외계인을 지구인과 비슷할 정도로 약하게 설정함으로써 치열하게 치고 받는 느낌을 연출합니다. 다만 외계인이 별로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비주얼이 간지나는 것도 아니고 무기가 SF적으로 그럴싸한 것조차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신경 좀 쓰지, 하는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예를 들면 지구인과는 전혀 다른 패턴의 전투문화(?)를 가진, 보병 한정으로는 엄청난 운동능력 + 맷집 + 빔샤벨을 쓰지만 투사무기는 전혀 안쓰는 놈들하고 싸우기라도 하던가.
심심하면 흔들어대서 익숙해질 때까지는 좀 짜증나기도 하는, 핸드헬드로 찍은 영상은 외계인에게 침공당했을 때의 전장 상황을 그리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내려고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서 전장 속에서 그들이 두려워하고 급박하고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것이 잘 전달되어옵니다. 전 초반 이후로는 몇몇 장면을 빼고는 제법 몰입해서 봤어요. 다만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하는데 영상이 전체적으로 후줄근해보인다는 겁니다. 뭐 이건 그냥 이런 느낌이지, 하고 넘어가기에는 외계인들의 개성 없는 디자인과 전투 스타일이 더해져서 심하게 싼티나요. 모처럼 외계인이 침공해와서 신나게 치고 받는 영화인데 외계인이 좀 오버 테크놀로지를 뽐내면서 간지를 뿌려줘야 제작비 좀 많이 들였군, 하고 흐뭇해하지요.
캐릭터들은 뭐, 주인공보다는 소대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초반에 이놈은 고집 부리다 죽는 역할이나 하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경험 많고 상처도 많은 주인공에게 이끌려서 극한 상황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인상적. 미쉘 로드리게즈의 경우는 딱 요즘 그녀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여전사 캐릭터를 보여주고 끝.
...그나저나 다 보고 나니 역시 인류는 멸망할 것 같군요. 물론 마린 일곱 마리가 활약해서 프로토스 모선 잡는 급의 활약은 주인공답고 대단하긴 했는데 그걸로 끝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외계인들은 그냥 가볍게 시작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던져놓은 듯한 선발대에게 이 정도로 털렸으니 대규모 본진 나오면 대체 어쩔껴. 흥행에 성공하면 2도 바로 제작할 모양인데, 그 경우 뒷내용이 어떻게 될진 궁금하긴 해요.
덧글
미셸 로드리게즈도 여전사 전문답게 멋지게 나와주고(...) 아무튼 밀덕은 감동하며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론 외계인들은 도대체 왜 저렇게 싸우는지 의아하다거나(아니 그보다는 왜 저리 후줄근해! 라거나) 마지막에 외계인 퇴각 한다고 권총 쏘면서 돌격하는 부분만 빼면, 전체적으로 해병들 행동이나 이런게 참 긴장감 있어보여서 좋더군요.
기선을 잡았을 때 그렇게 밀어붙이는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미해병대 보병소대니까 영화에 나온 것처럼이나 싸웠지 원제가 Battle: Busan이었다면 영화 나올 건덕지도 없었을 겁니다.
이거나 보러 가야겠습니다 ㅇㅅ
명중율도 낮고 위력도 낮고....
그 근거리에서 헬멧에 맞고 화상만 입히고 튕겨나간거라거나,
방탄복을 관통하지 못하는걸로 봐서는
질량병기가 아니라 에너지 병기나 화학병기, 그것도 살상력이 매우 약한 물건인 듯.
뭐, 혹시 모르죠. 그 무기가 외계인 자기네들끼리 싸울 때는 치명적인 위력을 내는 물건인데
인간에게 안먹히는건지도..... .....사실 설정 짠 애가 조금만 생각이 있어도 뭔가 이유를 만들어놨을 듯.
사실 평화로운 외계인이라 무기가 별로 발전하지 않았지만
지구의 아름다운 환경을 망쳐놓은 인간에 대한 분노로 광분해서 공격해왔다던가? (.......)
뭐 어쨌건 비슷한 레벨로 맞춰야 보병전이 성립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좀 간지나는 뭔가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근데 진짜 끓는 물총이라... 그럴싸하군요.
기대했던 바와는 달랐지만 그래도 만족하면서 보았어요...
그러니까 이건 질럿...
차기작에서는 불곰이 개발되어서 외계인을 학살하는 이야기가 나올 듯
2. 그나저나 친환경(?)외계인이라는 점은 요상하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3. 제가 미합중국 대통령이었다면 재래식 전투보다는 적들이 타격한 20개 가까운 도시에 민간인/군바리 다 철수시키고, ICBM을 핵탄두나 고성능 폭약 실어서 마구 던져도 적 넥서스 다 깨고 게임셋 하겠던데, 왜 깨져가면서 미사일 안 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더군요. 요즘 전쟁이 단추전쟁이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것도 아닌데-_-
일단 안에 민간인도 남아있었고... 어쨌든 핵은 최악의 수단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냥 폭격해서 날려버리는 거랑 핵으로 날려버리는 거랑은 리스크의 수준이 다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