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마인드> 비뚤어진 악당의 영웅일기


'슈렉'으로 성공을 거둔 드림웍스는 기존의 것과는 다른 비뚤어진 소재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대단한 재주를 갖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쿵푸팬더'처럼 반만 비틀어진 작품이나 '드래곤 길들이기'처럼 굉장히 정통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도 흥행시키고 있지만 그들의 근본은 '다른 이들이 만날 하던 패턴을 비튼'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메가마인드'는 그런 드림웍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입니다. 수퍼맨 패러디로부터 시작되는 메트로맨과 메가마인드의 탄생 비화 이후 악당인 메가마인드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부터 말이죠. 선과 악의 싸움 하면 언제나 선을 주인공으로 삼아 줄기차게 도전해오는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드림웍스는 굳이 태생적으로 비뚤어져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메가마인드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그가 미래 따윈 상관없이 악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실패로만 가득한 나날을 살아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덜컥 승리를 거머쥔 상황으로 던져버립니다. 목표로 하고 있긴 했지만 메가마인드 자신조차 상상해본 적이 없는 승리 이후의 미래로.

이런 설정에서 시작되는 메가마인드의 이야기는 기존 히어로물의 패러디로 가득하고 개그가 넘쳐 흐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진지한 구석이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장면장면을 톡톡 튀는 센스로 메꾸려고 해도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답이 나오는 이야기니까 말이죠. 이런 이야기는 자칫하면 진지한 부분이 늘어지면서 지루해질 위험성이 있는데 '메가마인드'는 그런 부분을 쉴새없는 개그와 적절한 볼거리, 그리고 빠른 템포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야기 자체는 보다 보면 허들을 좀 낮게 잡아서 좀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었을 갈등구조를 가볍게 만들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뭐 그것도 나쁘진 않죠. 이런 소재에 기대할만한 볼거리도 확실하게 만족스러운 연출로 충족시켜주고 있고요.

캐릭터도 재미있습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미니언이죠. 분명 메가마인드가 주인공이고 히로인은 록산이건만 왜 연애도 부부생활도 미니언이랑 하나요? 최고의 파트너이면서 마누라 역할까지 빈틈없이 수행해주는 미니언을 위해 건배. 무섭다기보다는 하는 짓이 귀엽기 이를데없는 메가마인드는 그렇다 치고 그가 자신의 대항마로 만들어낸 타잇탄도 꽤 잘 만들어진 캐릭터죠. 현실을 안보고 찌질찌질~거리는 놈이 엄청난 파워를 얻어서 히어로가 된다면 어떻게 될지 그 결과물이 진짜 설득력 있게 잘 나온 느낌이거든요. 덤으로 이놈 나온 후부터 슈퍼히어로물(아니, 이 경우는 슈퍼빌런물?)다운 볼거리가 마구 나와줘서 눈이 즐겁기도 했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메가마인드는 메트로맨하고 싸우면서 인생을 낭비하느니 그냥 특허기술로 세상의 부와 테크놀로지 시장을 독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았나 싶은데. 물체는 물론이고 살아있는 인간마저도 아무렇지도 않게 축소, 정지시켜버리는 기술 같은 것은 드래곤볼의 호이포이 캡슐급이니 주식회사 메가마인드를 만든 뒤 CEO로 앉아서 실질적인 경영은 미니언에게 맡겨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써대는 기술 중 한두개만 제품화해서 팔아먹어도 세계최고의 재벌이 되어서 메트로맨 따윈 저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자기가 만들어낸 기술의 가치조차 모르고 저러고 사는걸 보면 역시 세계정복하겠다고 설치는 놈은 분명 세기의 천재지만 치명적일 정도로 바보일 수밖에 없는 모양.


<그럼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까면서 재미나게 즐겨봅니다>


후반부에 튀어나온 메트로맨이 사실은 살아있었고 영웅질에 회의를 느껴서 다 때려치우고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기로 했다는 반전은 상당히 깨긴 했는데, 덕분에 작품의 한계를 좀 무난한 수준에서 결정해버린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메가마인드에게 있어서 메트로맨은 지구로 올 때부터 맞부딪치며 운명을 결정지어버린, 인생의 중심이고 기준고 목표였는데 이런식으로 다 때려치우고 도망가고 싶었고 이젠 사람들이 무슨 일을 당해버리건 난 안 해! ...라는 태도로 나와버리니 좀-_-; 차라리 메트로맨이 남긴 유산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짓누르던 감정을 극복하고 메트로맨을 능가하고자 하는 전개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근데 또 너무 심도깊은 갈등을 그려내려면 여러모로 부담이 오는게 사실이니 이 정도로 무난한 정도가 좋았는지도?

메가마인드가 뜻하지 않은 승리 후에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무슨 일을 하든지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무엇을 할지도 생각을 해둬야 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저 메트로맨이라는 운명적 영웅에 맞서는 안타고니스트로 스스로를 규정지어버린 메가마인드는 승리를 목표로 하기는 하지만 스스로가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고, 따라서 승리한 후에는 무엇을 해야할지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결과적으로 악당답게 메트로 시티의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휘두르면서 황량하고 살기 나쁜 곳으로 만들긴 하지만 그게 정말 그가 원하던 것이었냐 하면 글쎄다? 하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솔직히 그냥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애가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질리는 거랑 똑같은 패턴이었고. 이래서 영웅을 무찌르고 세계정복을 꿈꿀거면 세계정복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정도는 생각해보는 게 예의라는 거죠.

뭐 '메가마인드'가 흥행에 성공했으니 드림웍스 성향상 2편도 만들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 이번에는 메가마인드가 처음부터 히어로 포지션에서 새로운 악당의 도전을 받는 내용이 될라나?








덧글

  • 比良坂初音 2011/01/22 11:21 # 답글

    전 지나치게 파고들지 않은 점에서 맘에 들더군요^^
    딱 적절한 수준에서 즐길 수 있으면서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달까...
    메트로맨의 반전도 나름 맘에 들었구요
    (그런 인간적인 부분이 있는 히어로를 선호 하는지라...
    캡틴 아메리카보다 인종차별주의자인 USA에이전트를 더 맘에 들어하는 이유기도 하고^;;;
    물론 인종차별은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너무 완벽한 정신 상태의 히어로는 어째 영;;)
  • 로오나 2011/01/22 11:27 #

    그들이 정해놓은 허들 안에서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이루어졌죠. 저도 그 반전 좋았어요. 다만 메가마인드와 메트로맨의 관계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 지네 2011/01/22 11:38 # 답글

    이놈의 타잇탄과 메롱콜리... ㅠㅠ
  • 로오나 2011/01/24 03:49 #

    메츄리 시티 잊으시면 섭섭...
  • 리지 2011/01/22 11:38 # 답글

    메가 마인드, 개그가 넘치고...캐릭터도 재밌나 봐요...
  • みなみ 2011/01/22 12:50 # 답글

    전 사실 메가마인드의 부모들이 진짜 히어로라 피가 땡겨서 히어로가 된다는 내용으로 생각했었어욬ㅋㅋㅋㅋ
  • 로오나 2011/01/24 03:49 #

    딱히 히어로 폼은 없지만 말이죠.(...)
  • 라세엄마 2011/01/22 13:12 # 답글

    전 사실 메가마인드의 부모들이 진짜 빌런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었..
  • 로오나 2011/01/24 03:51 #

    그랬으면 이야기가 또 완전히 달라졌을지도요.
  • RainGlass 2011/01/22 13:20 # 답글

    티나페이의 연기가 좋았.
  • 몽몽이 2011/01/22 15:47 # 답글

    지금까지의 히어로물을 뒤집는다는 발상이 오히려 더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볼 생각이 없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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