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리스트 - 당신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를 영화


이 영화의 소식을 접했을 때 반응은 '아니,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가 함께 나오는 영화가 개봉한다고?'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장르가 액션 스릴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예고편을 본 뒤에는 이 영화가 당연히 수수께끼의 미녀 안젤리나 졸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조니 뎁이 만나서 치명적인 위협 속에 빠져서 빠바박 퍼버벅 탕탕탕 쿠아아앙! 하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세계로 빠지는 이야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나잇 & 데이'에서 남녀의 역할을 서로 바꾼 그런 영화이길 기대했던 것이죠.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기대감을 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찾아보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나마 안젤리나 졸리가 쿨하고 아름답게 나온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일까. 이 영화는 신나는 액션의 ㅇ자도 찾아보기 어렵고 사람 긴장시키는 스릴러의 ㅅ자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실은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느긋하게 전개되는 미스터리 로맨스에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액션과 스릴러에 대한 기대감은 깔끔하게 지우고 가는 편이 현명합니다. 안 그러면 분명 실망하게 될 테니까요.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를 예쁘게 찍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예쁘고 아주 비싸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베니스를 누비면서 자신의 쿨한 아름다움을 뽐내죠. 그리고 그게 전부입니다. 누굴 때리지도 않고 칼로 찌르지도 않고 심지어 총을 쏘지도 않아요!

조니 뎁은 안젤리나 졸리보다 훨씬 더 상황이 열악합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평범하고 후줄근한 남자... 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굳이 이 배역에 조니 뎁을 캐스팅해야만 할 메리트를 찾질 못하겠어요. 심지어 슈트를 입어도 간지가 안 나게 연출해놨어! 조니 뎁이 아닌 다른 누군가였어도 아무런 상관없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뭐 이 영화의 흥행포인트가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가 같이 나온다!'는 것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진짜 안젤리나 졸리 원톱이었어도 아무런 상관없을 것 같아요. 도대체 왜 굳이 이 둘을 캐스팅했는지 감독의 의도를 묻고 싶어질 지경. 이 둘을 한 영화에 캐스팅했으면 당연히 관객이 그들에게 기대할만한 것 정도는 채워줘야 할 것 아닌가. 예술영화도 아니고 비싼 돈 들여서 찍는 상업영화인데!

영화는 전혀 속도감 없고 그냥 느긋하게 베니스 풍광 즐겨가며 아름다운 안젤리나 졸리의 미모를 즐겨가며 두 사람의 살짝 미스터리한 관계와 간간이 나오는 그럭저럭 환기는 되는 개그를 즐겨가며 호오가 갈릴만한 반전까지 즐기고 나면 끝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주 꽝일 정도로 재미없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전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지만 만족했냐고 하면 단호하게 고개를 젓겠어요. 처음부터 이 영화가 이런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가면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그랬어도 아주 만족하는 것은 힘들었겠죠. 어쨌든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라는 배우가 갖는 강력한 캐릭터를 전혀 살리지 못한 영화라는 점은 변함없으니까.



<그럼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까면서 재미나게 즐겨봅니다>


사실은 프랭크가 알렉산더가 맞았다, 는 반전은 호오가 상당히 갈릴 것 같은 부분. 솔직히 중반부터는 뻔한 반전이긴 한데 그래도 좀 무리수로 보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떠나라고 공항까지 태워다줬을 때 다시 돌아왔을 때 알아차렸는데 같이 본 지인은 처음부터 알렉산더라는 인물이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그리고 프랭크의 모든 것이 안젤리나 졸리가 알고 있는 알렉산더와 정반대라는 점 때문에 이 반전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반전을 보고 난 감상은 어이없는 것도 놀라운 것도 아니고 그냥 '알렉산더 저놈 진짜 자뻑 심하네' 라는 것.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이 달라졌는데 옛 여자가 자신을 보고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을 확신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행동했겠어요? 만약 자신을 선택해주지 않았다면 진짜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나도 울었다, 로 끝나버렸을텐데;

마지막 안젤리나 졸리의 '그런데 2천만 달러나 주고 고친 얼굴이 고작 그거야?'라는 대사에는 이의 있소! 솔직히 2천만 달러 들여서 조니 뎁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성형수술 아닌가 그거?

세번째 주연이라고 해야 할 영국 인터폴 팀장으로 나오는 폴 베타니는 여기서는 상당히 얄미워서 한대 때려주고 싶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했죠. 마지막까지 진짜 '으아, 저 나쁜놈!'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부분이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역시 이름도 안 나왔지만 계속 얼굴을 비춰서 등장인물들을 낚았던 루퍼스 스웰. 이 배우는 진짜 어디서 보긴 봤는데, 싶은 배우라서 찾아봤더니 '기사 윌리엄'에서 악역으로 나왔던 배우였어요. 그러고보니 그 영화에도 폴 베타니가 윌리엄의 동료로 나왔었는데, 이런 식으로 둘이 다시 같은 영화에 출현하니 미묘^^;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아무리 봐도 국장하고는 사법적 거래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거물급 악당 죽일 건수도 제공해주고 돈도 다시 돌려주고, 대신 안젤리나 졸리를 해방시켜주고 자신들의 뒤를 쫓지 말라는 그런. 국장의 태도는 그렇게 밖에 볼 수 없거든요.








덧글

  • 아마란스 2010/12/10 19:18 # 답글

    이전엔 데이비드 베컴의 뺨땨구를 45도 각도로 스냅을 섞어서 후려 칠 정도로 멋진 남성이었다던가...(............)

    하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사실 조니 뎁은 전직 CIA 요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사람의 추억이 담긴 베니스로 가면서 안젤리나 졸리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모든 능력을 활용해서 졸리를 살리려는...

    .......................그런 내용이었으면 했습니다. (반은 아저씨의 영향)
  • 로오나 2010/12/10 23:45 #

    ...도대체 어떤 남자였을지 상상이 안 되는군요!

    어쨌든 저도 그런 내용이었으면 참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미스트 2010/12/10 20:06 # 답글

    나잇&데이의 성반전을 원했다에 반 표!

    안젤리나 졸리는 뭔가 액션배우라는 이미지는 있는데,
    솔트 봤더니 이 무슨 때린 자기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몸이 너무 안스러워서 ㅠ_ㅠ
    액션하라 그러기가 안스럽.... ㅠ_ㅠ
  • 로오나 2010/12/10 23:45 #

    고로 쿨하고 아름답게 총을 쐈으면 참 좋았을텐데 싸우는 능력 제로로 나오다니_no
  • 플로렌스 2010/12/10 20:27 # 답글

    기대에는 못미치나보군요;
  • 로오나 2010/12/10 23:45 #

    기대에 못미친다기보다는 기대한 것은 하나도 안 나오는 영화죠;
  • 호앵 2010/12/11 13:05 # 답글

    이영화를 봐야 하니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시는 포스팅입니다 =_=
  • 로오나 2010/12/11 15:03 #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중요하죠. 뭐 그냥 졸리랑 뎁 같이 나오는거 보러 가는 정도라면야.
  • SARAH 2010/12/11 14:54 # 삭제 답글

    영화 감상: 졸리가 예쁘다 -> 조니뎁 나왔구나 -> 졸리가 섹시하다 -> 베니스가 예쁘다 -> 바다가 예쁜듯 하다 -> 끗

    저도 조니뎁이 마피아들에게 쫓기기 시작할때부터 왠지 반전이 그 것일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 설마. 감독도 머리가 있는데 그런 무리수를 뒀겠어^_^'하며 애써 그 생각을 무시했어요.
    그런데 그 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된장(...)

    2천만불을 들여서 남자 한 사람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같은 원리로 여자도 안젤리나 졸리가 될 수 있겠군요!
    희망을 주는 영화다 +_+ 돈 벌어야지!



  • 로오나 2010/12/11 15:03 #

    와~ 당신도 안젤리나 졸리가 될 수 있습니다!

    2천만 달러만 있으면요!(...)

    왠지 별로 희망이 안생깁...
  • 흑염패아르 2010/12/12 23:46 # 답글

    저 완전 개실망했어요.
    정말 정말 기대하고 봤는데...말씀하신것처럼 그냥 드레졸리감상만 하다가 나왔어요.
    조니뎁은......ㅠ_ㅠ...어쩜 살도 찌고 평범한 투어리스트를 정말이지 완벽하게 연기해낸 느낌이예요. 너무나 완벽하게 ㅠ_ㅠ;;; 안습;;; 그리고 그 파티에서의 하얀 마이 어쩔...
  • 로오나 2010/12/12 23:50 #

    너무 완벽하게 연기해서 진짜 조니 뎁이 나온 보람이 없었죠.(...)
  • 잠본이 2010/12/20 21:32 # 답글

    폴 베타니는 계속 악당인척하려고 무지 노력하는데 상황이 편을 안들어줘서 연거푸 바보가 되기 때문에 계속 보고 있노라면 진짜 불쌍하면서도 웃기죠(...개인적으론 주연 두놈보다 베타니가 연기한 경관이 더 재미났음)

    국장이 딱 타이밍 좋게 들어와서 사격명령을 내린거나 붙잡힌 피어스가 더미였다는걸 알았는데도 계속 싱글벙글 웃는 걸 보면 역시 뒷거래를 했겠죠. 빼돌린 갱단 돈도 전액을 돌려준건 아니고 20억인가 하는 금액 중에 영국정부가 때린 세금 7억4천4백만 달러(근데 왜 파운드가 아니라 달러?;;;)만 놓고 간 걸 보면 '으아아 피어스 이 부러운놈'이란 생각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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