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리스트, 액션도 스릴러도 잊어라


이 영화는 진짜 안 보고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잖아요. 두 사람이 같은 스크린에서 서로 사랑하는 남녀를 연기한다는데 어떻게 이걸 안볼 수가 있나요. 영화 내용이 어떻든 상관없이 닥치고 두 사람이 발하는 스크린의 인력에 이끌려 예약한 좌석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본 결과는, 뭐랄까, 이거 좀 미묘하군요.

이 영화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와 만나서 영문도 모르는 채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몰리고, 그렇게 사정을 알 수 없다는 긴장감 속에서 쫓겨다니는 스릴러적인 상황이 계속되다가 쿠콰쾅 퍼버벙 탕탕탕 툭탁툭탁 뻐억~! 하는 폭음과 총성과 타격음이 울려퍼지는 액션 블록버스터스러운 면모가 돋보이는 사건을 겪은 끝에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정작 이 영화 속에서는 스릴러의 ㅅ자도, 액션의 ㅇ자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이 영화는 굳이 정의하자면 가벼운 느낌의 반전 미스터리 로맨스 정도 됩니다.

조니 뎁은 아무도 패지 않고 총을 쏘지도 않으며 덧붙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좀 후줄근하고, 안젤리나 졸리는 시종일관 화려한 매력을 꿈꾸지만 언제나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전혀 액션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총도 안 쏴요.

이렇게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기 때문에 보는 내내 당혹스러웠고 아주 재미가 꽝이었던 것은 아닌데도 불만족스러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제가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의 정체를 알고 거기에 기대감을 맞춰두는 것인데, 이번에는 이게 완전히 어긋나버렸네요. 사전에 정보를 좀 습득하고 갈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영화인 줄 알았다면 적당한 수준으로는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을. 근데 정보를 적절하게 습득하고 갔어도 영화가 너무 느긋한 느낌인 것도 사실이고, 마지막 반전에 대해서는 좀 호오가 갈릴 것 같은 느낌. 솔직히 중반쯤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별로 납득이 가거나 멋지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왠지 피식 웃으면서 '저거 진짜 자뻑 심하네'하고 중얼거리게 되더라고요.

캐릭터가 어리버리해보이는 타입이라 그런지 조니 뎁은 계속 후줄근한 모습으로 나오는 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가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가 같이 나온다는 것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진짜 조니 뎁이 아니었어도 상관없었다는 느낌이라서. 그에 비해 안젤리나 졸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느낌이라 예쁘고 비싸보이는 드레스에 화장에 조명에... 어쨌거나 완벽하게 아름다웠지만 액션을 안 해서 아쉬웠을 뿐.

세번째 주연이라고 해야 할 영국 인터폴 팀장으로 나오는 폴 베타니는 여기서는 상당히 얄미워서 한대 때려주고 싶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했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역시 이름도 안 나왔지만 계속 얼굴을 비춰서 등장인물들을 낚았던 루퍼스 스웰. 이 배우는 진짜 어디서 보긴 봤는데, 싶은 배우라서 찾아봤더니 '기사 윌리엄'에서 악역으로 나왔던 배우였군요. 그러고보니 그 영화에도 폴 베타니가 나왔었죠.





덧글

  • Uglycat 2010/12/09 20:14 # 답글

    아무래도 이 작품은 패스해야겠군요...
    로맨스는 제 취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장르가 돼놔서... --a
  • 로오나 2010/12/09 20:20 #

    영화가 아주 끈적한 그런 분위기는 아닌데, 뭐 전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파바바박 치는 편도 아니고 해서 시원시원한 영화 바라고 가면 꽤나 난감할 겁니다.
  • 카군 2010/12/09 20:29 # 답글

    조니뎁이 화려한 분장을 안하면 망하다..라는 징크스가 실현되는건가요(...)
    스슥
  • 로오나 2010/12/09 20:30 #

    뭐 흥행은 일단 이번주말 지나고 봐야 알 일이죠.
  • 잠본이 2010/12/20 21:39 #

    왠지 신빙성 있는 징크스군요(...)
  • 아마란스 2010/12/09 20:55 # 답글

    두 배우의 연기도 연기지만.

    ...베네치아의 모습에 너무 반해버려서 제 리뷰에선 평점이 뻥튀기가 되었습니다. (...)

    사실 장르가 애매모호한 영화이긴 해요.
    차라리 <오션스 일레븐>처럼 장면의 전환이라던가 좀 썰렁한 구식 개그라던가 하는 것이 있었다면 모를까...

    지나치게 정적인 분위기에 느긋한 분위기라 좀 아쉽긴 했습니다.
  • 로오나 2010/12/09 21:45 #

    그건 아름답긴 했는데 그야말로 '느긋하게 이 아름다운 도시의 정경을 감상하며 두 남녀의 로맨스를...' 이라는 분위기라서.(...)
  • 시대유감 2010/12/09 21:35 # 답글

    예고편만 봐도 나잇 & 데이 비슷한 영화란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액션이 전혀 없다니...
    이거 심히 걱정되는군요. 그렇다고 안보기는 뭐하고.
  • 로오나 2010/12/09 21:44 #

    나잇 & 데이랑 비교하면... 음. 솔직히 전 그쪽이 백만배 좋았습니다. 그쪽은 진짜 신나잖아요.(...)

    조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의 만남이고 또 예고편이나 이런 것도 그런 분위기로 끌고 나가놓고 영화가 좀 이렇게 느긋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로맨스라서 좀;
  • 雪夜 2010/12/09 21:42 # 답글

    어... 저 둘이 나오는데 액션이 없는 겁니까?; 총질이 없는 거에요?;ㅁ;
  • 로오나 2010/12/09 21:44 #

    전혀요. 꽤 느긋한 영화에요.
  • 슈나 2010/12/10 12:19 # 답글

    아아 조니뎁씨...평범하게 나오면 안된단 말인가 ㅠ_ㅠ
  • 로오나 2010/12/10 17:43 #

    북미에서도 혹평으로 시작한 듯한데... 뭐 일단 흥행은 봐야죠-_-;
  • 리아나 2010/12/13 17:18 # 삭제 답글

    끝나기 30분전까지 '설마 내가 예상한대로 끝나겠어' 했건만......ㅠ 보고나서 속상함이 마구 밀려오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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