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배드, 달의 주인보다는 귀여운 딸들의 아빠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성우로 참여하는 바람에 3D 더빙판의 광풍이 몰아쳐서 2D 자막판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작품.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2D 자막을 보고 왔는데(관련 포스팅), 기대했던대로 즐거운 가족영화였습니다. 어른들이 봐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드림웍스나 픽사 작품에 비하면 좀 더 눈높이를 어린이 쪽에 맞춘 작품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루의 악당으로서의 포지션이나 짜증날 때마다 갈겨대는 냉동 광선 등이 그렇죠. 관객들 대다수가 꼬꼬마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영화관람의 지옥도가 펼쳐질 것을 우려했지만 이게 웬걸? 집중력 흩어져서 떠드는 일도 없고, 웃기는 장면 나오면 왁자지껄하게 웃어대더군요.

대신에 어른의 눈높이로 보면 2% 부족했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루가 악당으로서 살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몇몇 부분들은 거기에 모두가 납득할만한 그럴싸한 설정, 설명들을 몇가지만 붙여줬어도 이거 훨씬 좋았을 것 같거든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만큼 그런 것은 두루뭉실하고,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동화적으로 넘어가버렸기 때문에 묘하게 불만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루의 활동에 관련된 부분들을 보면 어른 관객들을 배려한 개그라던가, 설정도 있었는데 조금만 더 디테일에 신경 써줬으면 좋았을 것을. 그외에는 그루와 아이들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도 몇몇 부분만 조금만 더 심도깊게 그려줬으면 훨씬 더 인상깊게 기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용 자체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고, 작품의 상영시간 역시 그러해서 대체로 좀 휙휙 지나가는 느낌이더군요. 아이들의 집중력은 90분 정도가 한계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작품은 대체로 그 이상 길게 만들지 않는다고 하던데, '슈퍼 배드'의 경우 10분 정도만 더 투자해서 아쉬운 부분을 보충해줬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달까.

어쨌든 아쉬움은 있었지만 무난하게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인간관계 따윈 신경도 안쓰고 그저 일만 생각하며 살아가던 삭막한 도시남자, 하지만 내 부하들에겐 따뜻하겠지, 가 예기치 못하게 말썽꾸러기 아이들과 만나 변화되어가는 과정이라니, 이렇게 뻔할 수가 없는 내용이지만 원래 또 그런 뻔한게 좋은 법이란 말이죠. 달보다도 소중할 것이 분명한 딸들을 보며 흐뭇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역시 마스코트격인 미니언들이 와방 귀여웠어요. 나한테도 미니언을 줘! 다 보고 나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쉬운 구석이 꽤 많았는데도 만족감이 높았던 것은 역시 미니언들 덕분이었음이 분명해요!


<그럼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까면서 재미나게 즐겨봅니다>



팸플릿을 보고 상상한 것과는 꽤나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그루는 전세계의 명승지를 한꺼번에 훔친 엄청난 악당도 아니었고, 그루가 입양하게 된 세 자매는 그루를 갱생시키기 위해 전술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아이들도 아니었고요. 그루가 한물 간 악당이라는 부분이라는 것이 좀 깨는 부분이었고 리먼 브라더스 개그는 어른들 알아보고 웃으라고 넣은 거겠죠. 이 부분도 좀 더 파고들어서 이것저것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습니다.

근데 그루는 미니언들 이름을 하나하나 다 외우고 있는 게; 아무리 봐도 초장부터 그렇게까지 삭막한 악당이란 느낌은 아니었어요; 악당이라기보다는 악동에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사실 그루의 악당으로서의 모습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초반에 아이스크림을 떨궈서 우는 아이에게 벌룬 아트를 선물해서 웃게 만든 다음에 터뜨리는 장면이었단 말이죠. 저렇게 사악할 수가! ...그러니까 세계 스케일의 악당이 아니고 동네 악동으로서;

아, 미니언들은 진짜 와방 귀여워요. 놀고 있는 모습 하나하나가 다 귀엽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무중력 상태로 날고 있는 그 녀석은 나올 때마다 빵~! 하지만 문제는 끝까지 미니언들의 정체가 뭔지는 단 한마디도 안나왔다는 것. 인류에게 안알려진 미지의 종이야, 아니면 박사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들이야? 설정을 대충 넘어가도 정도가 있지 그 정도는 확실하게 말해달란 말이다!

사실 달에 대한 것도 좀 너무한 것이, 달이 축소되어서 없어졌을 때 파도가 사라졌다던가 하는 식으로 인력의 작용에 대한 부분을 묘사해줬으면 그 이후의 영향이라던가, 달이 다시 돌아갔을 때의 변화 같은 것도 묘사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최소한 여기에 대한 대책이라도 세워놓던가. 이걸 그냥 휭~하고 넘어가버리니 이거 좀 아니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루가 세 자매와 함꼐 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은 조금만 더 분량을 할애해서 심도깊게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달랑 놀이공원 하나로 끝내는 것은 좀. 그래도 이제 다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 그루에게 세 자매가 저금통을 건네고 모든게 다시 시작되는 부분은 찡하기도 하고. 그리고 세 자매를 구하기 위해 벡터의 본거지로 쳐들어간 그루의 각성 모드(...)는 뭐랄까. 쿨하고 시크하고 스타일리시하군! 달려드는 상어 따위 한손으로 퍼벙. 딸을 지키려는 아빠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 되시겠습니다만 역시 이 부분도 어느 정도 복선이나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단 말이죠. 그 전에 좀 더 눈이 돌아가는 연출 같은 것을 넣어주던가...

마지막은 사실 전형적인 것 같으면서도 좀 깨는데, 보통 이런때는 주인공이 좋은 배우자를 얻어서 딸들과 함께 이상적인 가정을 이룬다... 는 결말을 내면 냈지 이렇게 편부 가정으로 끝내버리는 경우는 또 없잖아요. 근데 자세히 보면 그루에게는 회상씬 때부터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밖에 없었고, 세 양녀를 얻고 좋은 아버지가 되었으면서도 굳이 배우자를 원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죠. 미국은 이혼한 부부가 워낙 많은 동네다 보니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도 드는군요. 제 생각에 이건 사실 박사님과의 게이 커플이었기 때문이 틀림없...(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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