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먹부림 #5 이게 회라면 지금까지 먹은 건 뭐지!?

제주도에 와서 정말 맛난 것을 많이 먹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3일차에 먹은 회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제주도 본고장의 흑돼지도, 생전 처음 보는 녹색을 자랑했던 전복죽도, 녹차 디저트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버린 오설록 티뮤지엄의 녹차 디저트도 좋았지만 역시 회가 최고였어요. 참고로 저는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일행들도 대체로 다 그런 편이었습니다만 이 회에는 정말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다니까요.

그곳은 옆에 펼쳐진 바닷가의 풍경이 멋진 가게였습니다. 사실 딱히 여길 가려고 간 것은 아니고 그냥 차 끌고 숙소로 가다가 '제주도까지 왔는데 회는 먹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 회 좀 사갖고 들어가자' 해서 보이는대로 들른 가게였죠. 제주도는 운송비 문제로 어딜 가나 제주산 활어회를 즐길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다들 회에 대해서는 그리 열망이 있는 편은 아니라서 사전에 골라두거나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흑돼지를 사서 숙소에서 구워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회는 그리 많이 사진 않았습니다. 7만원대의 2~3인분 모듬회 小였던 것 같아요. 그걸 시키고 나서 정말로 오래 기다렸죠. 어느정도 기다렸냐 하면 1시간 반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으악,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회를 물고기를 처음부터 만들어서 만들기라도 하는 건가?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

오래 기다리게 하는게 미안하셨는지 이런 먹을 거리를 주시니 또 불만이 들어가서 냠냠거리는 우리는... 어린애인가!?(어이) 하지만 정말 오래 기다리긴 했어요. 그래서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 자세히 봤더니 일단 활어를 잡아오더니 바로 죽여서 처리하고 냉장고에 넣어서 숙성까지 정확한 시간으로 시켜서, 그외에도 뭔가 굉장히 꼼꼼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1시간쯤 지났을 때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데(물론 제가 알아차린 것은 아니고) 기대치가 모락모락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들어가려던 종류에 비해 굉장히 많은 종류를 주셨고 왠지 양도 무척 많은 것이 테이크아웃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일행들이 중간에 저를 팔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예인이라던가 대기업에서 온 사람들이라던가 기타등등 많은 사람들이 방문기를 남겨놓고 간 이 가게 주인 아저씨는 꼭 사진 한장 찍자고 하시길래 한장 찰칵. 가게 붙은 상장 등등을 보니 여러모로 요리사 경력이 화려하신 분이었습니다.

잽싸게 숙소로 돌아와서(10분도 안걸리는 거리) 회부터 먹었습니다. 광어와 황돔은 물론이고 소라, 개불, 전복, 자리, 참치... 아아, 회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눈을 빛내며 하악하악.

이건 진짜 좋았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두 접시를 다 비우고 나서 다들 '으윽, 한 사이즈 큰 걸로 사올걸ㅠㅠ'하고 후회했을 정도였어요. 엉엉. 우리가 왜 이만큼만 샀을까. 이렇게 맛있는 회인데... 아니, 이건 그 정도가 아니야. 친구 H의 감상에 모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감상은,


"이게 회라면 내가 여태까지 먹은 것들은 대체 뭐지!?"


살면서 지금까지 먹어온 회가 회 모양으로 만든 다른 무언가가 아니었을까 의심될 정도로 탁월한 맛! 수조에서 오랫동안 스트레스 받으며 비린내 풍기는 것도 아니고 싱싱함 그 자체인 활어를, 경력 화려하신 주인아저씨가 정말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서 만드시니 이런 맛이 나다니! 다른 회가 그냥 커피라면 이건 티오피? 다음에 오면, 제주도에 발 딛자마자 이 집에 전화를 걸어서 예약해놓고 두 배 이상의 양을 주문해서 먹기로 결의했습니다.

회는 정말이지 머릿속에서 활어를 끌어안은 아름다운 바다 소녀의 이미지가 춤출 정도로 맛있긴 하지만 양은 부족했기 때문에 다음으로 등장해주시는 흑돼지! 흑돼지를 호쾌하게 구워서, 맥주 한캔 뜯어서 벌컥벌컥 마시면서 처묵처묵! 여행의 처묵처묵 코스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끼 식사로 배를 채우니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다!

...아, 이렇게 여행기 쓰다 보니 또 가고 싶네. 역시 내년에도 한번쯤 가주지 않으면!(불끈)

해녀횟집 식당의 명함을 가져와서 찰칵. 훗. 시대는 디지털. 제가 이 명함을 내년까지 보존하고 있을 리가 없지만(...)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두면 포스팅만 뒤져보면 되니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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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카군 2010/09/07 21:42 # 답글

    아....늦은 시간에 테러를...
    스슥
  • Bani 2010/09/07 21:43 # 답글

    아...회... ㅠㅠ
  • YSW 2010/09/07 21:50 # 삭제 답글

    ...아....맛있겠다...ㅠㅠ
  • toRoad™ 2010/09/07 22:08 # 답글

    쩌.... 쩐다. ㅇ_ㅇ
  • DukeGray 2010/09/07 22:19 # 답글

    저기가 극찬만 가득하던 그 횟집이군요...
  • 로오나 2010/09/08 14:45 #

    그랬나요? 모르고 들어간 거라...
  • 지네 2010/09/07 22:25 # 답글

    그냥 찍었더니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야말로 만화같은 설정이군요!
  • 로오나 2010/09/08 14:45 #

    가끔은 이런 일도 있어야죠>_ㅇ
  • 가라나티 2010/09/07 22:28 # 답글

    ...ㅠㅠb;;;
  • savants 2010/09/07 22:32 # 답글

    요즘은 그냥고기/소고기한우 비유가 유행하더군요.
    으으 회.. 회는 역시 산지에서 먹어야 ㅠㅠ
  • 로오나 2010/09/08 14:46 #

    끝내줬습니다.
  • 알렉세이 2010/09/07 22:53 # 답글

    으아니~ 위장이 버틸수가 없다.ㅠ
  • 로오나 2010/09/08 14:46 #

    불곰님을 쓰러뜨릴 회님의 위용
  • 링캣 2010/09/07 23:14 # 답글

    여기 회는 그동안 먹었던 회가 시체살점(...)으로 느껴질 정도로 맛잇었죠....제주도 횟집 중에서도 가히 발군의 맛이었음!!!
  • 로오나 2010/09/08 14:46 #

    시체살점... 아니 맞는 표현이긴 한데(...)
  • 공주 2010/09/07 23:59 # 답글

    저 옷! 그날 봤던ㅋㅋㅋㅋ
    정말 요리사 장인정신으로 뭉친 분이시네요^^ 신선한 회뿐만이라면 저도 많이 먹어봤지만 진짜 침이ㅋㅋ
    고기도 때깔이 좋아요ㅠ 돈까스 먹었는데 구워먹는 고기가 먹고 싶다는;
  • 로오나 2010/09/08 14:46 #

    회와 흑돼지 콤보는 여행의 마무리로 부족함이 없었죠.
  • JinAqua 2010/09/08 00:24 # 답글

    기다린 보람이 있으시군요 ㅇㅂㅇ!!
  • 로오나 2010/09/08 14:46 #

    1시간 반 기다림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 주니어 2010/09/08 01:55 # 삭제 답글

    현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그런 회로군요! 구경도 못해봤습니다. 하핫.
    저도 기억해놔야겠어요. ^^
  • 로오나 2010/09/08 14:43 #

    정말 멋진 한방이었습니다.
  • 키르난 2010/09/08 08:49 # 답글

    아................. 올해 안에 꼭 제주도에 내려가야겠습니다.;ㅠ;
  • 로오나 2010/09/08 14:43 #

    제주도가 가을에도 그렇게 좋다는 이야기가...
  • 플로렌스 2010/09/08 09:48 # 답글

    1시간반...과연 전문! 굉장하군요.
  • 로오나 2010/09/08 14:43 #

    오래 기다릴 때는 '으악 회 만들면서 왜 이리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거야!'였지만 중간과정을 파악하고 먹은 뒤에는 불만 따위 증발.
  • rlaehgund 2010/09/08 12:28 # 삭제 답글

    지금 하시는 일은 접으시고 미식가의 길은 어떠신지...
  • 로오나 2010/09/08 14:42 #

    그건 돈 많고 시간 많고 왠지 물에 소금 한알갱이 섞으면 '아니 여기에는 소금이 섞였고 소금의 종류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
  • rlaehgund 2010/09/08 23:15 # 삭제

    그런 미식가들은 지겨워요! 맛있으면 맛있은거지, 무슨 소금 한알갱이 타령인지 정말.
  • 루첼 2010/09/08 13:32 # 답글

    제주도 에서는 역시 회죠!!
  • 로오나 2010/09/08 14:42 #

    그래서 먹었습니다!
  • 아즈나블대왕 2010/09/08 15:23 # 답글

    저게 회라면 제가 여태껏먹은 것은 그냥 카니발라이즈였나보군요. 회 맛있겠다.
  • 로오나 2010/09/08 17:00 #

    회 엄청! 진짜 엄-청! 끝내주게 맛있었습니다!
  • 카이º 2010/09/08 16:24 # 답글

    아... 좋은곳으로 잘 가신듯하군요 ;ㅅ;!
    저는 제주도에서 먹은 회가 어째 내륙보다 덜해서 ㅠㅠ 엉엉
  • 로오나 2010/09/08 17:00 #

    저런^^;
  • 2010/09/09 08:18 # 삭제 답글

    음식글이 올라올때마다
    제주도에서 살고싶은 마음이 증가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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