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펜더블 - 어떤 의미로는 여자의 쇼핑 같은 영화



'익스펜더블'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88년 시리오 H. 산티아고 감독, 케빈 더피스와 안소니 피넷티가 주연한 영화... 라는 것은 네이버 영화 정보에서 익스펜더블을 쳐보면 나오는 나오는 영화 이야기고(...) 우리가 찾는 '익스펜더블'은 역시 실베스타 스탤론의 남미의 외딴섬 초토화 프로젝트지요.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웹상에서 화제가 된 것에 비해 별로 흥행하지 못했지만 북미에서는 성공했고, 이미 실베스타 스탤론은 2 제작을 준비하면서 브루스 윌리스라던가 장 끌로드 반담이라던가 더 락 등을 출연시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론 무조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척 노리스와 스티븐 시걸을 껴서 악당도 올스타팀으로 꾸며서 한판 붙은 뒤 3편은 익스펜더블 vs 프레데터, 4편은 익스펜더블 vs 에일리언로 가는 거에요!(불끈)


전 액션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 구성이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 세련되고 묵직한 맛을 바라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액션영화 보고 싶어하는 사람한테도 추천하고 싶어하지 않아할 정도면 저도 재미없게 본 거 아니냐고요? 천만에요. 전 그야말로 대만족이었습니다. 단 하나, 실베스타 스탤론이 이연걸한테는 해도해도 너무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거 하나만 빼면 이 영화는 제가 기대하던 것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이건 최고에요. 브루스 윌리스와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한 자리에 모여, 왠지 사정 아는 사람이 보면 만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을 때 전 이 영화를 보며 감히 불만을 제기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이 영화는 흔히 이야기하는 여자의 쇼핑하고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몇번이나 지구를 구하고 인류의 평화를 지켜왔는지 아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는 스토리고 뭐고 다 필요없이 그냥 최고의 영화라 보는 내내 '우왕~ 신난다!'할 수 있지만 그들이 누군지 잘 모른다면 몇시간 동안 상영시간 내내 하품나고 지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함께 가게 안의 예쁜 구두를 전부 신어보고 옷을 입어보며 즐거워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따라다니는 내내 흐느적거리면서 이 힘겨운 시련의 시간이 제발 끝나달라고 기도할 것인가! 실제로 우리 앞줄에 앉은 커플은, 남자 쪽은 정말 신나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 옆에 앉은 아가씨는 그저 하늘에 대고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도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영화가 끝나서 일어날 때의 표정은 그야말로 드디어 지옥으로부터 해방됐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액션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서 보러 가는 영화가 아니죠. 실베스타 스탤론, 이연걸, 제이슨 스타뎀, 돌프 룬드그렌, 스티브 오스틴, 미키 루크, 랜디 커투어, 아놀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가 한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 따윈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어머! 이건 봐야해!' 모드가 되어서 어떤 혹평이 쏟아지건 상관없이 영화관으로 갈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그들에 대한 추억이 없다면 이 영화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스토리가 존재하긴 하는 건지 모르겠다던가, 왠지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고 보면 멋지지만 흐름을 따져보면 이놈들 대체 뭔 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싶은 그저 마초틱하고 하드보일드하기만 한 대사들의 향연이라던가, 하는 짓을 객관적으로 보면 뭔가 한도끝도 없이 태클을 걸고 싶고 쌈마이스럽다던가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장점으로 보이죠. 왜냐면 우리는 저들이 여태까지 무슨 짓을 해서 몇번이나 세계평화를 지켰는지 아주 잘 알고 있거든요. 요즘 배우들이 했다면 그저 쌈마이스럽기만 했을 그런 액션 연출이라도 저들이 하면 엄지손가락 처억 치켜세워줘야할 장면이 되는 겁니다. 솔직히 저 사람들이 전장에 나섰으면 총알 따위 알아서 피해주는 예의를 발휘해야죠. 안 그래요?


스토리는 엉망이니 뭐니 할 수준을 떠나서 그냥 완전한 실종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도대체 무슨 내용을 봤는지는 잘 모를 지경이지만(...) 하여튼 최고였습니다. 그저 스크린에 함께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웃다 죽을 뻔하게 만들어주는 장면들이 있었으며 불쌍하기 그지없는 악역들까지 있었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랄손가. 여기서 더 무엇을 바란다면 그것은 오로지 2편만이 충족시켜줄 수 있으리라. 거침없이 달려라, 실베스타 스탤론!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분이 듬뿍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매우 만족하면서 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었던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건 대체로 쓸데없이 무게 잡으면서 하드보일드하게 감정연기하려고 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이슨 스타뎀이 여자 잃고 으어으어 하는 부분이나 스탤론, 미키 루크 셋이 모여서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는 부분들이나. 하지만 미키 루크가 그때 뛰어내리는 여자를 말렸다면 내 영혼의 부스러기나마 주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는 부분은 좀 멋있었죠. 이 영화 속에서 오로지 미키 루크만이 제대로 된 연기를 할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 액션은 안했지만. 2편에서는 익스펜더블 팀에 합류해서 액션 좀 해주시라고. 설마 끝까지 합류 안하고 버틸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그딴 불만은 브루스 윌리스가 스탤론과 아놀드를 한자리에 모아 업계 1위를 다툰다고 말씀하시는 장면 앞에서는 깨끗하게 사라지고 맙니다. 아, 이 장면을 보며 어찌 감동하지 않을손가. 전 예고편에서도 본 장면을 디테일하게 보며 이렇게 감동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으어어... 쓰잘데기 없는 불만을 토로해서 죄송합니다. 이 영화에 나와주셔서 그저 황송할 따름이옵니다ㅠㅠ

아, 근데 진짜 이연걸은 좀 너무하더군요. 내 몫 좀 더 줘, 작아, 작아, 작아... 게다가 액션에서까지 밀리다니ㅠㅠ 뭐 주연급 아닌 인간들과 붙을 때는 너무 잘 싸웠지만 그래도 좀_no 이연걸도 헐리웃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지라 비중을 살리기 위해 그런 캐릭터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말이죠. 결과적으로 정신없이 내달리는 영화 속에서 꽤 큰, 아마도 스탤론과 스타뎀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긴 했으니.

대사빨이나 액션이나 요즘 젊은 배우들이 했다간 뜬금없다는 느낌에 손발이 오그라들만한 것들이 많았지만 이 양반들이 하니 멋지게 보인다는 것은... 역시 콩깍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역시 스탤론의 '나보다 빠른 것은 빛밖에 없어.'


액션은 부분부분 뭔가 바보같지만 멋있어! 라는 느낌인데 예를 들면 처음에 탈출할 때 비행기 앞부분이 열리고 거기서 스타뎀이 나왔을 때 진짜 완전 빵. 그 후에 부두를 폭격하는 장면이 멋지긴 했지만 왜 거기서 사람이 나오는 거야; 진짜 웃다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그리고 막판에 스티브 오스틴이랑 랜디 커추어 싸움은 완전 프로레슬링이었죠. 그 직전에 스탤론이 와! 와보라고! 하니까 스티브 오스틴이 전심전력으로 달려가서 래리어트를 먹여서 날려버릴 때는 '우와, 진짜 아프겠다'라는 생각이 팍팍. 사실 전 격투기나 프로레슬링을 잘 몰라서 스티브 오스틴과 랜디 커투어의 싸움은 그냥 프로레슬링이네, 우하하, 하고 끝났는데 그쪽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다음 기술은 그거야!'라던가 '아니! 왜 그 기술을 피니시로 쓰지 않는 거야!'하면서 불타오르더군요.


근데 이 영화는 진짜... 바늘 하나 찾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어울리다니. 이놈들 독재자와 그놈을 뒤에서 농락한 악당은 그렇다고 쳐, 그런데 그 부하들은 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초토화를 당해야 하나. 성을 폭파시키고 병사들 싸그리 쓸어버리고 수로 따라서 폭염을 터뜨리더니 헬기를 날리고... 그만큼 부숴놓고도 모자라서 '부두를 쓸어버려!' ...이놈들 오기 전까지는 독재자가 좀 괴롭히긴 했어도 차라리 평화로웠던 섬을 이렇게 참혹하게 파괴하다니, 으어어어ㅠㅠ


로맨스는 스탤론도 자기 나이 의식했는지 안하고, 이건 무슨 손녀 구하러 간 할아버지 같은 느낌? 마지막까지 키스 한번 없고 말이죠. 어디까지나 자기들은 쓰레기니까 신념 있는 가치 있는 인간을 구하는 것이 곧 썩어부스러진 자기 영혼의 부스러기나마 구하는 거다... 라는 건데 미키 루크가 분위기 잡고 말해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은 좋았지만 여전히 스토리를 따져보면 안드로메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도대체 독재자와 그 딸이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점 때문에 틀어진 이유가 무엇인지는 설명이 안되고.

스탤론이 나이를 의식하는 장면이나 대사는 여러번 나오는데, 그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왠지 현실의 자신들을 투영한 듯한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게 살짝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하긴 그게 또 맛이기도 하겠지만.




덧글

  • shyni 2010/09/02 17:18 # 답글

    저랑 같이본 누님이 이런 의문을 표했다죠.
    '저 섬에 남자들 저렇게 다쓸어버리면 누가 재건해?'
    저도 차마 답을 못하겠더군요......
    스텔론이 마지막에 통장 하나 쥐어준건 그런 의미에서 쥐어줬을꺼라 믿습.. (퍽!)
  • 로오나 2010/09/02 17:25 #

    제가 보기엔 푼돈 좀 든 통장 쥐어주고 폼잡아보려는 수작으로밖에 안보입니다. 그들이 부순걸 재산가치로 환산하면 통장에 들어있는 돈 따윈 상대도 안될게 틀림없.....
  • DukeGray 2010/09/02 17:43 # 답글

    확실히 액션에 심취하다보니 너무 많은 희생자가...
  • 로오나 2010/09/03 03:13 #

    바늘 하나 찾으려고 초가삼간을 초토화.(...)
  • 알렉세이 2010/09/02 17:56 # 답글

    저는 스티브 오스틴이 스터너를 써주고 이연걸이 불산무영각을 써줬으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 더 락이 2편에 나온다면 피플스 엘보우나 락 바텀을 써준다면...아아.ㅠ
  • 로오나 2010/09/03 03:13 #

    그렇게 만들어줬다면 전 이 작품에 200만포인트를 주었을 겁니다.(...)
  • 시로야마다 2010/09/02 18:10 # 답글

    슈퍼로봇대전이라는 유명한 게임이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로봇애니가 한자리에 모이는 크로스오버 게임으로.
    게임성같은건 재쳐두고 좋아하는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꿈의 공연을
    펼친다는것 만으로 인기를 끈 작품이죠.

    그래서 어느 분은 슈퍼액션대전(...)이라고 이 영화를 칭하더군요.
    그래서 보러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과 돈이...(훌쩍)
  • 라세엄마 2010/09/02 18:29 #

    ....그럼 이제 익스펜더블 2,3,4차, MX 나가 주시고 슬슬 알파 시리즈쯤 나갈 때에는 액션배우들이 익스펜더블 출연하려고 격투기 배우고 3D캐릭터들 등장해선 나중에 걔네들만 모아서 OG시리즈 나오고 하는 건가요[..]
  • 라세엄마 2010/09/02 18:30 #

    그리고 슈로대 게임성 좋음여 슈로대 까면 사살임요
  • 로오나 2010/09/03 03:18 #

    언제 한번 슈퍼헐리웃대전을 하면 재미있겠죠.(웃음)
  • 군중속1인 2010/09/02 18:34 # 답글

    음.....이건 양키나와서 본격 다 부셔버리는영화니까요 스토리를 기대하면 안되는 겁니다 (응?)
  • 로오나 2010/09/03 03:18 #

    그렇죠 본격 양키 나와서 다 때려부수는 영화.
  • 타누키 2010/09/03 01:55 # 답글

    이상하게 메인인 스텔론의 영화들을 안봐와서 그런지 종합선물세트인 이 영화에 몰입이 덜되는게 아쉽더군요.
    평소 봐오던건 브루스와 이연걸, 스태덤 정도인데 브루스는 만담캐릭이고 이연걸은 동양인의 처절한 면만 ㅠㅠ
    그나마 스태덤인데 자신이 주역이였던 영화보단 액션성이 덜한 것 같아서....
    다음편엔(어?) 좀 더 많은 스타들이 투입되어 엑스맨처럼 난투극을 벌여줬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 로오나 2010/09/03 03:18 #

    그거 정말 아쉬운 일이군요. 다음편에는 더 많은 스타들이 나올 겁니다.
  • 여름이슬 2010/09/03 02:27 # 답글

    진짜 보면서 아 이 사람들 존내 즐기면서 찍었겠구나.. 싶더군요.
  • 로오나 2010/09/03 03:19 #

    솔직히 스탤론 아니면 못찍었을 영화에요. 스탤론이 각본 감독이라는게 아쉽지만 그가 아니고선 애당초 찍을 수도 없는 영화...
  • D백작 2010/09/03 04:26 # 답글

    그리고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는 익스펜더블 VS 마블 히어로즈, 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시걸에 의해 목이 꺾이는 슈퍼맨이 보고싶어요!! 척 노리스의 돌려차기에 의해 한줌 재가 되어버리는 아이언맨도 보고싶습니다!
  • 로오나 2010/09/03 11:54 #

    그거 참 좋군요!
  • 리하이트 2010/09/03 17:30 # 답글

    이연걸이 난쟁이 취급이라니 슬프더군요 ㅠㅠㅋㅋ
  • 로오나 2010/09/03 18:51 #

    진짜 스탤론 이연걸에서 무슨 억하심정이 있나 싶었던ㅠㅠ
  • zeprid 2010/09/04 00:18 # 답글

    노게이라 가 엑스트라 수준으로 나온것은 좀 아쉽던.. 근데 노게이라는 그라운드 스페셜리스트라 그런건가;;
  • 로오나 2010/09/04 16:28 #

    노게이라가 나왔었나요.(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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