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 - 냉전시대의 괴담과 아름다운 슈퍼 스파이




본격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와 엑스맨의 세이버투스가 같은 스크린에 등장하는 하지만 크로스오버는 절대 아닌 영화 '솔트'. 평은 전체적으로 좀 나쁜 편이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내한이 잘 먹혔는지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첫주 '인셉션'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더군요. 사실 마케팅에 낚이지만 않으면 머리 비우고 볼 여름용 액션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재미있게 봤거든요.(친구는 기왕 초인 스파이물이라면 냉전시대의 괴담대로 초능력 부대 정돈 나와줬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라고 평하고 있고)


이 영화는 마케팅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사실 마케팅만 보면 CIA 요원인 솔트가 러시아 이중스파이라는 혐의를 받았는데 상황이 꼬이고 꼬여서 어쩔 수 없이 도망치면서 아군하고도 싸우고, 적군하고도 싸우고 자신의 복권과 가족의 안위까지 책임져야 하는 에블린 솔트의 미션 임파서블! ...인데 그런 내용 아니거든요. 저런 내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성이 전혀 다르거든요. 덤으로 뒤통수 때리는 반전 같은 것도 없어요. 저런 내용 기대하고 가면 딱 초반까지만 만족할 것이고 중반으로 접어드는 순간 기대감이 완전히 박살나면서 벙찌게 되어버립니다. '뭐야 이거?' 그 다음에 남는 것은 배신감 뿐일테니 영화를 머리 비우고 즐기긴 어렵겠죠.

이건 역시 여름 영화답게 내용보다는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안젤리나 졸리의 쿨하고 시크한 모습이 제일 눈여겨볼 포인트고요. 안젤리나 졸리와 액션을 보러 가서 그 두 가지를 즐기면 다인 영화죠. 극중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이 여러번 변하는데 마치 격투게임의 캐릭터 컬러가 1P 2P 3P 4P 버전으로 변하는 것을 보는 듯한 즐거움도 있고 헐리웃의 분장기술은 정말 대단하다 싶은 부분도 있어요. 마지막에 스탭롤이 시작될 때 감독과 안젤리나 졸리의 이름을 비롯, 몇몇 비중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뜨는데 거기 코스츔 담당이 뜨는데 왠지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큰일을 해냈죠. 전 작중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보여준 모습 중에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포스터보다 저 포스터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이미지를 한장에 다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액션도 초반의 추적씬을 비롯해서 대체로 다 좋았어요. 저게 말이 되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사실 주인공 보정으로 넘어가줄만 하죠. 안젤리나 졸리는 초인 스파이물의 주인공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는데 그러면서도 좀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곤 해서 거부감도 느껴지더군요. 초반에 고문 당해서 피투성이가 되는 것도 그렇고 작중에서도 그렇고... 어쩌면 여자를 저렇게 패냐ㅠㅠ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내용의 구성을 논하기 이전에 소재가 심히 낡았다는 점.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시대, 그 긴장감이 남아있던 시절에나 통용될 법한 초인 스파이물을, 그것도 그 시절의 괴담에 가까운 소재를 요즘 시대에 끌고 와서 만들다니 이거 당시에 그런걸 즐겼던 사람이라면 그리운 맛이 있겠지만 안 그런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이런 소재가 왠지 일본 만화, 그것도 미소녀물 등등에서 종종 보이긴 하는데 그 시절의 유산이라거나 하는 양념으로 쓰지 그걸 메인에 두진 않잖아요^^;



그럼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까면서 재미나게 즐겨봅니다.



역시 헐리웃의 차세대 주적은 북한인가. 갑자기 북한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어라라? 했습니다. 솔직히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이놈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점. 그건 북한말이라기보다는 어설픈 한국어인데 자막 없으니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고 거기에 어설픈 영어까지 섞여나오니 이건 진짜 혼돈의 카오스. 안젤리나 졸리는 정말 처참하게 고문당하고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라니^^;


솔트가 진짜 러시아 스파이였다는 부분은 반전이라기보다는, 저 마케팅에 낚여서 간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벙찌게 만드는 내용이랄까^^; 그것도 영화 초반을 벗어나자마자 대놓고 질러버리니 솔직히 좀 어이없는 느낌이긴 하죠. 게다가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진짜 러시아 스파이라니 이거 좀 너무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고요. 진짜 반전이라고 준비한 쪽은 세이버투스... 아니 윈터가 실은 데이-X를 위해 준비한 마지막 카드였다는 점인데 이건 솔직히 뻔했어요. 그럼 그렇지, 하는 느낌.

그녀가 스파이가 된 과정은 그야말로 냉전시대의 괴담이죠. 어려서부터 부모는 죽은줄 알았지만 사실은 살아서 스파이로 훈련받아서 미국에 다른 아이와 바뀌어서 침투해서 데이-X를 기다린다는 설정은 뭐랄까... 이쯤 되면 진짜 초능력 부대가 나와줘서 우르릉 꽝꽝 퍼퍼퍼펑 해줬으면 차라리 소재적으론 더 재미있었을지도?


솔트를 바꾼 남자 마이크는 진짜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더군요. 진정한 나이스 가이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데 너무 쉽게 죽여버려서 막 안타까웠음. 그 부분이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사실 솔트는 이미 '동지들'을 심적으로 배신한지 오래였고 그들의 계획대로 움직일 이유가 없었죠. 다만 마이크를 구하기 위해서 그들의 계획대로 움직이면서 엿먹이기 위한 복선을 깔아두었을 뿐인데 마이크가 너무 쉽게 죽어버려요. 그 후에 이어지는 전개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이 암울해서 나름 인상 깊지만 여기서는 그냥 헐리웃 영화의 공식대로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고 누명도 벗는 해피한 전개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마이크가 죽었을 때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마이크와 관련된 것이 회상으로만 그녀에게 소중하다는 것이 회고되고 정작 현실에서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없으니 그런 부분이 좀 약해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마이크가 죽고 나자 자신을 신뢰하게 된 '동지들'의 허를 찔러서 몰살시켜버리는 부분은 이 영화에서 가장 멋졌던 부분입니다. 긴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쿨하고 시크한 표정으로 그들을 학살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스타일리쉬 바이올런스의 결정체.


마지막 엔딩은 진짜 복수는 했고 미국도 지켰지만 꿈도 희망도 없게 끝나버려서 먹먹하더군요. 세계제일로 재수없는 2012의 악당 에이드리언...이 아니고 CIA 동료 피바디는 심증만으로 묵언의 거래를 해서 솔트를 놓아주었을 때, 물속으로 뛰어든 그녀가 헐떡거리면서 나와서 검은숲 사이를 달려가면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꽤나 인상깊었습니다. 실은 뒷맛이라도 좀 깨끗하도록 엔딩 스탭롤 후에 쿨하고 시크하게 군중들 사이를 걸어가는 솔트의 모습이라도 넣어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냥 뒷맛 지저분하게 남겨둬버리더군요. 흑흑.



덧글

  • Bani 2010/08/04 17:19 # 답글

    ... 근데 저런 시나리오가지고 안젤리나 졸리라니 ;ㅁ; 배우가 아까운 시나리오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감독하신분은 '반드시 2를 찍고싶다'라는 염원을 담아서 엔딩을 만드신거 같은데..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 로오나 2010/08/04 17:21 #

    졸리의 말대로 액션과 드라마가 다 있는 시나리오긴 했죠. 다만 소재가 시대착오적이었고 드라마적인 요소를 별로 부각시키지 못했을 뿐.

    지금 흥행으로 보면 좀 어려워보입니다^^;
  • Uglycat 2010/08/04 17:50 # 답글

    완전 바보 되는 느낌이었다니까요...!
  • 로오나 2010/08/04 19:29 #

    얼씨구나! 월척!

    ....
  • SilverRuin 2010/08/04 17:51 # 답글

    후속작으로 드라마 하나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네요. 스토리만으로 스포일링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 로오나 2010/08/04 19:29 #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솔트 역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도.(...)
  • 2010/08/04 18: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10/08/04 19:30 #

    뭐 일단 미국에 있는 잔당들과 맞서 싸우지 않을까요. 아직 솔트무쌍이 펼쳐질 적수는 많다는 식으로 이야길 흘렸으니.
  • 나태 2010/08/04 18:54 # 답글

    러시아는 힘 다 빠져서 나와봤자 빅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중국을 건드리자니 진지하게 화낼거같아서 좀 그렇고...그렇다고 북한을 건드리자니 현실과의 괴리가...길잃은 헐리우드의 어린양들이 가엾네요.
  • 로오나 2010/08/04 19:30 #

    만만한게 남미랑 중동이죠.(...)
  • 풍신 2010/08/04 19:27 # 답글

    미국 영화에서 포루투갈어, 스페인어(는 조금 나으려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예를 들어 알렉시스 브레델의 스페인어는 수준급...이라고 해도 한데 아버지가 아르헨티나 인으로 스페인어 배우고 자랐으니...), 한국어, 일본어가 나오면 대략 난감한 수준으로 나오죠. (뭔가 이해하기 불가능한 소리들이...)
  • 로오나 2010/08/04 19:30 #

    일본어는 그래도 좀 나은 것 같아요 한국어보다는. 일본 인력이 한국 인력보다는 많아서 그런지.
  • Ragna 2010/08/04 21:30 # 답글

    저도 꽤 재밌게 봤어요~졸리 짱 졸리>_<b 다만, 마지막에 '반전의 인물'이 그 두 도시 말고 러시아의 수도를 가격했다면 설득력이 조금은 더 있었을지도요..(우리를 이렇게 만든 조국을 용서할 수 없어! 우어어! 모드로요) 2편 제작 소식이 들려올 것만 같은 영화였습니다~
  • 로오나 2010/08/05 14:12 #

    근데 별로 러시아를 증오하는 것 같진 않아요. 말하자면 솔트는 망가진 개체인 거죠. 2편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흥행을 보면 좀 어려울 것 같기도...
  • SARAH 2010/08/04 22:41 # 삭제 답글

    한국어를 어눌하게 하는 미국의 남한인이 북한말을 하고 있었지요...암튼 전 마케팅에 낚였을 뿐이고, 중반 이후부터는 걍 졸리만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장은 좀 짱이었어요 'ㅛ');;
  • 로오나 2010/08/05 14:12 #

    코스츔 담당이 메인으로 올라올만 하죠.
  • 고어씨 2010/08/04 22:56 # 답글

    앤딩 연출은 좀 아니었지만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봄니다.
  • 로오나 2010/08/05 14:12 #

    그 부분은 계속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다가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을 냈다는 점에서는, 어디까지나 그것으로 보자면 인상적이었습니다.
  • 잠본이 2010/08/04 23:20 # 답글

    사실 최대의 반전은 ○○○가 너무나 어이없게 죽는다는 거... 할리우드영화에서 이래도 되는거야?

    그때 감정을 억제하고 로스케들 속여넘기는건 이해할만한데 걔네들 다 쓸어버린 뒤에라도 남몰래 터져나오는 감정을 약간이라도 보여줬더라면 좀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로오나 2010/08/05 14:13 #

    네. 제가 아쉬운 부분도 그것이었습니다. 감정을 회상씬으로만 보이지 말란 말이야_no

    ㅇㅇㅇ는 진짜 좋은 사람인데ㅠㅠ

    솔트의 스토리 자체는 전형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라고 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갈 정도로 막나가죠;
  • AyakO 2010/08/05 01:25 # 답글

    가위만 든 세이버투스는 역시 안 된다는 영화(...)
  • 로오나 2010/08/05 14:13 #

    며, 명답...!
  • 메이 2010/08/06 13:05 # 답글

    엄마와 동생과 제가 한꺼번에 낚였죠....초반에는 정말 와왓! 했다가 결말이 빤히 보여서 나올때는 그냥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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