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 이건 아무래도 마케팅이 안티 같다

혹평이 너무 많이 보여서, 하다 못해 시사회 다녀온 사람도 '안젤리나 졸리는 정말 멋졌지만 영화는 추천 안할래요'라고 할 정도로 평이 안 좋은 편이라 볼까 말까 꽤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함께 본 지인이 안젤리나 졸리 주연이니까 무조건 볼 거라고 주장했고, 이번주 개봉영화 중에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머리 비우고 액션이나 즐기러 가자는 생각으로 보러 갔어요.

...근데 이거 의외로 재밌네?

기대치를 바닥까지 낮추고 간데다가 솔직히 좀 시덥잖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묘미가 없었던 반전 중 하나는 감상문 제목을 앗싸리 스포일러로 질러주시는 분들 때문에 알고 보러 갔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플러스가 된 느낌. 나를 놀라고 즐겁게 해줄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라고 기대를 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반전은 엄청 시시하다고 하니까 그보다는 안젤리나 졸리의 근사한 모습과, 액션에 치중해서 보자고 한게 아주 딱 맞아떨어졌달까.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CIA 요원인 솔트가 러시아 이중스파이라는 혐의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도망치면서 아군하고도 싸우고, 적군하고도 싸우면서 자신의 복권과 가족의 안위까지 책임져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가! ...라는 식의 마케팅을 보고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실제 영화가 완전히 다른 노선이라는데 있다고 봅니다. 영화 초반에는 그런 기대감을 유지할 수 있는데 후반까지 갈 것도 없이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접어드는 순간 그 기대감이 완전히 박살나버려요. 그 다음에 남을 것은 배신감 뿐일텐데 그런 상황에서 머리 비우고 즐기긴 어렵겠죠.

제 경우는 그런 기대감을 처음부터 아예 안 갖고 갔기 때문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액션은 꽤 만족스러웠어요. 초반의 추격씬도 그렇고, 즉석 폭탄 제조부터 시작해서 저게 말이 되나 싶지만 액션영화니까 다 용서되는 액션들도 속도감 있게 잘 연출했고 안젤리나 졸리의 미모를 이용해서 냉혹하고 멋진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도 좋더군요. 안젤리나 졸리는 초장부터 진짜 여주인공이 이렇게 맞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피투성이가 되는데, 그 맞는다는 게 묘하게 현실감이 강해서 그건 좀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뭐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즐길만한 포인트는 역시 안젤리나 졸리가 보여주는 멋진 이미지죠. 초인적인 유능함을 보여주면서 얼굴에 철판 깔고 아무렇지도 않게 물건을 훔쳐서 상황을 커버하는 게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외모가 시시각각 변하는데 개인적으론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가장 멋지더군요. 그 상태로 중간에 배에서 적들을 전부 싹쓸이하고 나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쿨하고 시크한 도시의 바이올런스녀.

내용은 요즘 시대에 낡은 냉전시대 떡밥을 들고 나오니까 약간 깨는 느낌이랄까^^; 반전이 시시하니 어떠니를 떠나서 소재 자체가 상당히 낡은 느낌이에요. 마케팅용으로 사용된 러시아 이중스파이 의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깊게 들어가버린, 냉전시대의 괴담에 가까운 스파이 이야기를 끌고 와서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이런 식으로 몰고가니 왠지 실소를 머금게 되더군요. 하긴 그런 낡은 부분 때문에 외려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도 있긴 하지만요. 전개상 반전은 정말 뻔하고 시시하긴 하고, 감정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게 부족한 느낌이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꿈도 희망을 잘라내가는 전개는 좀 짜증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솔트의 앞날을 암시해주는 듯한 마지막 장면만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덧글

  • 나태 2010/07/31 17:44 # 답글

    본 시리즈만 못한가 보군요. 인셉션 보길 잘했군.

    이건 나중에 DVD나 VOD나왔을때 느긋하게 봐야겠어요.
  • 로오나 2010/08/01 00:06 #

    본 시리즈랑 비교하는건 무리.
  • 잠본이 2010/08/01 00:35 #

    작품으로서는 확실히 본 시리즈만 못한데...
    솔트라는 캐릭터 자체는 본 못지않게 암울합니다(...)
  • 로오나 2010/08/01 00:43 #

    그건 그렇죠. 암울해요, 정말로. 맨 마지막 장면이 그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쨌든 작중에서 보여준 뻔뻔하면서도 시크한 이미지는 매력적이었고요. 물론 안젤리나 졸리였기에 그런 이미지였겠지만.
  • copacetic 2010/08/01 10:56 #

    개인적 감상으로는 인셉션보단 짜임새는 좋았습니다.
    설득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인셉션은 지나치게 과장평가돼있음-ㅅ-;;
  • TokaNG 2010/07/31 18:57 # 답글

    저도 꽤 재밌게 봤습니다.
    차 지붕을 방방 날아다니는 졸리 누님, 참 용감하기도 하시죠.
  • 로오나 2010/08/01 00:06 #

    근데 너무 처참하게 맞음;
  • 수룡 2010/07/31 22:38 # 답글

    여자가 한을 품으면 먼치킨이 되는 영화죠(...)
  • 로오나 2010/08/01 00:06 #

    근데 실은 한을 품기도 전부터 먼치킨.(...)
  • Uglycat 2010/08/01 00:02 # 답글

    저는 오랫만에 플롯을 엉망으로 짜맞춘 작품을 보았어요... -┌
    그 무엇 하나 시원하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없었으니...
  • 로오나 2010/08/01 00:08 #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을만큼 모호한 구석은 하나도 없던 영화 같은데요^^;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CIA 요원인 솔트가 러시아 이중스파이라는 혐의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도망치면서 아군하고도 싸우고, 적군하고도 싸우면서 자신의 복권과 가족의 안위까지 책임져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가! ...라는 식의 마케팅을 보고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실제 영화가 완전히 다른 노선이라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방향의 기대감을 애당초 버리고 보면, 이 영화는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뭐 기대치가 낮았던 탓도 있긴 하겠지만요.
  • rumic71 2010/08/02 20:10 #

    영화는 아주 아주 단순무지 순진무구했지요. 저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졸리 보러 가는거다 하고 갔습니다만, 졸리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도 2% 부족했고...
  • AyakO 2010/08/01 00:43 # 답글

    좀 엉성한 부분이나 CIA와 SS가 너무 개쪽을 심하게 판다는 게 있었지만(...) 전 꽤나 만족스러웟습니다 ㅎㅎ
    세이버투스는 처음 본 순간부터 너무 뻔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두침침한 엔딩도 의외로 괜찮더군요. 그 뒤를 보여주는 2편이 나오면 좋을텐데 쟁쟁한 대작들에 눌려서 힘들려나요(...)
  • 로오나 2010/08/01 00:51 #

    네. 그는 너무 뻔했죠.

    엔딩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운명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게 참.
  • Nine One 2010/08/01 10:57 # 답글

    이제 남은 것은 다시 USP 마치 쌍으로 들고 다 쓸어버리는 것만 보면 되는거죠?
  • SARAH 2010/08/01 16:22 # 삭제 답글

    저도 마케팅에 완전히 낚여서 중반부부터 응-_-?????????하면서 스토리를 쭐레 쭐레 쫓아갔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졸리의 남장씬이군요.
  • 로오나 2010/08/02 12:31 #

    중간부터는 마케팅에 낚여서 보면 어어어? 할 전개죠. 졸리의 남장... 아 확실히 헐리웃의 분장기술은 대단하구나 싶었음.
  • 키리기 2010/08/02 11:15 # 답글

    요즘은 아예 기대를 낮추고 가는것도 방법중하나같아요. 나름 재밌네? 나름 괜찮네 막 이러면서 보게 된다는 ㅎㅎ
  • 로오나 2010/08/02 12:31 #

    영화를 볼때 기대감을 조절하는건 가장 중요한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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