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어떤 작품을 볼때 해피엔딩을 바라게 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비극적인 엔딩, 혹은 슬픔이 섞인 복잡미묘한 엔딩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이 이야기의 올바른 결말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블랙 라군의 경우는 별로 행복한 결말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온갖 폼을 잡아가며 시커먼 기운을 풀풀 뿌리다가 입맛이 쓴 비극을 맞이하더라도, 이 이야기에는 오히려 그게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길게 끌어온 폭주 메이드(?)편을 마무리짓는 이번권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이렇게 결말짓기에는 로베르타가 너무 멀리 가버렸다는 느낌이었고 이미 휘말려들어서 죽은 인간이 몇인데 마지막에는 '우린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 선량한 인간이고 너흰 이미 글러먹은 개들이야. 위험은 좀 감수하게 만들었을지언정 우릴 살려주고 이렇게 좋은 결말을 맞이하게 해준건 사실 전혀 감사할 일도 아니니까 넌 평생 그렇게 살다 뒈져라'라니 보면서 내가 록이었으면 저 셋을 그냥 싸잡아서 쏴버리고 상큼하게 웃으며 돌아서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지경. 여기서는 그냥 도련님과 로베르타가 죽고 도련님은 독심을 품고 파비올라랑 돌아서는 게 가장 좋은 엔딩이 아니었을까. 사실 개인적인 희망사항을 추가하자면 로베르타와 도련님이 서로 크로스 카운터 찍고 죽고 파비올라는 확 돌아서 폭주하려고 하다가 레비한테 한방 맞고 이승 하직해줬으면 완벽했겠다 싶습니다. 이만큼 악의적인 상상을 하게 되는 이유는 도련님과 파비올라가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이 너무나도 역겨웠기 때문이죠.
록이 제대로 악당이 된 것처럼 묘사한 것은(특히 표정) 억지가 지나쳤다는 느낌밖에 안 듭니다. 생각해보면 이 녀석은 어중간하게 착할 뿐 이미 맛간 도시에는 잘 적응해서 살고 있었죠. 그가 어떤 의도로 움직였건, 마음 속에 정말 파비올라가 단정지은 그런 마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들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더니 도련님과 파비올라는 정말 역겹군요. 이봐, 팔다리 멀쩡하게 붙은 놈들이 자기 일 해결하는데 밥숟가락 들어서 다 떠먹여줘야 하나? 무리한 해피엔딩을 요구했으면 적어도 자기가 위험을 감수하는 건 당연하게 여겼어야지. 그렇게 안하고 그냥 로베르타를 쏴버리는 결말로 끌고 갔으면 이놈들은 또 그걸로 록을 욕했겠지?
도련님이랑 파비올라는 나이도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남 등쳐먹은 다음 자기는 희희낙낙거리기 위한 인생발판을 아주 잘 마련한다는 느낌이라 현재까지 블랙 라군에 등장한 모든 인물들을 통틀어 가장 추악한 인물로 등극해주는군요. 거기에 속죄 운운하시는 캑스턴 소령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상관없는 부하나 전우가 좀 죽은들 어때? 그냥 나만 떳떳해지면 그만이지' ...어이쿠, 마인드 한번 멋지십니다. 끼리끼리 논다고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도련님이랑 쿵짝이 맞았겠지.
야쿠자 편에서 총알가르기 하는걸 보면서도 영 꽝이라고 생각했지만 결말로 다 상쇄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권은 반대로 쌓아올렸던 모든 것을 결말 하나로 와장창 날려버리는 느낌. 심지어 8권에서 폭주를 예고해서 기대하게 만들었던 발라이커조차도 어중간하게 자기연민이나 보여줘서 벙찌게 만들어주질 않나.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지켜오던 선을 확 벗어나서 헛다리를 짚었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작품이라면 모를까 '블랙 라군'에서 이러는 건 좀 아니지. 부디 앞으로는 저 역겨운 도련님과 메이드 친구들은 두번 다시 등장시키지 말고 원래대로 총염의 지옥에 앞뒤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광견들의 이야기를 시커멓게 그려주길 바라주길 바랍니다.
덧글
아, 물론 그건 짱이었죠.(...)
확실히 마지막 엔딩장면만 빼면 뭐 그냥저냥 볼 만했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병크..
판은 오살나게 커졌는데 주인공들은 허접하기가 이를데가 없으니
괜히 오바해서 없는 애들 중심축 가까에에 붙여놓으려고 무리수 쩔음.
칼들도 톱들고 권총쓰고 표창던지는, 뭔가 판타지를 자극하려는 캐릭터 애들이
기관총들고 특작부대끼리 지지고 볶고 하는데 끼어들다가 결국 아웃되는데에선 실소가 허허허.
나중에 레비는 열등감 포인트 찔려서 애하고 총갖고 장난치는데 가서는 보는놈이 다 낮뜨거움.
록 이놈이야말로 제일 나이롱인데, 8권부터 차 안에서 전화통화 할때부터 세상 달관한듯 오만
개폼은 다 잡더니만 말로 있는척 없는척 다 떠들면서 자기 이판에 끼어있는거 그럴듯
상황조각하려고 독자들 보란듯이 말빨만 세움.
lol
뭐랄까 일본 만화는 장르나 작가를 안가리고 일종의 미장센적으로 그려내는
등장인물의 정신적 각오랄까요 그런걸 지나치게 미화하는 감이 있는데
블랙 라군도 여지없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걸 보니 참....-_-
근데 그걸 떠나서 이건 그냥 어이가 없어요.
착한척 하겠다, 삽질하다 널브러진건데 왜 콜롬비아 여자애기는 엄한데다 총질임?
진짜 쓰레기 같은 것들.
록이 비뚤어지면(...더이상?...) 다 니들때문이야!
뜬금포를 연이어 작렬시키더니 엔딩에선 그냥 병크 터뜨리는 느낌이더군요-_-
가차없이 살육전을 벌일땐 언제고 느닷없이 왠 잡설교를 하며 가치운운
하는데선 그냥 어이상실-_-
한데 문제는 이번 9권에서는 그렇게 매끄러운 악당으로의 변모가 없었나 보군요.
랄까 그 전에 록을 비난하는 것 자체가 엄청 포인트가 어긋나있습니다.
록의 표정은 썩을대로 썩어 이미 누군지 모르겠고.
높다는 분들은 난 알거 다암 ㅇㅇ ㅋㅋ 잘들해보삼 ㅋㅋ 이러고 있고.
로베르타 나올때는 앗싸! 였지만 차라리 지금은 안나오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차라리 라세엄마님의 의견이 훨씬 좋은 스토리흐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베르타가 인간포기한거야 뭐 블랙라군이 원래 그런거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도련님이랑 파비올라가 깨끗한척하는건 진짜 토가나왔고 진짜 자기만족위해서 자기부하 쏴버린 머릿속이 꽃밭인 놈은 진짜 만화책 빌려왔단것도 까먹고 찢어버리고싶었습니다.
사실 초반에 도련님이 챵하고 대화할때 쎈척하면서 나올때부터 이번편은 뭔가 이상할것같다 싶어서 그냥 대충보려고 별생각없이 페이지를 휙휙 넘겨버려서 그런건지 도대체 도련님이랑 파비올라가 뭘믿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댔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아직까지 점마들이 어떻게 살아있는건지 모르겠음. 무슨 패왕색 패기를 쓰나 오만 개소리 다지껄이는데 아무도 제제를안해) 마지막엔 진짜 욕밖에 안나왔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