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비엔푸 1권 - 모놀로그에 반해서 본 만화


만화를 문장에 반해서 본다니, 우스운 일이지만 보고 나서 문장에 반한 케이스라면 가끔 있었죠. 비교적 최근에는 '마왕 JUVENILE REMIX '를 보다가 만화 전체의 테마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 듯한 '클라레타의 스커트를 고치자'라는 대사에 반했었습니다. 저 작품을 보지않으면 왜 좋은지 알 수 없는 문장이긴 하지만요.

이 작품의 경우는 뒷표지에 나와있는 프롤로그의 모놀로그에 반해서 샀습니다. 총판에 가서 표지를 봤을 때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웹툰풍 이야기라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뒷표지를 보니까 전혀 아닌 거에요. 덤으로 제목은 하필이면 디엔비엔푸고 말이죠. 왠지 모르게 마음을 붙잡는 문장이 나열되다가 마지막에 '1965년 1월.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모른다.'는 끝맺음에서 필이 꽂혀버리고 말았어요. 가격은 75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사고 나서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2권이 나오면 1권부터 다시 한 번 죽 읽어내려갈 계획. 근데 생각해보면 배경은 1965년이고 미군하고 열심히 치고받는 베트남전 배경인데 어째서 디엔비엔푸를 제목으로 한 것인가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

표지만 보면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잔혹무비한 전쟁만화라는 느낌은 요만큼도 안드는 '디엔비엔푸'입니다만 본편으로 들어가면 이거 완전 잔혹 스플래터 무비입니다. 베트남 어린애들을 납치해서 신체절단하고 간살한다거나, 미국의 오폭으로 가족과 한쪽 다리를 잃은 소년이 여동생을 위해 자살 폭탄 테러를 자행한다거나 하는 무서운 내용들이 마구 나와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치유계나 개그계 웹툰이 어울릴 것 같은 저 평온한 그림 때문인가, 끔찍하다거나 잔인하다는 느낌은 요만큼도 안 듭니다. 그림과 내용 사이의 극단적인 괴리감 역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겠죠. 상당히 마니악한 매력인 것 같기는 하지만서도.

사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만 보면 그림 빼고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전쟁통에 드러났던 광기를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지만, 글쎄, 그 부분도 쬐끔 미묘합니다. 이 만화 사실 굉장히 일본 만화스럽거든요. 주인 따윈 필요 없어, 우린 전쟁을 즐기는 들개들이다! 하면서 날아오는 총알도 쳐내는 초인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15세의 미소년 그린베레의 특수병이라던가,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날아다니며 스타일리쉬 하드코어 스플래터 학살전을 펼치는 베트남의 프린세스라던가 하는 황당한 이야기가 마구 튀어나오는데 왠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 그린베레의 들개들 중에 북한군에서 탈주한 태권도 초인 박맹호 소위가 끼여있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주인공은 자신이 놓여진 상황에 대해 무지하고, 아무런 주관도 심지어 긴장감도 별로 없는 상태로 휘말려다니는데 그런 설정을 포함해서 정말로 일본인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현실적인 광기와 비현실적인 이야기, 서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극단적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멋대로 버무려놓고 그 가운데서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인상적이었던 프롤로그에서부터 대놓고 결말이 비극임을 암시하고 있는데 과연 앞으로 어떤 식으로 끌고 가서 그 결말에 도달하게 될지 궁금해지는군요.





덧글

  • 2010/05/09 19: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10/05/09 19:41 #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근데 이 만화의 배경은 1965년이고 월남전이야. 그렇기 때문에 굳이 디엔비엔푸를 제목으로정한 이유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단 거지.
  • 아레스실버 2010/05/09 19:52 #

    전장이 거긴가보지. 나중에 거기로 가든지.
  • 현골 2010/05/09 20:56 # 답글

    생각해 맥가이버!!

    뻘플뻘플
  • 슈지 2010/05/09 21:49 # 답글

    그림체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하면 안된다고 다시금 느끼게 한 작품이죠...-ㅂ-;;
  • 로오나 2010/05/10 15:09 #

    만화는 그림이 중요하지만 그림이 전부는 아니죠 :)
  • 아인베르츠 2010/05/09 21:55 # 답글

    마왕… 하지만 결말이…!
  • Charlie 2010/05/09 22:12 # 답글

    독특한 매력이 있긴 하고,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만, 마치 힛걸을 보고난 다음 느꼈던 찜찜함이...
  • 로오나 2010/05/10 15:09 #

    피는 튀고 하지만 그림은 평온하죠
  • 유우지 2010/05/10 04:30 # 답글

    표지보고 힐링물이려나 하고 집어들고 봤다가 반도 읽기 전에 포기한 작품이죠.
    저런 그림체로 그런 끔찍한 상황들을 이어가지 말라고!!!!

    근데 초반부터 엔딩을 보여주니 또 그 과정을 보고싶기도 하고...
  • 로오나 2010/05/10 15:09 #

    상당히 마니악한 맛이라... 크게 히트칠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Uglycat 2010/05/10 05:28 # 답글

    결론은 표지에 속지 말자는 얘기...?
  • 로오나 2010/05/10 15:09 #

    정보를 어느정도 접하고 선택하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 개발부장 2010/05/10 08:20 # 답글

    뭔가 급 땡기는군요. 가격 7,500원이라... 한권 질러볼까.
  • 로오나 2010/05/10 15:09 #

    모 아니면 도란 느낌은 확실히 있을 거에요.
  • 아루민 2010/05/10 10:41 # 답글

    디엔비엔푸..가 뭐길래 그러죠(..)?;
  • 로오나 2010/05/10 15:08 #

  • 시대유감 2010/05/10 12:23 # 답글

    저도 그 문구에 꽂혀서 샀습니다만, 아직 비닐도 못뜯고 있습니다. 아 봐야하는데..
  • 로오나 2010/05/10 15:09 #

    가끔 그런 책들이 있죠. 왠지 여유가 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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