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자취생스러운 공정과 퀄리티(?)의 카레 라볶이

자취는 끝나지 않는다. 다만 쉬어갈 뿐이다. 자취생의 흔적은 낙인처럼 영혼에 새겨져 사라지지 않는다. 한번 자취생은 영원한 자취생. 집안일의 마수에 빠진 자는 미소녀 메이드를 얻기 전까지는 결코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 ...이라는 헛소리는 그렇다 치고(어이) 어마마마께서 특명을 내리시길 '저 잔뜩 남은 카레를 어떻게든 해치워!'라고 하셨습니다. 며칠 전에 카레를 잔뜩 만드셨는데, 뭐 다들 아시다시피 카레라는 게 하루이틀까진 맛나게 냠냠 먹지만 그 시점을 넘어가버리면 슬슬 질려버리는 거라서 말이죠. 덤으로 양은 진짜 와방 많고 왠지 가족 중에 저만 열심히 먹고 있다 보니 더더욱 그렇고;ㅁ;

하지만 어마마마의 특명을 거역할 수 없는지라 질려버린 카레를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 그래, 카레를 밥으로 먹는 거에 질렸으면 카레 떡볶이를 해먹으면 되잖아! 하지만 왠지 라면사리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으니 카레 라볶이를 만들자! 근데 라볶이는 따로따로 끓여서 비비는 게 귀찮고 3분 레토르트 카레도 아니니까 그냥 떡도 끓인 다음에 비벼버리자!

따끈따끈한 카레는 이미 준비가 완료되어있었습니다. 저는 귀찮아서 저기까지 저질러버리면서, 떡볶이는 떡을 볶아야 비로소 떡볶이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잠깐 잊어버리고 있었죠. 아아, 떡볶이의 본질을 잊다니! 스스로의 어리석음이 통탄스럽다!

듬뿍 퍼담은 카레 위에 팔팔 끓인 라면사리와 떡들을 투척. 그런 다음에 비벼주기만 하면 되는 실로 애들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과정. 실은 이 카레 쪽을 냄비에다 붓고 볶아줬어야 하는 건데 굳이 냄비 설거지 하기가 귀찮아서 그런 것은... 네. 맞습니다. 흑흑. 자취생스러운 마인드였어요ㅠㅠ

그래서 완성! 된 카레 라볶이는 뭐랄까... 일단 여기까지 만들고 나니 이건 실은 카레 라볶이가 아니고 카레 떡라면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이제와서 하면 결코 안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으나 상큼하게 무시했습니다. 이건 카레 라볶이다! 카레 라볶이인 거야! 따, 딱히 볶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카레 라볶이다!(...)

맛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습니다. 역시 볶아주는 편이 더 나았겠다 싶기도 하지만 카레에 완전히 물려버린 상황에서 이 정도면 상당히 준수하게 먹을 수 있는 결과물. 떡이 살짝 불어버렸다는 점이 불만스러워서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만들지 말고 꼭 진짜 카레 라볶이로 만들자고 다짐하긴 했습니다만.




덧글

  • 아즈마 2010/04/21 23:44 # 답글

    카레 라볶이라......
    카레 스파게티랑 같을려나(뭣)
  • 로오나 2010/04/21 23:45 #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보단 제 입맛에 맞는 물건이 될 가능성이 아주 전무하지는 않을 것도 같습니다만 이탈리아인들과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안 부스트를 걸고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지 않을까요?(...)
  • 아즈마 2010/04/22 00:50 #

    저희 학교 카페 메뉸데......누가 시키는 거 보면 괜히 식겁해서...;;
  • 바람君 2010/04/21 23:54 # 답글

    전 카레 만드는걸 엄청 좋아합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카레를 만들죠. (....)
    재료들을 큼직하게 썰어서 마구 볶다가 물을 콰아아 붓고 끓이면 속이 후련해지더군요 ㅎㅎ
  • 로오나 2010/04/22 00:02 #

    카, 카레의 극에 달한 자...!

    그런 의미에서 다음 그림은 카레 로리 맨발 네꼬미미 소녀 어떻습니까.(혼돈의 카오스)
  • 해츨링아린 2010/04/22 00:09 # 답글

    카레라면 맛있죠. 저도 집에 카레가 남을 때 자주 해먹습니다.

    ...전 정말 정말 귀찮을 때는 라면을 그릇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익혀버립니다만... =ㅂ=);

    아니, 정말로 익어요 -ㅂ-; 군대에서 뽀글이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
  • 로오나 2010/04/22 01:12 #

    아, 그거 가능하죠. 근데 웬만하면 전자렌지 밥과 마찬가지로 피하고 있습니다.(...)
  • LeeChai 2010/04/22 00:22 # 답글

    나의 카레는 이렇지 않아 으악
  • 로오나 2010/04/22 01:12 #

    훗. 이것이 21세기의 카레-!
  • 크림 2010/04/22 00:26 # 답글

    그렇군요.. 카레 떡라면이군요... 전 떡볶이는 순수한 고추장양념을 선호.. ㅠㅠ
  • 로오나 2010/04/22 01:11 #

    전 모든 떡볶이를 사랑해요. 하지만 핵폐기물 떡볶이는 무효.(...)
  • 플로렌스 2010/04/22 00:33 # 답글

    카레 좋아하는데...언제 시식해보고 싶은 음식이군요.
  • 로오나 2010/04/22 01:11 #

    음. 자취생 공정 퀄리티의 먹을만한 결과물이에요. 볶아서 만들면 좀 더 괜찮죠.
  • 리하이트 2010/04/22 00:40 # 답글

    저것도 상당히 맛나 보이는데 음... 제가 직접 제대로 한번 해봐야겠네요 ㅎㅎ
  • 로오나 2010/04/22 01:11 #

    볶아서 만드는 쪽이 더 맛있어요. 레토르트 카레를 이용하셔도 되는데 맛이 심심할 수 있으니까 설탕이나 고추장을 약간 섞어서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게 가장 좋고. 그런 식으로 할땐 따로 고기를 넣어줘도 괜찮고.
  • 유나네꼬 2010/04/22 00:59 # 답글

    덧글로 달려다가 길어서 트랙백...
    카레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 로오나 2010/04/22 01:10 #

    난 전설 따윈 믿지 않아!
  • 아크메인 2010/04/22 04:07 # 답글

    하루 세끼 간식 한번을 포함 5일동안 카레랑 김치만 먹어도 물리지 않는 나의 카레사랑은...

    .......모 게임의 모 안경 선배가 생각 나는건 왜일까요.
  • 로오나 2010/04/22 10:01 #

    가공할 애정이군요.(...)
  • 바람뫼 2010/04/22 09:46 # 답글

    국수 끓여서 카레에 비벼먹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매번 양 가늠에 실패해서 대량 폐기했습니다.
    흑흑, 면발아 미안해 ;ㅂ;
  • 로오나 2010/04/22 10:01 #

    그건 면발에 사과하셔야ㅠㅠ
  • 카이º 2010/04/22 16:25 # 답글

    카레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루로 남아져 있었다면 어딘가에 뿌려먹어도 좋고 찍어먹어도 좋고[...]
  • 趣連 2010/04/23 11:15 # 답글

    카레라이스는 좋아해도 카레면이나 볶이는 아직 도전을 못해봤는데
    한번 해봐도 좋을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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