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는 하락세가 시작된 '타이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주 연속 1위 등극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주는 1위도 그렇고 신작들도 그렇고 성적이 다들 좀 심심하네요. 신작들이 대거 차트에 등장하긴 했는데 이래서야 별로 활력이 안느껴집니다. 어쨌든 '타이탄'은 주말관객 25만 7천명, 누적관객 232만 7천명, 누적 흥행수익 191억 7천만원. '아이언맨2'가 오기 전에 '킥 애스'가 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엄정화 주연의 '베스트셀러'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2위 데뷔. 364개관에서 개봉해서 첫주말 20만 4천명, 첫주 23만 4천명이 드는데 그쳤습니다. 흥행수익은 17억 4천만원이로군요. 10년간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해온 주인공은 발표한 신작이 한 공모전의 심사위원 당시 심사를 맡았던 작품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어 사회적 명성을 잃고 결혼생활마저 순탄하지 못하게 됩니다. 2년 동안 글을 못쓰고 실의에 빠져있던 주인공은 오랜 친구인 편집장의 권유로 시골의 외딴 별장으로 내려가는데, 뭔가 섬뜩한 분위기를 가진 이 별장에서 정체불명의 누군가와 대화를 하게 되고 별장에서벌어졌던 섬뜩한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 하지만 그것조차도 10년 전에 발표된 소설과 똑같은 내용임이 밝혀지면서 상처에 소금까지 뿌려진 꼴이 된 주인공. 그녀는 표절혐의를 벗기 위해 다시 별장으로 내려가게 되고 그곳을 둘러싼 사건과 마주치게 된다는 이야기.
3위는 전주 2위였던 '반가운 살인자'입니다. 주말관객 11만 4천명, 누적관객 41만 6천명, 누적 흥행수익 30억원. 조촐한 성적이지만 순제작비 10억원 정도로 알려진 영화라 충분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봐야 할 듯.
4위는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액션영화 '일라이'입니다. 292개관에서 개봉해서 첫주말 9만 9천명, 첫주 11만 6천명이 들었군요. 흥행수익은 8억 6천만원. 덴젤 워싱턴, 게리 올드만 주연으로 북미의 1월 개봉작인데 우리나라에는 좀 늦게 왔죠. 멸망한 세계에서 한권의 책을 두고 다투는 독재자와 주인공 일라이의 이야기를 그린 사이버펑크 액션?(저 책이 성서이다 보니 기독교 관련으로 논쟁도 나오는 듯^^;) 평은 좀 갈리는 편.
5위는 '블라인드 사이드'가 차지. 북미에서 굉장한 명성을 얻었던 작품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소재부터가 먹힐 스타일이 아니라고 봤는지 157개관에서 조촐하게 개봉해서 첫주말 7만 4천명, 첫주 8만 4천명이 드는데 그쳤습니다만. 흥행수익은 6억 2천만원. 참고로 북미에서 29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엄청난 롱런,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전적이 있습니다. 작년은 그야말로 산드라 블록과 샘 워싱턴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은데, 산드라 블록에게 '프로포즈'에 이어 최고의 영예를 가져다준 작품이죠. 미식축구 스타인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북미에서는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요소들에 괜찮은 만듦새가 더해져 히트로 이어지지않았나 싶습니다. 슈퍼볼 경기장에서 폭탄만 터뜨려도 미국 고위층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탐 클랜시 소설에 그런 내용이 있었죠^^;)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미식축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으니 그리 흥행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어머니는 마약중독인 결손가정 출신의 흑인 청소년 마이클 오어, 그를 백인부부가 거두어 입양하게 되고 가족의 사랑에 힘입어 미국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가 되어간다는 이야기. 본 사람들 평은 또 대체로 좋은 느낌? 저도 보고 싶었는데 제가 다니는 극장들은 상영관이 없더군요.
6위는 전주 3위였던 '육혈포 강도단'입니다. 주말관객 4만 1천명, 누적관객 115만 5천명, 누적 흥행수익 81억 9천만원을 돌파하면서... 진짜 40억 제작비로 손익분기점을 찍어버렸군요. 잘 생겼습니다, 할머님들! 지난주 성적을 보면서 이거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다!
7위는 제라드 버틀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이 아웅다웅하는 러브키미디 '바운티 헌터'. 배우들만으로도 보고 싶은 영화지만... 유감스럽게도 평이 꽝이라ㅠㅠ 두 사람이 이혼한 후,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기 시작한 제라드 버틀러 앞에 현상금 사냥꾼으로 나타나는 제니퍼 애니스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나 잡아봐라~' 스토리.(어?) 138개관에서 개봉해서 첫주말 2만 7천명, 첫주 3만 2천명, 흥행수익은 2억 5천만원입니다.
8위는 전주 4위였던 '크레이지'입니다. 주말관객 1만 7천명, 누적관객 13만 4천명, 누적 흥행수익 10억원.
9위는 전주 5위였던 '프로포즈 데이'입니다. 주말관객 1만 5천명, 누적관객 10만명, 누적 흥행수익 7억 4천만원.
10위는 '작은 연못'입니다. 비록 관객수가 적은 편이라고는 하나 이 영화가 10위 안에 든 것은 놀랍군요. 아니, 실은 독립영화치고는 많은 85개관에서 첫주말 1만 2천명, 첫주 2만 8천명이나 들었으니 관객수가 적다고도 못하겠습니다. 정말 놀라운 성적입니다. 흥행수익은 1억 8천만원. 6.25 전쟁을 그린 드라마로 제작기간이 8년이나 되는 영화로 알려져 있죠. 1950년 7월, 남하하던 피난민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 폭격사건으로 500명의 민간인 중 25명의 생존자만을 남긴 노근리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칫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기 쉬운 이 사건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무조건 반미를 외치는게 아니라 비교적 공정하게 비극 속에서의 인간군상을 그려내면서 전쟁의 상흔을 보여주었다는 등 좋은 평가들이 많이 보이네요. 현재 흥행성적인 독립영화 중에서는 '워낭소리' 이후로 최대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잘하면 꾸준히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주 개봉작 중에 눈길 가는 것들을 꼽아보자면
일단 북미에서는 한주 앞서 개봉해서 1위를 차지한 '킥 애스'가 있습니다. 월요일 가집계에서는 '드래곤 길들이기'에 1위를 빼앗겼으나 화요일 확정집계에서는 190만 달러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면서 개봉 첫주말 1위를 차지하고 말았죠.(고로 어제 북미 박스오피스 포스팅은 수정될 예정) 현지 평은 상당히 높은 편. 마블 코믹스 원작으로 '스타 더스트'의 매튜 본 감독이 연출, 눈에 띄는 배우는 니콜라스 케이지.(...) 영웅이 되고 싶은 데이브가 정의를 수호하겠다고 직접 킥 애스라는 닉네임을 정하고 히어로 코스츔도 차려입어주고 직접 뛰쳐나가는 이야기. 하지만 데이브에게는 초능력도 뭣도 없습니다. 다만 몸도 사리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뿐. 그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동료들이 생기고, 그리고 그를 죽이기 위한 음모가 진행되는 그런 이야기. R등급답게(부모나 성인보호자 없이 17세 이하는 관람불가 등급입니다) 꽤 잔인하게 만들어졌다고 하니 주의해야할 듯. 대충 '왓치맨' 수준이라는 것 같습니다.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의 'G포스 : 기니피그 특공대'도 뒤늦게 개봉. 북미에서는 이미 작년 7월에 개봉한 영화죠. 1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북미에서는 1억 2천만 달러, 해외수익 1억 7천만 달러로 전세계 2억 9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아슬아슬하게 좀 적자 느낌이었습니다. 뭐 이 정도면 2차 수익으로 충분히 만회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흑자났겠지만요. 하이테크 장비로 무장한 기니피그들을 멤바로 구성한 미국정부 소속의 G포스팀이, 자신들의 임무를 중단시키고 애완동물 센터로 보내려고 하자 그곳을 탈출, 세계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뛰어든다는 실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 기니피그는 정말 귀엽지만 평은 별로 좋진 않았지요;
이번 아카데미의 주인공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허트 로커'도 뒤늦게 우리나라에 개봉. 분쟁지역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이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으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감독이 되었고, 사람들이 우려했던 '아바타'의 독주를 막아냈습니다.(물론 아카데미에서)
흥행면에서는 '어디 한번 울려볼까!'하는 느낌으로 찾아오는 '친정엄마'도 기대해볼만할 것 같습니다. 김해숙, 박진희 주연. 결혼 5년차에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딸은 엄마의 마음을 고마워하면서도 동시에 답답하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조금씩 그 마음을 알아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그녀에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찾아오고 그녀는 친청집으로 내려와서 2박 3일 동안 갑자기 효녀노릇을 시작하는데... 라는 모녀간의 관계를 눈물나게 보여주는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도 개봉. 이게 무슨 영화냐 하면 열풍을 일으켰던 '우린 안 될 거야, 아마'가 이 영화 티저영상 중 한 부분이었다는군요. 바로 그 타바코쥬스가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인천의 라이브 클럽' 루비살롱'의 탄생과 그곳을 근거지로 삼은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타바코 쥬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덧글
일단 킥애스를 보게 될거 같네요. 시간이 난다면 크레이지도.
*베스트셀러는 시사회 갔는데 '스릴러 주제에 액션물 스럽게'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지라 조금 벙쪘죠. 참고로 시사회 자료를 받은 모 회사에서는 '데이지는 꼭 이런 돈 안될 작품을 맡네'라고 평가를(..)
막장드라마가 1위라니!
원작을 보면 유혈이 낭자한데 이걸 충실히(!!) 옮겼다고 하네요. 개봉 첫주에 낚이고 학을 뗄 사람들 상당수 확정일듯
내일은 일라이, 금요일에는 허트 로커로 극장가 유람을 할 예정입니다...
정신없던 원작을 아주 잘 고친 코메디 히어로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원작 결말이 정말 맘에 안 들었는데 훌륭하게 고쳤더군요.
....정말 돈주고 봤다는 것에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
크라켄인가 그건 일본만화 괴수가 연상이 되더군요.
페가수스를 얻는 과정도 페가수스가 인정도 안하고 뻗댄다던지 얻기가 힘들다던지 해야하는데
처음부터 신비감 떨어트리고 다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주인공은 아바타때 이미 느낀거지만 눈에 힘주는거 빼고 연기가 미흡하더랬습니다.
소위 '존나 극적으로 구르다가 역경을 딛고 눈물 찡하다가 페가수스에게 존나 인정받아 극적으로
크라켄과 허벌나게 싸워야 하는데, 그리고 마지막에 폼잡으며 멋지게 날라가야 했는데...
어차피 이렇게 만들거라면 배트맨 1편식으로 만들어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감독이 스튜디오의 의도로 자기 생각과는 너무 다른 영화가 나왔다고 투덜거리긴 하더군요.
잔인한 걸로만 따지자면 비가 나왔던 "닌자 어쌔신" 수준이었습니다. 잔인한 걸로만 따지만요.
닌자 어쌔신을 못 보셨다면 모르겠지만요. 근데 제가 잔인한 영화를 본 게 별로 없어서 다른 영화와는 비교하기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