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너무 복잡해 - 본격 전남편과의 불륜 드라마

낸시 마이어스 감독을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하고 '왓 위민 원트' 둘 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죠. '로맨틱 홀리데이'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볼 생각입니다. 근데 그걸 혼자 보거나 친구네 집에 가서 남자끼리 볼 맘은 안나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못보고 있어요. 이런이런.

이번 '사랑은 너무 복잡해'도 재미있었습니다. 이거 제작비를 8천만 달러나 들인 작품치고는 굉장히 파격적이에요. 50대 남녀들의 연애 이야기를 섹스 이야기 농밀하게 끼워서 풀어내다니, 이런걸 거의 블록버스터급으로 제작비 들여서 극장가로 민다는 게 얼마나 살떨리는 일이겠어요?

배우들은 그야말로 쟁쟁합니다. 이혼녀인 주인공은 메릴 스트립에 전남편은 알렉 볼드윈, 거기에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또 다른 남자친구는 스티브 마틴이니 정말 출연진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죠. 그러고보니 낸시 마이어스 감독 영화는 항상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해서 적절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그런 만큼 연기력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걱정도 필요없습니다. 그들의 능숙하기 이를데 없는 연기를 즐겁게 감상하면 되는 거죠.

베이커리 샵을 운영하는 장성한 아들과 두 딸을 가진 50대의 이혼녀와, 훨씬 젊은 부인과 바람 피우다가 재혼해버린 전남편, 그리고 그녀의 집을 증축하는 아내가 친구와 눈맞아서 떠나버린 이혼의 상처를 간직한 건축설계사. 우리나라에서 보면 이런 내용 갖고 로맨틱 코미디가 성립될까 싶은데, 네, 됩니다. 그것도 저 구도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메인스트림인 것은 물론 전세계적인 메이저 코드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기도 한 불륜 드라마가 전개된단 말씀이죠! 오오, 불륜, 오오, 불륜 드라마! 그래도 저주받을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사실 내 애인이 내 동생이었다는 전개는 없지만서도.(...)

이 영화를 그저 뒤늦게 인생의 봄을 맞이한 바람난 아줌마 이야기~라는 식으로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것은 이 영화 속에서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이혼부부와는 참 많이 다른 분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쬐끔 불편한 현실과 꿈을 주는 판타지를 적절하게 버무려가면서 말이죠. 이혼해서 혼자 남고 아이들도 모두 장성해서 집을 떠나갔을 때, 넓은 집에 혼자 남은 어머니의 쓸쓸함을 왠지 가슴이 콕콕 찔리는 느낌이 들게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렇기 때문에 빨려들어가듯 시작해버린 부도덕한 관계(!)를 통해 주변이 받는 영향,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과정. 50대 아줌마의 성장 드라마라고 하면 왠지 웃기지만 진짜 그런 이야기.

참 사람 사는 모습이 저렇구나 싶었습니다. 연애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10대부터 죽기 직전의 노인까지 모두 벗어날 수 없는 거겠죠. 다들 살아서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한은. 감정 잔뜩 고조시켜서 울려주는 맛은 없지만 보다 보면 왠지 달달하고, 손발도 좀 오그라들어주시고, 가슴도 좀 아프고, 마지막으로 살짝 미소짓게도 만들어주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 있고 재미있었냐고 하면 솔직히 고개를 좀 갸웃거리게 되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한 10년쯤 후에 다시 보면 지금하곤 많이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주인공들의 나이에 그만큼 가까워지게 되면 인생을 보는 눈도 지금하고는 또 달라져있을 거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자, 그럼 여기부터는 스포일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이 영화는 사실 19금치고는 의외로 섹스 코드의 강도가 약한 편인데(그냥 했다~ 정도로 누드도 다 나오지 않으니까) 중간에 대마초를 질러버려서 깜짝. 이혼녀와 전남편과 사위와 이혼남이 사이좋게 모여서 대마초를 피우고 맛이 가는 스토리라니, 쿨럭. 졌다. 마약 소재를 이런 식으로 질러버려도 괜찮은 건가?;

초반에 혼자 남은 엄마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씁쓸함은 왜 이렇게 적나라하게 날아와서 박히는지. 자식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외로움이 강화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으어어어. 양심에 찔리는군요.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어요ㅠㅠ

사위 할리는 진짜 멋진 남자입니다. 당신은 나이스가이. 제가 인정합니다. 이런 사윗감이 보이면 군말 말고 딸을 시집보내야만 할 것 같아요.

사실 영화 보다 보면 전남편 제이크가 제일 나쁜 놈이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꼴이랄까. 젊은 새부인과의 결혼생활이 힘드니까 은근슬쩍 전부인에게 다가와서 그녀의 행동을 흔들어놓으면서 불장난을 벌이는 꼴이라니. 그러면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고 하면 상처입은 척이나 하고. 물론 그 나이에 불임센터에서 젊은 여성의 격려를 받으며 방으로 들어가서 어덜트한 비디오를 보면서 거시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을 보면 심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서도.(...) 어쨌든 그와 맺어지는 전개가 아니라서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불장난을 통해 서로를 되돌아본 것을 후회하지 않죠. 또한 너무 오랫동안 외롭게 살아서인지 매번 그의 수작에 너무 쉽게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제인 역시 일방적으로 그를 탓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알고 있다는 부분이 어른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아담은 참 소심한 남자. 본인 말대로 별로 남자답진 못하네요. 사실 좀 더 드라마틱한 삼각관계를 기대했는데 연애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전남편 제이크하고만 진행하면서 그가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격이라 그 부분은 좀 실망. 하긴 생각해보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도 전개가 그런 식이었죠. 하지만 소심남이라고 욕하기 전에, 한창 지금 좋아하는 여자와 화상채팅을 즐기고 있었는데 잠깐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니 그녀의 전남편의 거시기가 맥북의 크고 아름다운 화면을 가득 메운다면... 우오, 진짜 트라우마로 남을만한 기억이겠어. 거기서 진짜 뒤집어지며 웃어버렸어요.









덧글

  • Skullist 2010/03/18 20:05 # 답글

    ..........맨마지막 설명부분은 정말 충격과 공포군요 ㄱ-;;
  • 로오나 2010/03/19 09:37 #

    거기 충격과 공포였죠.(...)
  • -t- 2010/03/18 21:26 # 삭제 답글

    별 기대없이 봤는데 정말 즐겁고 찡하게 본 영화였어요-
    특히나 가정을 버린 남자가 결국은 그 가정의 안정과 따스함을 그리워하고
    기대와 다른 결혼생활이긴 해도 결국 또 새로 꾸린 가족을 바라보며 갈등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죠.
    불륜의 달콤함과 스릴과 허무함을 한꺼번에 보여줬달까-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선은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양반들이 나와주니 참으로 흥이겹더라는.
    영화 보고 생각했어요. 딸 둘에 아들 하나에 귀여운 사위를 갖고싶구나.홋홋홋.
  • 로오나 2010/03/19 09:38 #

    참 사람 사는 모습이랄까, 그런 느낌이 적나라하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훈훈하기도 하고.

    사위는 진짜 나이스 가이.
  • 리스 2010/03/19 11:29 # 답글

    보고 왔지만.. 별 다섯 개 아깝지 않지만! 그러나 제작비가 8천만불이었다는 게 충격과 공포;; 그 돈 다 어디 썼대요? 출연료 말고는 이유를 모르겠..;;
  • 로오나 2010/03/19 16:26 #

    저도 그건 좀 궁금합니다. 뭐 스타급 배우들이 나오고 인력들이 고급일 경우 일반영화도 비싼 제작비를 보이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건 도대체 8천만 달러를 어디다 썼을까. 소품이나 이런게 많이 나오는 편도 아니었는데... 혹시 가게비일까요?
  • 탱크누나 2010/03/20 23:29 # 삭제 답글

    오.. 다 좋은 평들.. 전 시사회 때 봐서 이미 한 달은 더 된 듯.. 같이 본 유부녀 후배도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전 그 불편한 현실..이 불편해서 그런지..그다지..--;
    너무 다들 좋은 평만 하시면 제가 이상한 사람 같잖아요..ㅋㅋ
  • 로오나 2010/03/22 11:54 #

    감상이야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2017 대표이글루_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