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에서 갑자기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인생의 게임을 딱 하나만 고르라고 강요받았다. 심사숙고 끝에 딱 하나를 골랐다. 프린세스 메이커2는 지금 생각해도 명작이라는 두 글자 외에는 다른 평가를 떠올릴 수 없고, 발더스 게이트2도 미치도록 좋았으며, 크로노 트리거에서 온갖 시간을 넘나들며 깽판을 치고 PC엔진판 이스 4에서 아돌 크리스틴이 되어 달리고 달렸던 나날들을 결코 잊을 수 없지만 역시 단 하나를 고르라면 이것 밖에 없다. 파이널 판타지5.
카드배틀 방식이었던 패미컴용 드래곤볼 Z 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만난,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나를 200시간도 넘는 시간 동안 노예로 만들었던 악마 같은 JRPG. 이후에 생각날 때마다 하고, 또 하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500시간은 넘겼다. 덕분에 팩의 세이브 배터리가 맛이 가서 일본에 가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팩을 네 개나 다시 샀다. 오프닝 테마곡도 너무 좋아하는데 얼마 전 파이널 판타지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는 8의 노래들만 특별대우해주느라 연주해주지 않아서 가슴 깊이 실망했다.
이후 파이널 판타지6이 발매되었을 때, 게임샵에서 틀어놓았던 오프닝을 보고 넋을 잃거나, 성검전설 2를 세뱃돈을 꿍쳐두었던 비상금 10만원을 탈탈 털어서 구입하고 게임챔프에 공략되었던 수많은 버그들을 하나하나 실행해보면서 킬킬거리거나, 로맨싱 사가2에서 천년에 걸쳐 7영웅과 싸우면서 그들의 사연에 감동하는 등등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던 게임들이 줄줄이 이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파이널 판타지5로 스타트를 끊은 뒤에 이어진 추억 속의 이야기.
이런 꿈을 꾸고 나니까 다시 하고 싶어졌는데, 오랜만에 도대체 어디에 처박혀있는지 모를 SNES(슈퍼 패미컴도 슈퍼 컴보이도 아닌)와 파이널 판타지5 팩을 찾아서 모험을 떠나봐야 하나.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생각났는데, 사실 내가 저 게임을 즐길 당시에는 다들 '파이널 판타지'가 아니고 '화이널 환타지'라고 불렀다. 물론 약칭은 파판이 아니고 화환이다.
덧글
전 인생의 게임을 고르라면 영웅전설 3와 메기솔2 사이에서 고민할 것 같습니다.
3D가 없던 그 시절 운석 떨어지는 장면은 정말 감동이었는데 ㅠㅠ
그리고 성검전설은 캐릭터의 다양함 때문인지 2보다는 3을 더 재밌게 플레이했었고요..:D
3은 좋은 게임이죠. 하지만 2는 러브리 큐트한 후라미와의 파이널 배틀이 눈물...
썹시티, 히어로스오브마이트앤매직, 리크니스, 스카이앤리카나 어스토니시아, 이스 그외 명작들이 주르륵 있으니...
저의 경우는 드퀘4가 되겠네요.
안그래도 1년전 쯤에 생각나서 다시 클리어했는데..
다시 해도 재미있더군요 : )
6를 최고로 치지요..'ㅁ'b 엔딩이 너무 좋습니다. ㅎㅎ
안 되는 영어를 사전뒤져가며 진행했지만 결국 엔딩을 보지 못 해서 지금도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부터 게임이란것을 알게 됬더라는...그리고 부모님과의 전쟁도..OTL
고를수가 없근영….
근데 제가 제일 처음 접한 JRPG가 천지창조 시리즈 1탄 가이아 환상기여서..
왠지 향수는 이쪽이 더 강하게 듭니다.
아 에뮬같은거로 돌리면 손맛이 안나는데 ㅠㅠ
저는 도저히 하나는 못 꼽겠고, 레이맨이랑 GTA2입니다. 그 미칠듯한 중독성은 둘 다 만만치 않죠.
...인데 GTA2가 훨씬 하드코어한 것 같습니다만;
아마 케이스 벗겨서 갈으셔야 할듯(...)
저도 5는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재수+사회인 생활중인지라 더 재밌었던듯합니다(......)
프린세스메이커...흐흐흐....(웃음의 의미는?)
"라이벌과 함께"라는 조건만 더 붙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스트리트 파이터 3를 뽑겠습니다.
4도 좋지만...
저는 킹오파 02요. 킹오파 시리즈중 가장 재미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가프로 1의 분위기랑 180도 달라졌다고 욕 많이 먹었지만...
딴건 에딧으로 설렁설렁 게임하던 초딩시절 노에딧으로 6명모두를 클리어하고 감동에 젖었던건 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슈패와 국딩... 시절을 보낸 30대입니다.
점점 슈패미시절의 FF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어져서..
왠지 모르게 나이들었구나 싶죠...
인생의 첫 게임에대한 감동은 남다르죠..
저도 슈패미 팩을 아직 소장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