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디크 릴, 해적판의 추억과 변화의 슬픔

한양문고 신간 중에 갑자기 '그란디크'라는 네 글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이 이름을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표지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목이 다르더군요. Reel이 붙어서 '그란디크 릴'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만화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 그 만화가 맞았습니다. 단지 그때 그것과는 다른 리메이크 버전인 것 같군요. 비교하자면 월간지에 연재되면서 전5권으로 마무리되었던 '사상최강의 제자'와 이후 주간지로 옮겨서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는 '사상최강의 제자 켄이치'의 차이라고나 할까. 저는 '그란디크'라는 작품을 1997년에 해적판 '천둥검전설'로 만났었는데(달랑 1권만 나왔음) 이 작품은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정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제가 원작을 만난지 10년만인 2007년 3월에 나온 '그란디크 릴'이 정발된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하네요. 원작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들은 바로는 일본에서도 연재가 중단되었던 것 같았는데...

해적판 '천둥검전설' 1권과 이번에 나온 정발판 '그란디크 릴' 1권. 그림이 눈에 익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그럴만 합니다. 왜냐하면 '마리의 아뜨리에'로 유명한 유명 일러스트 오세 코히메가 작가니까요. 저는 '마리의 아뜨리에'와 '그란디크' 시절까지 한정으로 이 사람의 팬이라서 화집 '성독(星讀)'도 갖고 있어요.

내용은 온갖 무구들의 정령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소녀 티아가, 어두운 과거를 가진 히트맨 루크와 함께 여행하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보면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드는 게 요즘은 별로 없는 90년대 일본 판타지 스타일이랄까, 슬레이어즈라던가 슈퍼 패미컴 RPG 같은 게 생각나는 내용이거든요. 원작은 그런 면이 훨씬 더 강해서, 그런 스타일을 이해하고 보지 않으면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을 정도로 허술한 편이었는데 '그란디크 릴'은 그때보다 낫습니다. 만화로서는 내용도 구성도 연출도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림은 역시_no 물론 일러스트로서의 구성이라던가, 섬세함 등은 지금이 낫지만 그걸 배제하고 그림체만 본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마리의 아뜨리에'와 '그란디크' 시절까지가 오세 코히메의 절정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치 '에메랄드 드래곤'과 '알샤크' 때까지의 기무라 아키히로를 보다가 '리니지 사가'를 그리고 있는 지금의 기무라 아키히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림체라는 것은 만화가의 감성과 취향의 변화를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예전에 확실하게 아름다웠던 것 같아서. 그림체가 망가지지 않은 채 지금의 실력으로 그려줬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었을텐데ㅠㅠ

앞으로도 계속 사모으긴 하겠지만 생각나서 원작을 꺼내놓고 보니 서글픈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어쨌든 절대 이어지지 않았던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추억 속에 묻어두고 있던 입장이라 2권을 기다리게 됩니다.(근데 예스24에도 원서가 1권 밖에 등록되지 않은 게 좀 많이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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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일단 서 2010/02/28 19:44 # 삭제 답글

    저도 그림체만 보고는 아뜨리에 게임 시리즈가 생각났었는데, 역시 그분이 맞나 보군요.
  • 로오나 2010/02/28 23:42 #

    네. 그 작가에요
  • 내맘대로살자 2010/02/28 20:45 # 답글

    2권 나왔고 3권 발매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웹에 찾아보니 나오더군요...
  • 로오나 2010/02/28 23:42 #

    아, 다행이군요.
  • 플로렌스 2010/02/28 21:27 # 답글

    알퐁스 뮈샤 분위기가 나는 예쁜 표지군요.
  • 로오나 2010/02/28 23:42 #

    오세 코히메의 요즘 일러스트가 배경을 그런 풍으로 활용하죠^^
  • 연꿈 2010/03/02 00:59 # 삭제 답글

    이거 나왔을때 표지가 괜찮아서 관심가지고 있었는데 괜찮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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