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기 전 마지막 한 잔의 캬라멜 마끼아또

홍대에 나갔다가 지인과 헤어지고 나서 시간을 보니 10시 20분 경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돌아갔겠지만, 이때는 지인과 이번에 나온 원고를 보여주고 이것저것 떠들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잔뜩 떠오른 참이었어요. 왠지 이대로 집에 돌아가게 되면 그동안에 많은 것이 그냥 잊혀질 것만 같았죠. 잠깐이라도 카페 같은 곳에 들러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아이디어를 정리해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원더랜드가 눈에 띄더라고요.

문을 통해 슬쩍 안을 보니 사람이 하나도 안 보여요. 11시까지라고는 써 있는데 벌써 마감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직까지는 안에 세 명의 손님이 노트북을 펼쳐놓고 있었고, 커피도 주문 받고 있었습니다. 딱 제가 마지막이라서 10분 후쯤 들어온 손님에게는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가긴 했지만요^^;

평소 같으면 편안한 다락방 자리를 차지했겠지만 이때는 오래 있을 생각도 아니었고, 혼자였고, 무엇보다 할일이 뚜렷했는지라 카운터 앞의 왠지 공부하는 분위기가 나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테이블이 넓고 옆에 스탠드도 있어서 좋았어요.

스탠드 옆에 놓여진 색연필 꽂이가 귀여웠습니다. 당분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과일우유를 주문했지만 잠시 후 돌아온 대답은 '죄송한데 과일이 다 떨어졌어요'였는지라 어쩔 수 없이 커피를 시켰습니다. 커피 중에 가장 단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캬라멜 마끼아또를 추천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단 것 아니면 못먹으니까 보통보다 좀 시럽 미리 넣어서 달게 해주세요~'하고 주문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는 제 입맛에 딱일 정도로 달았어요. 한 마디로 커피 애호가들이 마셨으면 맨발로 달아나고 싶은 당도를 자랑하는 맛이죠.(...) 비교하자면 던킨 도너츠의 아이스 바닐라 라떼하고 비슷한 레벨이라고 할까.

덕분에 적절하게 당분도 충전해서 머리를 회전시키면서 아이디어를 몇 페이지에 걸쳐 신나게 정리하고 왔습니다. 이걸로 당분간 원고 쓸 때 전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딱 영업 마무리할 때가 되어서 한산하게 정리되어가는 분위기도 왠지 모르게 꽤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마신 것이 그날의 마지막 한잔이었던 것도 기분이 좋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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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도리 2009/10/13 23:40 # 답글

    머리가 핑핑 돌 때 그 것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정말 나중에 크게 손해보더라구요 ㅠㅠ...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신 것 같아 읽는 내내 같이 동해졌습니다.
  • 로오나 2009/10/13 23:49 #

    만족스러운 40분이었죠^^
  • 리하이트 2009/10/13 23:47 # 답글

    전 커피향은 좋은데.. 맛은 싫고... 그냥 달달하게 카페모카로 ~_~
  • 로오나 2009/10/13 23:50 #

    저하고 똑같으세요. 저도 커피향은 좋아합니다.
  • 희야♡ 2009/10/14 00:05 # 답글

    전 커피도 좋아하고, 초콜릿도 좋아한데 섞은건 별로인건 왜 일까요...;;

    따로 아메리카노와 초콜릿을 들고 먹는건 또 좋은데 말이죠..;;; ㅎㅎ
  • 로오나 2009/10/15 15:36 #

    퓨전보다는 이노센트하고 엘레강트한 맛을 사랑하시는 고저스한 혀를 가지셨기 때문입...(야)
  • 겨울나그네 2009/10/14 00:34 # 답글

    전.이런델 가본적이 없어서..[먼산]
  • 김전일 2009/10/14 01:13 # 삭제 답글

    커피의 종류를 아직도 헛갈리는 저는
    모카초코라는거 하나만 외우고 마시는 편이지요

    그러고 보니 원더랜드라 하면
    꾸러기수비대에 나오는 그곳이군요[.....]
  • 로오나 2009/10/15 15:37 #

    그렇지요. 마녀 헤라를 무찔러야 함.(어?)
  • Skullist 2009/10/14 09:08 # 답글

    .....위험한 곳이군요...(의불)
  • 해츨링아린 2009/10/14 19:17 # 답글

    커피는 달게 먹어야 제맛 =ㅅ=!
  • 로오나 2009/10/15 15:38 #

    저에게도 우유 들어가고 단맛나는 커피가 진리지만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면 살의의 파동, 있을 수 없는 재앙.(...) 그것은 마치 전혀 달지 않고 쓴맛만 나는 초콜릿 음료와도 같은 것.
  • 반열 2009/10/14 19:56 # 답글

    ㅊㅋㅊㅋ
    살면서 딱 만족할 만큼 기분 좋은 날도 그렇게 많지는 않죠.
    말로 표현 못하는 그 기분 언제였더라..ㅋ
  • 로오나 2009/10/15 15:38 #

    그래요. 이런 시간이 정말 좋습니다. 매일 이럴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요^^
  • dripcoffee 2009/10/17 13:15 # 답글

    제가 원더랜드 여기 단골인데 로오나님과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네요. :) 여기 갈수록 손님이 많아집니다. 2층 까페, 예전엔 망하는 지름길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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