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혼혈왕자 - 2억 5천만불의 하이틴 시트콤


실은 제목에 '닭살'을 붙이고 싶었습니다. 원래 제목은 '2억 5천만 달러 짜리 닭살 하이틴 시트콤'이었는데 너무 길어서 약간 수정.

'실수다. 역시 5편까지 다 보고 갔어야 했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은 전권 다 읽었지만 영화는 2편 이후로 보지 않았거든요. 2편에서 보다 졸아서 워낙 실망을 하기도 했고, 3편은 거기에 그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별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4편은 원작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아서 볼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5편은 주변에서 매우 호평 일색이었지만 군대에 있었습니다.(먼 산)

그런 이유로 세 편을 뛰어넘고 6편을 봤는데 이거... 솔직히 재미없었어요-_-;

원작을 본지 오래되서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진 않지만, 전 이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4편에서 한번 놔버렸을 정도로 좋아할 수 없었지만 5, 6편은 솔직히 보면서 놀랐을 정도죠. 그리고 나서 7편에서 볼드모트의 처절하기까지 한 찌질함에 허탈해했지만 뭐 하여튼-_-;

초반에는 좋았습니다. 블록버스터다운 볼거리를 초반에 때려넣고 눈을 사로잡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나 싶었는데, 이런이런, 전체적으로 그런 볼거리는 별로 없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 영화 1편과 2편의 매력이라면 소설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은 애들을 보는 맛으로, 그리고 소설을 그대로 그려놓은 듯한 아기자기한 볼거리로 가득한 세계를 보는 맛으로 보았는데 6편에선 이젠 그런 맛이 없어요. 분위기는 뭔가 호러블하고 시종일관 음울하고 칙칙한 영상만 계속되니 뭐. 그렇다고 이게 딱히 꽉 조여진 긴장감을 제공해주는 것도 아닌데다 정작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애들의 닭살돋는 연애행각만 계속되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에 가까운데 정작 중요해보이는 내용에는 전혀 비중이 없고 이런 분위기가 거의 대부분.

뭣보다 이번편은 원작의 내용 중 핵심이고 매력적이었던 묵직한 부분을 전부 주변 이야기로 돌려버렸습니다. 즉 진짜 내용전개가 있는 부분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게다가 거기다가 30분도 분량을 할애해주지 않으니 이거 참 내용 없는 물건이 되어버리네요. 이럴거면 뭐하러 제목을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라고 붙인 거냐고 묻고 싶을 지경이지만 원작에서는 그 제목이 어울리는 내용이 전개됐었죠. 3~5편까지도 다 본 사람들 지인들의 듣자하니 이 영화는 어차피 애들 커가는거 보는 맛으로, 즉 애들이 나와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 보여주는걸 보는 영화가 되어버린지라 감독의 선택이 당연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2억 5천만달러 짜리 닭살 하이틴 시트콤은 좀 아니지 않나_no

루나 러브굿은 이 영화의 유일한 보배였는데 거의 안나와서 아쉽다 못해 분노! 감독의 어리석음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녀의 비중을 열 배는 늘렸어야지! 잠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성이 확 드러나는데 이래서야 영화 전체를 살릴 수가 없잖아! 솔직히 아무리 봐도 루나가 훨씬 매력적이거늘 어째서 남자친구도 있던 지니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느닷없이 히로인으로 등극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_no

이 영화 나오기 전에는 포스터에서 폭풍간지를 쏟아내던 론을 보며 론간지라 불렀으나, 이놈 포스터에서만 론간지였지 영화에서는 론푼수였습니다. 계속 보기가 안쓰러울 지경. 하긴 이놈 원래 이런 캐릭터이긴 했지. 근데 라벤더랑 계속 같이 나오는 바람에 막 손발이 오그라들어.

지니는 수수하지만 뭐 나름 귀엽게 보이긴 하더군요. 그걸로 끝. 아무리 봐도 초반에 얘가 히로인 등극할 줄은 몰라도 미모도를 딱히 안 따지고 적당한 배우를 쓴 것 같은데. 사실 이게 문제인 게... 원작에서 지니는 어릴 때는 수수했지만 크면서 환골탈태해서 미모도가 확 올라갔고, 헤르미온느는 원래부터 앞니가 두드러지는 게 별로 안 예쁜 배우라는 설정이잖아요? 근데 아무리 봐도 초반에 3총사면 하나 껴 있는 여자애가 히로인이 되지 않겠느냐 하고 헤르미온느에 예쁜 여자아이(엠마 왓슨)를 쓴 것 같단 말이죠.

덕분에 헤르미온느는 이번편에서 여러가지로 괴리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일단 미녀로 자라긴 했는데 왠지 옛날의 반짝반짝거리는 그런 느낌은 없고 그냥 헐리웃 미소녀 배우 중 하나가 되었구나... 그런 느낌인데, 그거하곤 관계없이 론이 왜 얘를 놔두고 라벤더랑 닭살행각 중인지(아, 이 경우는 라벤더의 일방적인 폭격에 가깝지만)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이거죠. 헤르미온느가 훨씬 예쁘잖아!;ㅁ;

역시 포스터에서 다크 나이트의 조커 형님 흉내내면서 폼잡던 말포이는 말간지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 넌 그저 찌질할 뿐이지. 말찌질. 해리포터 최고의 명대사를 그에게 다시 한번 들려주고 싶습니다. '입 닥쳐! 말포이!'(...)

해리라는 캐릭터는 언제나 보면서 생각하는건데 참... 덤블도어 광신도에 대책없이 멍청하더군요. 만용을 부리며 뛰어들면 그게 운이 좋아서 끼워맞춰지는 것 뿐. 한마디로 말해서 지혜와 용기, 그리고 통찰력과 인간성이 좋은게 아니라 그냥 '감이 좋고 운빨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원작을 다 보면 알 수 있는 특정조건 때문인지 덤블도어가 해리를 불공정하게 편애하는 것도 사실이고. 하긴 그걸 다 모아보면 그게 주인공의 조건이긴 하지.(...)

역사에 남을 츤데레 캐릭터인 스네이프는 이번작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번편 최고의 주역 중 하나였던 그가 중심스토리가 배제당함으로써 느낌이 확 죽어버렸어요ㅠㅠ 심리적인 라인을 보여줄 수 없으면 행동으로라도 포스를 좀 더 드러냈어야 하는데, 역시 모든 것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완성되는가? 이거 참 솔직히 6편에 대한 감상이 이래놔서 7편을 보고 싶지가 않은데 왠지 보러 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나쁜 말만 마구마구 날렸지만, 저야 3~5편을 안 보고 1, 2편과 원작만 본 채로 이 영화를 본 사람이니 꾸준히 이 시리즈를 지켜봐온 사람들은 감상이 다를 수도 있겠죠. 실제로 제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그냥 볼만했다' 정도의 감상이 종종 나왔고요.

근데 진짜 2억 5천만 달러를 어디다 들인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배우들 출연료가 올랐다고 해도 그렇지, 이거보다 훨씬 볼거리 많았다던 바로 전작, 5탄 불사조 기사단도 1억 5천만 달러 밖에 안 들었는데 갑자기 1억 달러나 치솟을 이유가 안 보이는데? 돈 들인 것 같은 장면은 맨 처음이랑 그 동굴 안 밖에 없더만. 하다못해 소소한 영상들이라도 계속 튀어나와줘서 흐뭇하게 해줬으면 모르겠는데, 그냥 칙칙한 영상만 계속되다 보니 정말 돈 들인 보람이 안 보인다;


자, 그럼 여기부터는 스포일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제가 6편의 매력으로 기억하는 것은 역시 볼드모트라는 인물을 어린 시절부터 추적해나가면서, 그가 광기 어린 천재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서서히 알아나가는 볼드모트 비긴즈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중에 이 핵심내용에 그리 많은 내용을 할애하지 않아요. 덕분에 볼드모트라는 인물상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고 '아, 그래?'하고 끝나버립니다. 제가 6편 원작에서 느꼈던 매력은 이걸로 쫑. 론이랑 라벤더가 닭살행각 벌이는거 15분만 줄이고 이걸 더 늘려주지 그랬어?

타이틀이 된 '혼혈왕자'에 대한 부분도 소흘하기로는 볼드모트 건과 쌍벽으로, 원작에서는 좀 더 해리가 혼혈왕자의 책에 홀린 듯이 빠져들어서 성적이 향상되고 다들 그를 우러러보면서 그런 매력에 푹 빠짐으로써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이 벌어지지만 여기서는 뭐 그냥 그런갑다 하고 대충, 그리고 마지막에 혼혈왕자가 누군지 알려지는 부분도 대충. 전혀 궁금증도 일지 않고 그냥 그런갑다. 뭐 답을 알고 본다고 해도 분위기라는걸 제대로 만들어줘야할텐데 이건 뭐-_-; 스네이프가 '내가 혼혈왕자다'하는 부분에서는 '아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안 알아줘서 서운했어?'라는 생각만 들었을 지경.

덕분에 보는 내내 닭살 돋아가면서 피식피식 웃을 수는 있지만 정작 중심내용은 참 시시하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애들 연애행각 관련은 진짜 다들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피식피식. 얘네가 뭘 하건 웃음이 계속 나와!;

중심내용 두 개가 시시해지는 바람에 원작에서는 최악의 임팩트로 군림했던 덤블도어의 사망씬도 아주 시시한 것이 되고 말았는데, 사실 그의 사망은 7권에서 그의 이미지를 한바탕 뒤집어 엎는 것으로 한번 더 파격을 가져다주거늘(완결까지 다 보고 났을 때는 진짜 덤블도어가 정말로 가증스러운 양반이라는 느낌이 팍팍) 이렇게 처리해버리면 7편은 대체 어떤 내용으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법사 사회의 정치적인 느낌이 드는 부분은 다 생략해버리고 덤블도어의 이미지 뒤집기도 그냥 무시해버리고 소드맛스타 해리포터의 찌질이 볼드모트 정벌기로 가려나?;

아, 근데 잠깐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 봐도 루나 러브굿이 진짜 강렬하고 귀여운 캐릭터이거늘 이렇게 조금만 보여주다니ㅠㅠ 솔직히 라벤더 나오는 장면 좀 많이 줄이고 루나의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만 했어도 내 감상은 훨씬 호의적인 것이 되었을텐데. 흑흑흑.






덧글

  • silever 2009/08/12 17:52 # 삭제 답글

    솔직히 기존 작품하고 CG면에서 차이가 없었는데 뭘 그리 돈이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음.

  • 로오나 2009/08/12 17:54 #

    돈 많이 들어갔을 것 같은 시퀀스도 너무 적었고 말이죠. 이능력 배틀스러운 장면이라도 많았음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거의 없고.
  • 수액 2009/08/12 18:08 # 답글

    불사조 기사단 보다 cg는 오히려 덜 들어간듯 처럼 보였는데 말이죠. -_-; 설마 덤블도어 간지 폭발 장면에 1억불이? ㄷㄷㄷ
  • 로오나 2009/08/12 18:19 #

    지인이 불사조 기사단에 비하면 참 싸보인다고 그러더군요; 불사조 기사단이 제일 볼만했다던데;
  • GaYa 2009/08/12 18:27 # 삭제 답글

    나의 '로-온' '로-온' (...)
  • 로오나 2009/08/14 01:04 #

    아악 라벤더어어어!
  • 홈워즈 2009/08/12 18:56 # 답글

    말찌질ㅋㅋㅋ
  • 로오나 2009/08/14 01:04 #

    말간지가 되지 않을까 0.2그램만큼 기대했음
  • 미라쥬나이트 2009/08/12 20:43 # 답글

    초점은 게이영감 뒈졌다! 에 있습니다.
  • 로오나 2009/08/14 01:05 #

    아니 별로 초점도 안될만큼 비중이 안느껴져서;;;
  • 에로거북이 2009/08/12 21:52 # 답글

    "포스터에서만 론간지였지 영화에서는 론푼수였습니다"

    아아 정말 안타깝군요.

    저도 볼드모트 찌질이 소설 7부에 급실망해서
    6편 영화나마 건지길 바랬는데,

    아마 영화관에서 볼 일은 없을 듯 하네요. 쩝..
  • 로오나 2009/08/14 01:05 #

    뭐,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 2009/08/12 22:01 # 답글

    저도 지난번거를 진짜 재밌게 보는 바람에 이번에 완죤 기대하고 결국 보고 왔는데... ㅎ... 거의 다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론은 론푼수여도 사랑스럽다는거 그거 하나만은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Td

    진짜 근데 2억 5천은 어디다 쏟아부은거죠 셋트도 그다지... 특히 실망했던게 프레드랑 조지의 장난감가게... 진짜 실망했어요... 진짜예요... /흑
  • 로오나 2009/08/14 01:05 #

    루퍼트 그린트는 팬이 참 많죠. 해리포터 끝나면 은퇴한다지만.

    맞아요. 그런 부분이 진짜... 이거 뭥미? 였음.
  • 크로넬 2009/08/12 22:09 # 답글

    개인적으로 책은 6편까지만 보고(그것도 오래 전에) 영화를 봤는데 괜찮더군요. 일단 내용이 기억날듯 말듯 새로워서 그렇기도 했고, 음울한 분위기가 좋았었습니다.
    아쉬웠던 건 연애 부분이 나오길래 그냥 피식 하고 넘어갔는데.... 넘어가니까 어느새 덤블도어가 죽더군요 (엉??)
  • 로오나 2009/08/14 01:17 #

    그렇죠. 연애부분이 다거든요!
  • copacetic 2009/08/12 22:27 # 답글

    그냥 론 위즐리 찬양
  • 로오나 2009/08/14 01:17 #

    앗, 여기에도 론 팬이 한 분!
  • 리하이트 2009/08/12 23:30 # 답글

    그저 츤데이프....
    실제 책으로 봤을때 그의
    츤데레 활약 소름돋는군요 홀홀
  • 로오나 2009/08/14 01:18 #

    그는 역사에 남을 츤데레죠.
  • eigen 2009/08/12 23:34 # 답글

    로오나님은 루나양의 출연만 좀 더 많았어도 모든 단점은 눈감아줄수 있었는데, 아니라서 일일이 흠을 잡으신듯... 그래도 순박한 론군이 전 좋습니다. 해리도 덤블도어를 본받아서 그런지 약삭빠른 이미지가 있어요. 근데 론군, 미연시 주인공도 아닌데 왠 둔감 스킬;;;
  • 로오나 2009/08/14 01:18 #

    루나양의 출연이 라벤더만큼이었다면 전 이 영화를 용서했을 겁니다.
  • 아마란스 2009/08/13 00:22 # 답글

    ...초반 15분인가가 3D라고 했던것이 문득 생각나네요...
    ...거기다가 아이맥스 개봉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

    제작비는 거기로 투자된건가?!?!
  • 로오나 2009/08/13 00:27 #

    근데 트랜스포머2 제작비가 2억 달러임.(...)
  • 플로렌스 2009/08/13 02:02 # 답글

    영화판은 모두 꼬박 봐왔지만 점점 텐션이 떨어지는 것이...이번 것은 재밌다는 분이 좀처럼 드물어서 결국 안볼까 생각중입니다;;
  • 로오나 2009/08/14 01:18 #

    제 주변도 다들 시들... 볼만하다 정도는 있지만요.
  • kisa 2009/08/13 09:36 # 답글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해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5편에서 감독이 발휘했던 장점을 하나도 못 살린 것 같아요. 로맨스를 할 거면 조명이라도 좀 켜주든가... - _ -)+
    7편에선 어쩌려고?! 이를 갈며 기다려 봐야죠.
  • 로오나 2009/08/14 01:18 #

    이제 볼드모트의 찌질함과 덤블도어의 진짜 인간성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인가 아니면 다 묻어버릴 것인가가 문제.,
  • fgdf 2009/08/19 10:59 # 삭제 답글

    원래 1,2편을 세 배우가 계약한 뒤에
    그 다음에 3,4,5편을 계약하고 여전히 흥행 가도를 달리자
    제작사 측에서 6,7편을 계약하는 조건으로 엄청난 출연료를
    준거죠. 중요한건 2억 5천만불을 들이건 3억불은 들이건
    흥행은 항상 대박이라는거죠. 이번에도 흥행 성적이 9억불을
    넘는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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