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관건은 게이신문사!



문득 생각해보니 이 작품에는 꽤나 이름이 비슷한 여배우가 세명이나 출연했습니다. 제니퍼 애니스톤, 제니퍼 코넬리는 아예 이름은 같고, 거기에 지니퍼 굿윈까지. 기묘한 우연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덤으로 제니퍼 코넬리와 케빈 코넬리는 성이 같군요.

처음에는 '섹스 앤 더 시티' 작가라고 해서 조금 망설였습니다. 워낙 남성들에겐 거부감이 심한 작품이었고 해서 저도 피했었거든요. 하지만 원작이 여성의 입장에서 본 특이한 연애 카운셀링 사례들을 모아놓은 지침서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리고 북미 흥행성적과 배우들의 면면을 보고는 즐겨보자고 생각했지요.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의 입장에서, 다소 편견을 섞어서 남자를 보고 있습니다. 남자 입장에서 여자를 봤을 때 그러하듯. 그게 다른 이야기면 몰라도 '연애'가 주가 되면, 그것도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연애 카운셀링 사례 모음집 같은 경우가 되면 그런 느낌은 좀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지요. 보다 보니 남자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불편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더군요. 원작은 보지 않았는데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재미있긴 하지만 아주 극단적이고 특이한 케이스만 모아놓은 카운셀링 모음집이라고 하던데 영화에서도 그런 경향이 많이 드러납니다; 영화는 그것을 '일반적이고 사실은 상식적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고 거기서부터 미묘함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저의 경우에도 좀 미묘한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론 아주 푹 빠져서 보진 않았지만 재미있게 본 편이고요. 마치 노래가사처럼 멋진 남자 만나서 연애를 하고 싶다는 희망에 불타며 만화 주인공처럼 차이고 차이고 또 차이며 물만 먹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지(지니퍼 굿윈)의 모습을 보자니 참 귀엽기도 하고^^; 사실 배우 이름이 아니고 캐릭터 이름으로 외운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데, 솔직히 그녀도 헐리웃 여배우고 하다 보니 충분히 미인인데 그렇게 매번 차이기만 하기도 힘들지 않나; 어벙무쌍한 성격 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무서운 거지만서도_no

동거 7년차지만 결혼은 싫다고 하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벤 애플렉 커플의 경우에는, 으음, 이건 상당히 여성들의 판타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실 이 커플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미묘한 느낌이었던 것이 저는 바로 전날 심야로 '말리와 나'를 봤거든요. 거기서 제니퍼 애니스톤이 다른 캐릭터로 나오는걸 보고 나서 채 12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다른 영화에서 다른 캐릭터로 나오는 그녀를 보자니 상당히 미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싫은 느낌이었다는 것은 아니고.

여성 캐릭터 중에 비중이 제일 적지만 귀엽게 나오는 건 게이 신문사에서(이거 관련 개그들이 상당이 웃겼음;) 일하는 드류 배리모어였던 것 같아요. 애당초 그녀가 이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작비도 절감할 겸 출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에피소드들이 다들 귀엽죠.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그래도 영화를 만드는 쪽에서 남자 입장에서의 이야기도 좀 넣어서 남녀간의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는 코너(케빈 코넬리)였습니다. 남자 중에서 좋아하는 여자가 눈길 안줘서 마음 고생하는 건 그 혼자 뿐이니까 말이죠. 게다가 부동산 업자로 일하다 보니 어느새 게이 전문 부동산 업자가... 본인은 분명 노멀이고 사랑이 멀어져서 아파하고 있건만; 그래도 게이신문사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죠. 이런이런^^;

초반부의 피식피식거리는 느낌에서 벗어나서 영화 자체에 적응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드라마가 전개되는 중반부부터는 몰입도가 높아졌습니다. 데이트 무비치고는 정서적인 문제로 남자 쪽에서 거리감이나 불편함을 느끼기 쉬운 영화지만, 호흡이나 센스는 괜찮은 편이에요.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마지막에 일부러 영화 필름이 아닌 홈 비디오 느낌으로 찍은 에필로그 부분도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듬뿍.


지지가 착각해서 연애상담사(...) 알렉스를 덮치고 차인 다음 하는 대사에 알렉스가 뻑가서 그때까지의 이성적이고 완벽한 작업남으로서의 면모를 다 무너뜨리며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뭐랄까, 이 영화에 감정이입한 입장에서는 정말 통쾌할만한데 제 입장에서는 정말 웃겨서 주체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거 그야말로 우리나라 드라마의 황금패턴이잖아! 싸가지 없는 재벌2세가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하고 반하는 그 패턴이 고스란히 여기에 강림하셨습니다_no 물론 결론은 두 사람 모두에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어지지만요.

은근히 권선징악 느낌도 강한 이 영화, 제니퍼 코넬리와 브래들리 쿠퍼 커플이 그렇겠죠. 결국 유부남 신분으로 바람 피우던 브래들리 쿠퍼는 아내한테도 차이고 바람피우던 상대한테도 차이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니; 개인적으로 제니퍼 코넬리가 열받아서 소리지르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뛰쳐나간 다음 소심하게 청소도구 가져와서 청소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로 꼽고 싶어요_no

어쩌면 그의 아내인 제니퍼 코넬리와 바람상대였던 스칼렛 요한슨 모두 꿋꿋하게 일어나서 자기 길을 가는 모습이 남자에 구애되지 않아서 좀 멋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니퍼 코넬리는 그렇게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저 소심한 모습만은 백만볼트;

동거 7년차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벤 애플렉의 커플은 여성들의 판타지가 느껴진달까. 결국 벤 애플렉은 '아, 내가 여태까지 호강에 겨웠구나!'하면서 무릎을 꿇고 구애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진짜 호강에 겨웠던 것이 어느쪽인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기도 하고. 이 경우엔 벤 애플렉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면서도 결혼을 거부하는 이유를 좀 더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어린시절 가정이 몇 번이나 파탄나는 과정을 보면서 자란 벤 애플렉이 결혼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설정을 넣어줬다면 훨씬 더 드라마가 살았겠죠. 마지막에 그가 사랑을 위해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장면에서도 임팩트가 있었을 것이고. 물론 이 작품 속에서 이 둘의 해피엔딩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제일 마음에 든 엔딩은 상처받은 코너와 드류 배리모어가 맨 마지막에 이어지는 것. 둘 다 워낙 귀엽게 나와서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니 참 좋네요^^;




덧글

  • 마스터 2009/03/08 18:20 # 답글

    결국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게이 전문 업자가 되어도) 생길 놈은 생기고 아니면 (아무리 잘생기고 인기 좋아도) 안생겨요[응?]..OTL

    확실히 말씀하신대로 애니스톤/애플렉의 경우 설득력의 재료가 너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더구나 대조항으로 등장하는 형부/제부들이 너무..--;
  • 로오나 2009/03/09 10:17 #

    마스터 //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이 강하죠, 이 영화 자체가. 사실 남자가 보면 불편해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코너를 통해 남녀간 밸런스를 잡아보려는 노력이 좋았죠.
  • 시대유감 2009/03/08 19:03 # 답글

    스칼렛 요한슨이 섹시하다는 말에 수긍하게 했던 영화였습니다.
    프레스티지나 천일의 스캔들 등에서 봤었지만 그땐 잘 몰랐는데 여기선 확실히..
  • 로오나 2009/03/09 10:17 #

    시대유감 // 배우들이야 다들 자기 역할 잘 해냈지요. 스타 캐스팅이다 보니.
  • 玄月 2009/03/08 19:16 # 답글

    으악 생길놈은 생기고 안생길놈은 안생긴다니...잔인한
  • 로오나 2009/03/09 10:17 #

    玄月 // 그야말로 연애의 길은 수라의 길!
  • 리하이트 2009/03/09 18:30 # 답글

    전 왠지 모르게 수라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물건깨고 청소하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맘이 아팠습니다 ;ㅁ;
  • 로오나 2009/03/10 02:11 #

    리하이트 // 그 부분은 정말 이 영화의 백미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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