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 - 브랜든이 싸우지 않아!



일단 이 작품, 우리나라에만 '어둠의 부활'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군요. 딱히 들어맞는 부제도 아닌데? 애당초 3부작 예정이라 그걸 생각해서 부제를 붙여본 건가? 아니면 원작의 국내 출판명 부제가 그래서 그냥 똑같이 붙인 건가?(이게 가능성이 좀 높아보이긴 하는데)

이 영화는 그저 브랜든 프레이저 하나만 믿고 보러 갔습니다. 비록 북미에서는 쪽박을 찼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시사회 평은 볼만하다 수준은 되는 것 같았고 개인적으로도 보고 싶은 영화였기 때문에. 전날 묵직한 '체인질링'을 보고 좀 지쳤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어땠냐 하면, 그럭저럭 볼만하긴 한데 그 이상은 아닙니다. 소재도 재미있고 화면도 나름 볼거리들이 있긴 한데 확 와닿는건 없네요. 내용도 시원스럽게 확확 치고나가는 맛이 없어서 템포가 좀 늘어지는 느낌도 있고요. 저는 그래도 관대한 평을 주고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했다는 평이 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가 뭐냐면, 분명히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인데...



브랜든 프레이저가 액션을 안 해요.



...이게 이 영화의 제일 큰 문제입니다!(탕탕) 아니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에 브랜든 프레이저를 주연으로 발탁해놓고 액션을 안 시키다니 이런 미스 매치가 어딨어! 이건 마치 전쟁액션 영화에 실베스타 스텔론을 캐스팅해놓고 근육 한번 안보여주는 과묵한 작전참모로 내보내는 격 아닌가!

보다보면 심지어 별로 주인공이란 느낌도 안 들고 딸인 메기가 훨씬 주인공 같아요. 주인공 모티머(브랜든 프레이저)가 닥쳐오는 상황에 맞서서 신나게 싸우는 역할이 아니고 상황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찔끔찔끔 노력하는 느낌이라 영 불만스럽습니다. 그렇다고 그 노력이 치열하거나 필사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전체적으로 영화의 호흡이 느슨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막판까지 급박하게 달려간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데다가 꽉 짜여진 느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아니라서 여러모로 어정쩡합니다.


물론 주인공 직업이 오래되어서 상한 책을 고치는 제본사고 실버통의 초능력이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액션을 배제하고 이런 호흡을 택했을 수도 있는데... 그럼 차라리 좀 더 신비스럽고 기괴한 이미지를 강조하던가. 책을 주요소재로 삼아서 강조하려고 한 것은 나름 좋았는데 할거면 아예 끝장을 봤어야지 그것도 아니다 보니까 여러모로 어설픈 물건이 되었어요. 악역들도 딱히 개성이나 임팩트가 없는데 특히 보스인 카프리콘으로 나온 앤디 서키스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으로 유명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작중에서 이미지가 영 시언찮고.

여기에 등장하는 소재들, 고전명작에서 튀어나온 괴물이나 캐릭터 등은 좀 더 재미나게, 혹은 좀 더 임팩트 있는 화면으로 활용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냥 단발성으로 이런게 있다는 식으로 보여주기만 하고 지나간게 아쉬웠습니다. 그런 부분이야말로 실버통의 능력이라는 부분을 잘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과거의 실수로부터 시작된 문제들을 전부 해결함으로써 완벽하게 스토리가 완결된 느낌인데 어떻게 3부작으로 끌고나가려고 했는지도 좀 궁금하군요. 하긴 실버통의 능력이라는 소재만 있으면 얼마든지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긴 하겠지만요. 근데 흥행상황도 그렇고 직접 본 감상도 그렇고... 별로 2부가 나올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는 않아요;


그나저나 사실상의 주인공인 메기 역을 맡은 엘리자 베넷의 프로필에서 놀란 점은 그녀가 1992년생, 16세라는 점이었습니다. 작중에서는 좀 더 어린 나이로 나왔고 실제로도 그만한 나이로 보였는데 최근 사진을 보니 영화 속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라서 못알아보겠군요; 참 서양 소녀답게 컸다고 해야 하나_no 하긴 그러고보면 이 영화 작년에 개봉하려다가 개봉시기가 1년 정도 늦춰졌었지; 그걸 감안해도 자기 나이보다 어린 아이를 연기하기가 서양 소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촬영 당시에는 아직 동안이었던 건지 아니면 메이크업과 카메라빨과 CG의 힘이 더해진 건지 상당히 깔끔하게 그 나이대를 소화해낸 듯. 근데 만약 2부를 만들면 너무 많이 커버려서 괴리감이 클 것 같군요; 한 4년이나 5년 후로 설정하고 시작한다면 모를까. 물론 2부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지만서도.



자, 그럼 여기부터는 스포일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실버통의 능력에 대해서는 꽤 미묘하게 묘사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근데 등장인물이 책에서 나오고 현실의 누군가가 책 속으로 들어간다면 책의 내용이 멋대로 바뀌는 걸까요? 그것도 당장 들고 읽은 그 책만 바뀌는 건지 아니면 그 책 전부(즉 인쇄물)의 내용이 바뀌는 건지도 모르겠고. 마지막에 더스트핑거가 메기의 능력이 발현됐을 때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목소리가 닿는 범위에만 적용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근데 아무리 책을 읽으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책의 내용이 인물이 나오거나 들어가는걸로 바뀐다고 해도 그렇지 사실 메기가 마지막에 자기 몸에 문장을 써가면서 읽어대는 것은 완전히 팬픽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거대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뭔가 너무한거 아닌가; 이래서야 그냥 딱히 드라마성을 가진, 앞뒤 서사가 완전한 한권의 책이 필요할 것도 없이 그냥 자기가 원하는 문장을 아무데나 써서 해결하면 그만이잖아? 거의 전능한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실버통의 능력이 이 정도라면 모티머도 잉크하트를 찾아서 몇년이나 헤맬 필요도 없이 그냥 자기가 직접 아내가 돌아오는 내용을 써서 읽어버리면 땡이었을 터. 여기에 대해 작가 페노글리오는 앞뒤 내용이 완전히 맞아야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글쎄, 쉐도우가 현실로 불려져나온 다음부터는 그런 당위성은 달나라로 사라져버리고 메기가 발휘하는 실버통 능력의 전능함만 입증된 느낌.


마지막에 모든 적들을 한큐에 싹쓸이하고 엄마에게 달려들어 안기는 메기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이 잔인한 년'. 그냥 적들을 싹쓸이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카프리콘은 정말 잔혹무쌍한 묘사로 죽여버렸는데 그러고도 전혀 충격받은 모습이 아님. 급박한 상황이라곤 해도 애가 사실상 살인을 한 셈인데 저렇게 태연하다니 원래부터 절대언령을 이용한 제노사이더의 자질을 갖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자기가 쓴 묘사의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기라도 했어야 정상이었을 듯한데...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카프리콘을 묘사를 이용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놓고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온전하게 돌려보냈어야하겠지만 여기까지 바라는건 확실히 좀 무리가 있겠죠.


파리드는 애당초 돌아가길 원하지 않았지만 더스트핑거가 모티머에게 돌려보내달래길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설마 이 떡밥으로 2부로 끌고나갈 생각인가 싶었는데 마지막에 모티머가 그를 찾아와서 돌려보내주는 결말은 좋았습니다. 사실 모든 것이 모티머의 무지로부터 시작된 실수인데 그가 책임을 회피하고 더스트핑거를 돌려보내주지 않았다면 대단히 실망스러웠을 거에요. 하지만 모티머는 주인공답게 책임을 지죠.


작중에서 더스트핑거가 비겁하고 비굴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도 사실인데... 사실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당연하달까? 그는 자기 세계에서 잘 살다가 모티머의 실수로 이 세계에 내던져지는 바람에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고생한 거니까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과도 헤어져서. 그가 모티머에게 자신의 귀환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고,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안 좋게 보일 짓을 하는 것도 나름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물론 중간에 더스트핑거에게 배신당한 리사 입장에서는 아담스식 십자조르기로 그의 팔을 재기불능으로 만들어주고 싶었겠지만! 뭐 그윈이 현실에 남아버리는 바람에 책의 내용도 바뀌었으니 행복하게 잘 살겠죠.


어쨌든 악은 멸망하고 주인공들은 잘 먹고 잘 살았더라. 모니머는 아내 리사를 되찾고 잘 살았고 딸 메기는 나름 핸섬하고 의리도 있는 파리드 사이에서 사랑을 키워나갈 것 같더라. 그리고 덤으로 이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이룰 것 같더라. 해피엔딩, 해피엔딩.



덧글

  • 울트라김군 2009/01/30 16:22 # 답글

    액션 없는 브랜든의 영화는 이모텝 없는 미이라 시리즈와 같거늘..!
  • 로오나 2009/02/05 09:49 #

    울트라김군 // 맞습니다. 미이라4에서는 모텝이형을 돌려달라! 돌려달라!
  • 앞치마소년 2009/01/30 17:13 # 답글

    "브랜든의 액션을 보고 싶다면 다음편을 봐!!!"...일지도.[...]
  • 로오나 2009/02/05 09:49 #

    앞치마소년 // 그러나 망해서 안나오는 다음편.(...)
  • 더카니지 2009/01/30 17:22 # 답글

    ....음, 지금 영화관에서 표를 끊어놓고 시간을 기다리는 중인데....
    큰 기대는 버리고 봐야겠군요.
  • 로오나 2009/02/05 09:49 #

    더카니지 // 이미 보셨겠죠?(...)
  • 2009/01/30 18: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오나 2009/02/05 09:50 #

    비공개 // 아니 어느새 거기에까지!?(...)
  • saveus 2009/01/30 21:14 # 답글

    제작비 6천만달러 OTL.....

    이미 박스오피스 11위 OTLOTL....

    북미 누적수익 830만 달러.....

    한마디로 아주 제대로된 역대박이네요..-_-;;..
  • 로오나 2009/02/05 09:50 #

    saveus // 쪽박찼죠. 해외수익 합쳐서 현재 3200만 달러... 기적을 바라긴 어려울 듯하군요;
  • SilverRuin 2009/01/30 21:55 # 답글

    시놉시스만 보고 든 생각 : 이거 고유명사 몇 개만 바꾸면 미이라 같은데...
    그런데 액션을 안 하나요;ㅁ;
  • 로오나 2009/02/05 09:51 #

    SilverRuin // 안 해요. 정말로 서생 가까워져버린 브랜든.
  • 잠본이 2009/01/30 22:17 # 답글

    저도 예고편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죠. '브랜든이 액션을 안해! 어째서? OTL'
  • 로오나 2009/02/05 09:51 #

    잠본이 // 일단 잉크하트 양장본 양손 장착하고 북(BOOK)풍전기 프레이저 찍어줘야하는건데 말이죠!
  • 리하이트 2009/01/31 14:58 # 답글

    울트라김군님의 "액션 없는 브랜든의 영화는 이모텝 없는 미이라 시리즈"에 공감 100만개 때리고갑니다 ㅋㅋㅋ
  • 로오나 2009/02/05 09:51 #

    리하이트 // 그 부분은 진짜로;ㅁ;
  • 지나가던人 2009/02/08 15:12 # 삭제 답글

    정말 마지막에.. 메기가 직접 팔에 써서 읽는 걸 보고 당황했죠. '대체 왜 모티머는 책을 찾아다닌다고 고생한거지 ?'
  • 2009/02/09 15:2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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