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 리얼 디지털은 비싸다!


이 영화는 여름에 북미 쪽에서 개봉했을 때부터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라 바로 보러 갔습니다. 원래는 조조나 심야를 택해서 조용히 보려고 했으나 이게 웬걸? 이 영화는 원래 3D 안경을 쓰고 보는 영화고 그냥 일반 상영이 아닌, 3D 안경을 쓰고 보는 상영을 '리얼 디지털'이라는 명목으로 하고 있는데 오, 이런! 그 시간대가 조조와 심야는 절묘하게 피해서 일반 시간대에만 해!

큭, 약삭빠른 녀석들 같으니! 과연 여기에 굴복해야 하는가? 어차피 디지털 상영 중이니까 그냥 싸게 디지털로 봐버릴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어디 한번 간만에 3D 안경이라는거 쓰고 영화를 보는게 어떤 기분인지 맛이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후배를 끌어들여서 둘이서 같이 봤어요. 그리고 아주 근사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리얼 디지털 상영은 11000원입니다!(두둥)


......가, 강렬하다! 제기랄, 이거 너무 비싸잖앗! 잠시 그냥 다 때려치고 딴거 볼까? 하는 유혹에 시달렸으나... 사나이가 한번 마음먹고 후배까지 불러낸 이상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이유로 그냥 리얼 디지털 상영을 강행!
이것이 바로 관람료에 + 4000원을 해준 더러운 3D 안경! 아무리 봐도 초-싸구려틱하구만 이런걸로 4000원을 올려받는 심보가 실로 괘씸하기 이를데 없다! 아무리 환율이 올라도 그렇지, 흑흑.

어쨌든 이걸 차고 영화를 봤습니다. 전 원래 안경을 쓰기 때문에 하는 말인데, 이거 큼지막해서 안경 위에다 써도 되더군요. 안경 위에다 쓰면 안되지 않을까 싶어서 중간에 빼보기도 하면서 실험을 해본 결과 안경 쓰고 위에다 써도 됩니다. 아니 원래 안경 쓰는 사람들은 안경 쓰고 위에다 써야 제대로 영화가 보이겠죠.

그래서 리얼 디지털 상영은 어땠는고 하니, 확실히 화면에서 인물을 비롯해서 제작시에 의도한 물체들이 화면 밖까지 뻗어나오는 듯한 입체감을 선사합니다. 대신 3D 안경의 색깔 때문인지 약간 화면이 어두워보인다는 것이 단점. 개인적으로 몇몇 장면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본 한편 '화면이 좀 더 밝고 선명하게 보였으면 어땠을까?'하는 느낌도 들긴 했는데, 일반 디지털 상영에서 본 사람의 감상으로는 영 아니라고 하네요. 역시 애당초 3D 안경 쓰고 보라고 만들어진 만큼 쓰고 보는게 최적인가 봅니다; 일단 자막의 경우는 영화 스크린이 저 앞쪽에 있다 치면 제 바로 앞에다가 유리판을 갖다대고 거기다가 띄워준다는 느낌? 그런 돌출된 느낌이 있어서 아주 자알~ 보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화면의 피사체들이 거기까지 뻗어나오는 느낌이 드는 거죠.

영화는 진짜 모험물입니다. 브랜든 프레이저는 미이라 시리즈에서나 여기서나 아주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았어요. 그쪽은(릭 오코넬) 고고학자를 가장한 양아치 액션 파이터고, 이쪽은(트래버) 성과없어서 대학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그리고 미이라 시리즈에 비해 훨씬 더 덤벙대고 어설픈 면이 강한 지질학 교수라는 점이 다를뿐. 물론 이쪽도 언제 몸을 단련했는지 아주 훌륭한 액션 파이터로, 비록 총도 안쓰고 상대할 인간도 없지만 식육식물을 상대로 하는 액션의 신경지를 선보입니다.(오잉?)

조카인 션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의 주연 배우더라고요. 이 영화는 '왕따가 되면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거기로 현실도피해라'라는 훌륭한 교훈을 아이들에게 안겨주는 영화였죠.(뭣?) 완전 우울증 왕따였던 그때와는 전혀 다른 까칠하고 유쾌하고 진취적이며 동시에 신경질적이기도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도 그게 자연스러운걸 보니 이녀석 확실히 연기가 좀 됩니다.

히로인인 한나 역을 맡은 아니타 브리엠은 1982년생 아이슬란드 배우로 '수녀'라는 작품 하나를 찍었을 뿐인데 연기도 흠잡을데 없고 예쁘더군요. 앞으로 다른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주목해볼지도? 캐릭터도 똑 부러지고 뭐 하나 빠지는게 없어서 마음에 들었죠.

영화는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을 원작으로 하여, 작중에서도 쥘 베른이 쓴 이야기들을 실제로 믿는 '베르니안'들의, 그러니까 주인공 트래버의 형이자 조커 션의 아버지인 맥스와 한나의 아버지의 행적을 쫓아가다가 진짜로 지구 속으로 빠지는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쥘 베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면서 동시에 하지 않는 셈이기도 하죠.

내용을 보면 지구 속 세계로 빠질 때까지는 행방불명된 형의 행적을 쫓으며 스피디하게 넘어가고, 그 다음에는 완전 CG로 구축된 지구 속 세계를 보여주며 모험물 전개가 됩니다. 러닝타임은 90분 정도로 그리 길지 않고, 대신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신나는 볼거리로 채우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애당초 이 영화는 정교한 서사나 인간관계를 보려고 보는 영화는 아니고 정말 머리 비우고 즐기다 오면 되는 그런 영화지요. 그런 영화로서는 괜찮게 만들어졌다고 봐요. 과학적으론 절대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쥘 베른 월드에서는 말이 되는 그런 요소요소들이 꽤 즐겁습니다.

지구 속 세계도 꽤 비주얼적으로 아름답게 잘 만들어져 있고, 특수효과가 들어간 부분들도 상당하기 때문에, 그리고 브랜든 프레이저 몸값도 상당할게 뻔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제작비가 고작 6천만 달러라는 사실이 조금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죠. 이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트래버, 션, 한나 외의 인물은 거의 등장하질 않아요. 대사가 있는 사람을 세어보면 대학의 밉살스러운 동료교수와 한가한 연구원, 그리고 션의 엄마 정도? 그외에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 A급의 엑스트라들 뿐인데 이런 사람들조차 50명도 안나오거든요. 그래서 브랜든 프레이저는 사람하고 싸우는 대신 식육식물과 싸우며 액션의 신경지를...(생략) 여기서 일단 배우 출연료가 극단적으로 줄었을 것이고, 거기에 영화의 대부분이 '300'처럼 블루 스크린 앞에서, 혹은 조촐한 내부세트에서 찍은 뒤에 그걸 CG로 덮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제작비가 적어질 수밖에 없죠.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좀 많이 든 편인지도;

결과적으로 짧은 러닝 타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리는 듯이 지루할새 없는 스피디한 편집을 했고, 그동안 계속 볼거리가 나와주기 때문에 아주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 되겠습니다. 솔직히 똑같이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이지만 '미이라3 - 황제의 무덤'보다는 이쪽이 백배 낫다!(롭 코언, 잊지 않겠다_no) 반쯤 농담조로 후속작을 예고하고 있기도 한데 만약 나오면 보러갈 것 같네요.


자, 그럼 여기부터는 스포일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일단 후속작은 나온다면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 오, 마이 갓! 나오면 우리 나디아랑 같이 손잡고 노틸러스호로 가서 네오 아틀란티스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건가요?(그럴리가)

이건 진짜 학계에서는 가망없다고 보고 푸대접받던 이론을, 존경하는 형의 이론이라는 이유만으로 붙들고 있던 트래버의 인생역전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지구 속으로 빠져든 후에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위기에서 탈출해 돌아오고, 절대 말도 안되는 것 같은 그 이론이 실제로 들어맞는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거기에 다이아몬드 원석을 잔뜩 갖고 나오면서 로또 1등 당첨되듯 돈도 얻고 사이언스지에 대서특필되면서 명예도 얻고. 연구소를 새로 마련하는 것을 보니 왠지 스폰서도 붙겠죠? 분명 후속작이 나오면 사실 학자로서는 별로 능력이 없는 트래버가 이걸로 벌어둔 점수를 사정없이 깎아먹고 있다가 진짜로 아틀란티스를 찾아가서 대박 제2탄을 터뜨리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_-;

노골적으로 리얼 디지털 효과를 노리고 만든 탄광차 폭주는 딱 그들이 의도한만큼 즐거웠고, 그 다음에 지저터널을 통해 수천마일 떨어져내리는 장면이나 나중에 간헐천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장면도 만화적인 상쾌함이 있어서 좋았죠. 현실에서 저러면 당연히 죽겠지만!;

몸에서 빛을 내는 발광조 무리의 영상은 정말로... 입체적인 느낌도 좋았지만 지구 속 세계가 지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도입부터 잘 보여준 부분이라고 봐요. 그 부분은 저도 화면에 홀린듯이 푸르게 빛나는 새들을 바라보고 있었거든요.

션이 자기장에 의해 떠서 동굴 전체를 메우고 있는 자석바위들을 밟고 걸어가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면서 굉장히 필사적인게 납득이 가기도 하고, 마치 액션 게임할 때 허공에 디딤대들이 떠 있는데 그걸 헛딛으면 떨어져서 죽을 때의 상황에서 느낄 법한 스릴이나 이런게 있어서 좋았죠.

바다를 건널 때, 처음 식육어가 입 벌리고 튀어나오는 장면에선 정말 깜짝! 리얼 디지털로 보지 않았으면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겁니다. 해룡들에게도 공격받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만약 그랬다면 정말 대책이 안섰겠죠. 그래도 해룡들의 육중함을 좀 더 살려서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식육식물과의 액션은 적절하게 제어됐다고 생각하는데, 파리지옥하고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과 사투를 벌이는게 참^^; 뒤에서 일어나는 식육식물에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브루스 리 풍으로 한방 먹여서 다운시키는 장면까지 가면 실로 유쾌!

공룡에게 추격당하는 부분은 너무 뻔해서 그런가, 고작 커다란 놈 한 마리만 나왔다는게 외려 좀 심심했어요. 무리로 나와서 대책없이 쫓기다가 그놈들끼리 싸움도 좀 붙어주고, 거기서 머리를 쥐어짜내서 죄다 자멸시키는 전개로 갔으면 훨씬 스펙터클하고 재미있지 않았을까나?

어쨌든 전체적으로 볼거리면에서는 살짝 아쉬운 듯하면서도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덧글

  • TokaNG 2008/12/19 23:41 # 답글

    안경착용이라는 문구에 바로 뽐뿌 식어버린 작품입니다..=_=;;;
    어릴때 셀로판지 눈에 대고 보는 만화영화를 아주 머리 아프게 봐서..;;;
    그리고 저양반이 나오면 어째 다 미이라같아요..;;;
  • 로오나 2008/12/19 23:43 #

    TokaNG // 뭐 근데 안경착용 안해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비주얼인 것 같습니다. 전 100%를 느껴봐주겠어! 하고 리얼 디지털을 봤지만 애당초 이렇게 하는 상영관 자체가 거의 없더라고요-_-;
  • TokaNG 2008/12/19 23:45 #

    아이맥스관에선 가능한거 아니었습니까??
    일산 아이맥스관에서도 그러는것 같던데..
    어째 예고편을 보니 그래픽이 이질감이 심해서 안경을 안 쓰면 위화감에 화면을 망칠 것 같던데..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네요.
  • 로오나 2008/12/19 23:48 #

    TokaNG // 아니 관 문제보다는 영사기 문제일걸요? 디지털관에서 되면 아이맥스관에서도 당연히 될거고. 극장측에서 그렇게 상영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죠. 리얼 디지털은 비싸니까 꺼려하는 사람들도 나올텐데 어느쪽이 중점을 두고 상영할 것인가.
  • TokaNG 2008/12/19 23:49 #

    그렇군요..=ㅂ=^
  • muse 2008/12/19 23:44 # 답글

    개인적으로 브랜든 프레이저는 주연으로 연기한 첫 작품이 조지 오브 정글이라는 점부터 오락영화 전문 배우인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들어요. 그게 저 사람의 배우로써의 단점이죠. 사람들이 브랜든 프레이저에게 기대하는 게 너무 고정되어 있어서...;;;
  • 로오나 2008/12/19 23:48 #

    muse // 오락영화~라기보다는 모험영화겠죠. 미이라 시리즈도 더더욱 그런 이미지가 굳어져서; 대신 그런 이미지를 연기할 때는 뭔가 확실하게 성과를 내는 배우이기도 하고.
  • 아레스실버 2008/12/19 23:50 # 답글

    아냐아냐, 난 2천원에 디지털에서 봤는데 CG티가 너무 나서 첫장면부터 확 식더라고.
    아예 안경을 쓰던가 스크린 더러운 곳에서 보던가 택일해야 돼.

    처음에 CG티가 나니까 집중이 안돼. 그냥 지나가야 할 곳에서 물리법칙 신경 쓰이고.
  • 로오나 2008/12/19 23:53 #

    아레스실버 // 아, 그래? 그럼 역시 3D 안경 쓰고 본게 정답이었군. 난 솔직히 꽤 좋았거든. 댁 감상을 토대로 본문 좀 수정해야겠다.
  • SoulLoss 2008/12/19 23:59 # 삭제 답글

    흐음...저딴 안경을 그냥 주는거라면 모를까
    빌려주는거라면 가치없는 영화군요 =ㅅ=
  • 로오나 2008/12/20 00:01 #

    SoulLoss // 4000원씩이나 더 내는 건데 '대여'면 다 들고 일어나야죠. 주는 겁니다;
  • 라피니 2008/12/20 01:20 # 답글

    저거.....주는거군요.....롯데 시네마 노원은 바구니 들고 다 거둬가던데 말이죠. 심지어는 제가 그냥 가져가니까 당장 내 놓으라고 절 따라오기까지;;;
  • 로오나 2008/12/20 01:23 #

    라피니 // 어라? 그러고서 11000원 받아먹었어요? 전 롯데시네마 안산 롯데마트점에서 봤는데 제가 처음에 물어보니까 새걸로 주고 그냥 가져가는거라고 하던데요?
  • twinpix 2008/12/20 03:46 # 답글

    예전에 롯데시네마 구리에서 베오울프 3D를 본 적이 있는데 안경은 회수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주는 걸로 바뀐 건지 모르겠네요. 음.
  • 로오나 2008/12/20 17:51 #

    twinpix // 음. 요는 가격일텐데... 정상적인 관람료를 받고 안경을 회수했다면 그건 당연하게 여기겠지만 이쪽은 + 4000원을 받았으니까요.
  • jun Boy 2008/12/22 18:52 # 답글

    허걱 안경 주는 거였어요? 난 반환했는데...
  • 로오나 2008/12/23 04:00 #

    jun Boy // 지점마다 틀린 것 같네요. 관람료가 얼마였는가가 문제.
  • 시로유키 2009/02/14 23:31 # 삭제 답글

    이거 미국에서 DVD 나왓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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