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아이 - 아리아의 국내도입이 시급합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그리 좋지 못한 평을 얻고 있는 것 같고 우리나라에서는 평이 많이 엇갈리는 것 같군요.(하지만 결국 흥행은 2주 연속 1위를 달리며 성공중) 이 물건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평이 상당히 다른 영화이기도 한데, 제 경우는 사실 그 중간에 밝혀지는 '이글 아이'의 정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될테니 이 타이밍에는 말할 수 없지만, 저는 전철 탈때 심심해서 사본 영화잡지의 리뷰에서 어느정도 감잡을 만한 힌트를 잡고 봐버렸기 때문에 정작 그 정체를 접했을 때도 실망하거나 맥빠지는 일이 없었거든요. 사실 그런 의미에선 차라리 그 정도는 스포일링을 당하고 보는 편이 그 부분에 대한 기대치를 조절할 수 있어서 영화 전체를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

이 프로젝트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랫동안 실현하고자 꿈꾸어온 것이라는군요. 그러나 본인이 인디아나 존스5를 포함한 제작 스케줄 문제로 직접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알맞는 감독, 디스터비아로 역량을 입증했고 샤이아 라보프와도 호흡을 맞춰본 D.J 카루소가 선택되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영화를 보면 과연 스티븐 스필버그가 선택할만 하구나 싶은 역량을 보여줍니다. 후반부에 맥이 빠진다는 평이 많은데, 저 같은 경우 영화 전반부의 텐션과 후반부의 텐션에 그리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감독이 화면을 쥐고 적절한 템포로 휘둘러대는 것이 아주 잘 다듬어져 있고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연출적으론 긴박감과 박진감을 아주 잘 유지했고, 액션도 쓸데없이 화면을 흔들어대거나 규모만 키우지 않고 한 화면 한 화면을 적절하게 잘 연출해냈다고 생각해요. 그런걸 보면 후반부를 어떻게 감상하느냐는 역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글아이'의 정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겠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SF' 액션 스릴러이며, 좀 낡은 소재가 핵심으로 등장합니다.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면에서 현대적인 어레인지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럽고 낡은 떡밥이라는 느낌은 피할 수 없어요. 이제와서 '비밀스러운 그 정체는 정말 대단해!'하는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는 거죠. 좀 더 많은 가공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혹은 핵심이 되는 부분에 좀 더 결정적인 뭔가를 추가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기획을 받아봤을 때 10년 동안 잠자고 있어야 했던 이유를 알겠다며 너무 시대를 앞서가서 그렇다고 말하고 있는데, 글쎄요? 솔직히 10년 전에는 몇년 앞서갔던게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와서 보면 적어도 몇년은 더 일찍 나왔어야 하는 느낌이군요.

그것만 제외하면 무척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초반부터 말이 되나 안되나 헷갈리는 방법으로 몰아치는 솜씨가 빼어나요. 화면도 딱히 압도적인 부분은 없지만 과연 제작비 많이 들인 물건다운 때깔이 나서 보면서 질리지 않고요. 무엇보다, 이건 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거지만 영화 속 미국이 정말 부러워요!


결론 : 아리아의 국내도입이 시급합니다. 오퍼레이션 길로틴 좀 짱인듯?


자, 그럼 여기부터는 스포일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역시 '이글아이'의 정체, 즉 아리아가 오래된 SF의 빅 브라더 생각나는 인공지능 컴퓨터라는 거죠. 이제와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명령을 초월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유능하고 위험천만한 기계를 존내 거대한 비밀의 정체로 포장하기에는 시대가 벌써 21세기입니다. 이 정도는 그냥 여상스럽게 등장하고 뭔가 스토리상의 비밀은 또 하나가 존재하는 구조로 가야 하지 않았을까. 전반부에 감독의 의도가 아주 성공적으로 몰아친 안내원의 음성 같은 느낌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정체불명의 명령을 이용해 몰아치면서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켜놓은 다음 '사실 그 정체는 1984의 빅 브라더였다! 어때, 놀랐지?'하면 요즘 관객들로서는 '니마 매너염'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부터 감 잡고 보지 않았다면 정체가 밝혀진 후부터는 상당히 집중력이 떨어졌을 거에요. 그 정체를 거창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혹은 정체에 대한 2단 반전이 숨어있었다거나 하는 방식을 택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와서 사람들을 그 정체만으로 놀래키기에는 너무 낡은 떡밥이니까요;

그외에는 역시 어이없는 부분이 아리아가 주인공 제리를 선택한 이유였는데요. 형과 쌍둥이라서 성문이 같으니 락을 해제하는게 가능한건 그뿐이다...라니 이 무슨 무개념한; 차라리 이게 스타워즈라서 제리의 정체가 형의 클론인간이었다는 설정이었다면 그게 가능했겠지만 쌍둥이가 목소리는 똑같아보일 수 있어도 성문은 서로 다르다고!; 다른데도 아니고 각본 보고 설정검토하는 인력들도 몸값이 상당한 헐리웃에서, 그것도 1급 블록버스터에서 이런 설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내다니 어이상실; 뭐 사실 꼬치꼬치 따지지 않고 보면 그럴싸하기도 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설정이긴 하지만요.

아리아가 동원하는 수단들은 납득이 안가는 것들도 제법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것들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것은 납득하겠는데 전선을 끊어버리거나 하는 부분은 저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무인폭격기 날려서 터널로 진입시킬 때는 푸훗 하고 웃어버리기도 했죠. 하지만 여태까지 해온 짓이 있다 보니 그런 부분도 거부감이 드는게 아니라 그래, 이런게 나와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샤이아 라보프는 자기 나이보다 좀 더 많은 나이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솔직히 아주 자연스럽게 그 연령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애가 좀 더 나이들어보이려고 발악하는 과정에서 수염을 붙이긴 했는데 너무 동안이라 그게 어색하더라. 캐릭터는 어색하지 않았지만 나이는 어려보이더라. 그 정도 되겠네요. 레이첼 역의 미셸 모나한과 투닥거리는건 좋았지만 말이죠.

작중에서 사망한 캐릭터 중에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토마스 아저씨. 초반에는 그냥 히스테릭하고 악당필나는 경찰로만 나오지만 후반부에는 폭풍간지를 보여주신 후 무인비행기 막고 사망. 경찰복 벗을 각오를 하고(속된 말로 목을 걸고) 제리를 빼낸 후에 정말로 목숨이 날아가다니 그 각오는 그저 상징적으로 말한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버린 진정한 사나이! 사후에 훈장을 받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후우-_/~

막판에 아리아를 파괴하는 두 남녀가 모두 흑인이라는 것은 나름 시사성을 노린 부분이 아닌가 싶더군요. 아직도 미국 사회에는 흑인과 관련한 많은 편견들이 있으니까요. 뭐 어느 사회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나저나 아리아가 수집하는 정보의 양을 보면 저장된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할텐데 막판에 인공위성으로 전송하는 스피드를 보니 실로 경세지경! 아리아 전용선, 무선인터넷 주제에 좀 짱이군요. 저도 저런 초광속 전용선 좀 써보고 싶어요.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전 심정적으로 아리아 편이었습니다. 나라의 수뇌부가 제대로 못해서 나라와 국민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면 오퍼레이션 길로틴을 발동해 싹 쓸어버리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한다니... 아아, 정의롭다. 그래. 나라 다스리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하게 만들어야하지 않겠어? 아리아, 미국애들이 너를 거부했으니 우리나라 와서 오퍼레이션 길로틴 한번 발동해주렴. 대한민국에도 아리아의 도입이 시급합니다!;ㅁ;

...아니 뭐 개인의 자유나 프라이버시라는 측면에선 역시 반대고 수많은 SF에서 다뤄질 때도 항시 같은 결론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퍼레이션 길로틴은... 그것만은 정말ㅠ_ㅠ





덧글

  • TokaNG 2008/10/22 21:36 # 답글

    쓸데없이 관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눈밖에 났습니다..ㅡ,.ㅡ
    이것 말고도 보고싶은 영화가 많았는데 일산엔 하나도 개봉을 안 해서 미쓰 홍당무를 끝으로 볼 영화가 없..
  • 아그라 2008/10/22 21:55 # 삭제 답글

    스포일러버전본후 '이러니 좌빨작가 소리듣지. 우리 대통령니마욕하지 말아염ㅋㅋ'
  • 로오나 2008/10/22 22:03 # 답글

    TokaNG // 뭐 한국 대형작품 배급 스타일이 그렇죠. 우리나라는 관이 얼마 없어서;

    아그라 // 님도 같은 패거리잖아염!(...)
  • gene 2008/10/22 22:15 # 답글

    스토리가 좀 뻔해서 이글아이 정체도 초반부터 대충 뻔해보였긴한데 그래도 돈쓴티가 좀 나는 영화라서 좋았어요...
  • 로오나 2008/10/25 12:54 #

    gene // 일단 때깔이 좋으니까요.
  • 다스베이더 2008/10/22 22:28 # 답글

    오퍼레이션 길로틴을 대한민국에 실행해야합니다
  • 로오나 2008/10/25 12:54 #

    다스베이더 // 아리아가 만드는 좋은 나라.(...)
  • 미스트 2008/10/22 22:44 # 답글

    UAV 좀 짱이었죠. 보면서 오오오오오오오!!! 했습니다.
  • 로오나 2008/10/25 12:54 #

    미스트 // 낡았다는 점만 빼면 다 좋은 영화였어요.
  • 야크트 2008/10/22 23:26 # 답글

    우리나도에 아리아 도입이 필요하는 점에 저도 동감합니다.

    제가 어의없었던 것은 공군 아줌마의 꼬챙이질 한방에 아리아가 박살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ㅡ.ㅡ;;;
  • 로오나 2008/10/25 12:55 #

    야크트 // 뭐 그래봤자 컴퓨터인 게죠;
  • SoulLoss 2008/10/23 09:45 # 삭제 답글

    저도 좌빨에 추가요~(그냥 좌빨하고말죠. 지금은)
  • 로오나 2008/10/25 12:55 #

    SoulLoss // 전 사실 정치성향조사 같은거 하면 왠지 우익입니다. 왜지!?(...)
  • 우페이 2008/10/23 14:41 # 답글

    저와 같이 봤던 아낙들이 토마스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절때리더군요(아니 왜!?)
    아리아 부실때보면서 처음부터 그냥 저 눈같은거 부시면 끝날거같은데 라고생각했는데 막판에가서야 부시는거보며 여태 뭐하러 뻘짓했니 그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라보프 죽은줄알았는데 떡하니 살아나서 훈장받는게 반전아닌 반전이랄까요...
    전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말이죠...아니 죽었던게 더 나았을텐데...
  • 로오나 2008/10/25 12:55 #

    우페이 // 사실은 세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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