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헬보이2가 개봉하길래 헬보이를 봤습니다. 사실 딱히 볼 생각은 없었는데 여차저차하다 보니 주말이 지나고 보니 제 손에 쥐어져 있는 DVD, 그리고 헬보이2의 '흥행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평은 이상하리만치 좋은' 상황이 저로 하여금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지요. 그래요. 2를 볼 마음을 먹었으니 기왕이면 1을 보는게 좋지 않겠어요?
다 보고 난 감상은 이 영화는 무척 미묘한 블록버스터라는 것입니다. 일단 주인공이 못생겼다는 것부터가 그렇죠.(...) '헬보이가 못생겼다면 헐크도 못생겼잖아!'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헐크는 인간 모습일 때는 잘 생겼고 결국 흥행에서 별로 재미 못봤잖아요.(먼 산) 그외에는 비주얼은 매우 훌륭해서 몇몇 장면은 정말 매혹될 지경인데 반해 블록버스터다운 맛, 그러니까 스펙터클함이나 시원시원하게 달려주는 맛은 부족해서 보다 보면 오오, 하면서도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는 점도 참; 그래서 흥행에서 재미를 못본 걸까요. 북미수익이 6천만달러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감독인 길예르모 델 토로의 경우 헬보이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 다른 대형 프로젝트 제안을 전부 걷어차고 2 연출을 맡은 전적을 갖고 있는데 영화 곳곳에서 그런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고 할까. 몇몇 부분은 원작 코믹스에서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오컬트적인 부분의 연출은 굉장히 기괴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잘 살아있습니다. 악역으로 나오는 흑마술사 라스푸틴의 경우 그런 분위기의 최정점에 서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그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악의 숨결이 섞인 말을 속삭일 때마다 신비스러우면서도 사악한 분위기가 매력을 더해줍니다.
적 캐릭터인 크로넨은 정말로 매력적인 존재였습니다. 그가 죽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였어요. 온몸의 피를 빼내고 먼지를 채워넣어 스스로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나찌 시대의 안드로이드라니! 나찌 시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독면 괴물로 등장하지만 현대에 다시 등장했을 때는 뭔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느슨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날아오는 총알을 칼로 되통기고 돌 조각상을 말끔하게 갈라버리는 검호! 정말 원작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무진장 궁금해진 캐릭터였죠. 이런 캐릭터가 끝장나버리다니 슬프다ㅠ_ㅠ
히로인인 리즈의 경우는 갑작스레 튀어나와서 스토리에 불쑥불쑥 끼여드는 느낌이 강한데(라스푸틴이 그녀에 대해 알고 폭주시킨 부분 같은 것) 제가 보기엔 이 여자가 헬보이보다 훨씬 무섭워요; 푸른 불길을 일으키면 자신은 터럭 하나 상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머리카락 한올 일렁거리지 않는데 건물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버리다니, 이 능력 제어하게 되면 진짜 당할 자가 없겠군 이거_no 그래도 마지막에 헬보이와 불타는 키스는 정말 멋졌어요. 보다 저도 모르게 킬킬거리면서 웃어버렸다니까요. 닿으면 불타는 여자와 지옥에서 태어나 불에는 면역을 가진 남자의 사랑이라.
사실 리즈와 관련해서 헬보이와 마이어스 사이의 신경전을 부각시키면서 너무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드러내려고 한게 이 영화의 실패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가뜩이나 시원시원한 부분이 없는데 그 부분은 너무 루즈하거든요. 그 갈등은 차라리 안넣거나 좀더 압축적으로, 다른 형태로 넣었으면 좋았을 것을.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폭발하는 스타일이면 모르겠는데 리즈를 끼고 치정싸움으로 가니 이건 뭐;
주연인 헬보이나 선량한 사이코매트러 물고기인간 에이브는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비주얼을 갖고 있어요. 판의 미로를 생각해보면 참 이 감독스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특히 에이브 쪽이.(라고 하지만 전 판의 미로는 다들 무섭다고 해서 안보고 예고편이랑 출발! 비디오 여행으로만 봤음;) 2004년도에 나온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특수분장 부분은 조금도 어색한 부분을 못찾겠어요. 아주 훌륭합니다. 배우들도 특수분장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고요.
대적해야 하는 몬스터로 나온 사마엘의 경우가 무척이나 미묘한 경우인데, 역시 특수분장이나 CG는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만 액션이 미묘한 것 같아요. 아니 감독이 의도하던 스타일은 알겠고 그게 잘 구현됐다고는 생각하는데, 또한 사마엘의 그로테스크한 생태 또한 작품 분위기에 어울린다고는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 컨셉 자체가 별로 재미있어보이질 않는달까. 헬보이의 경우는 전투시에는 딱히 다른 특수능력이 없이 강력한 육체능력과 돌로 된 팔이 포인트인데 사마엘과의 싸움에선 이런 부분이 별로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할까. 차라리 단단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파워형 적을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사마엘이 보다 다이나믹한 액션을 보여주고 헬보이도 좀 더 역동적으로 받아쳤던가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액션 부분은 상당히 심심한 느낌이 되고 말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다보면 2% 부족한 답답함이 있어서 미묘해요. 사실 그건 크로넨을 끝장낼 때도 마찬가지라서 '저런 캐릭터를 저렇게 시시하게 죽이다니!'하고
솔직히 마지막 부분은 많이 시시했습니다. 라스푸틴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그렇고 그의 몸속에서 튀어나온 '세상을 멸망시킬 괴물'이 몸속에서 폭탄 좀 터졌다고 그대로 사멸하는 것도 그렇고 '이거 너무 약한거 아냐?'라는 느낌이 팍팍 들더라고요.
결국 이 영화의 최대문제점은 중간중간 헬보이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튀어나온 루즈한 갈등드라마와 아무리 봐도 심심한 액션부분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인 비주얼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 두가지 문제점만 어떻게 했더라면 훨씬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2는 평이 아주 좋은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흥행에서는 별로 재미를 못봤지만 그런 면에서도 1보다는 나아서 아무래도 기대가 되고 있답니다. 1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했다면 정말로 좋은 블록버스터로 완성되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