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도대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찌마와 리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부조리들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헤게모니의 의미를 적절한 개그와 상징으로 형상화시켜 만들어낸 한편의 거대한 선악고찰 드라마입니다. 그것은 일견 지독히 시니컬하고 차가워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탄압받는 인간이 꿋꿋하게 일어나 서로 끌어안음으로써 인간의 마음에는 온기가 남아있다고, 이 세상이 악취로 가득한 쓰레기통이고 시궁창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그것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남아있다고 말하는 휴머니즘이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새카만 악의가 마음을 뒤덮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나오는 감동적인 명작이죠.
.....라는 것은 직접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죄다 뻥입니다. 네.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이봐)
이 영화는 그동안 웹을 열광시켰던 간지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마케팅을 보면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그대로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가 '나는 A급이 아니다. 나는 감동의 B급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환청이 들려오는 듯해요. 처음 시작부터 기대한 걸 그대로 질러서 사람을 웃다 쓰러지게 만들더니, 스텝롤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마침내는 맨 마지막 자막마저도 사람을 웃겨줍니다. 아, 훌륭해요. 당신들 너무 멋져. 아, 그러고보니 이 영화는 제가 올해 본 '자막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신경 쓴 영화'로군요. 성룡영화처럼 NG 장면들을 스텝롤과 함께 보여주죠.
이 영화 특유의 오버액션과 대사들은 실로 주옥 같습니다. 도대체 버리거나 뺄 것들이 없을 정도에요. 극장 나오면서 '나 이 영화 대사 하나도 안잊어버릴 것 같아'라는 감상이 나올 정도면 말 다했죠. 제가 보는 시간대에 한 무리의 청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오면서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며 주옥 같은 명대사들을 줄줄이 읊어대더군요. 아아, 어떻게 이 대사들을 잊을 수 있겠어요?
이 영화는 말하자면 한국판 못말리는~ 시리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좀처럼 없던 스타일이라서 정말 반갑기 이를데 없어요. 꼭 성공해서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못말리는~ 시리즈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양키센스라 한국인으로선 도저히 공감할 수 없고 웃을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다찌마와 리는 철저히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들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이걸 보고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랴! 옛날 희극을 보는 듯한 이 오버액션들은 정말로 더 맛깔날 수 없을 정도로 맛깔납니다. 무서운건 보다보면 거기에 중독되서 나중에는 그게 정말로 진지하고 공감되고, 다찌마와 리 역을 맡은 주연 임원희가 가면 갈수록 멋있어보입니다. 오! 쾌남! 잘 생겼다! ...아니 임원희씨 진짜로 잘 생겼다니까요? 본 사람들은 다들 제 의견에 동감할 거에요!
다른 영화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극도로 오버하는 대사와 행동들의 향연도 그렇지만, 배경도 멋집니다. 만주, 스위스, 미국 등의 배경이 등장하지만 사실 촬영장소는 전부 다 대한민국!(...) 암록강, 흑룡강이라고 적고 사실은 한강다리 밑에서 찍은, 심지어 다리 위로 자동차 지나가는 것까지 다 보이는 씬 하며(아, 옛날 벡터맨 생각난다^^;) 스위스 산중이라 적고 사실은 용평 스키장에서 찍은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배경이라니! 이것 자체가 너무나도 노골적이기에 웃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죠. 요즘 해외 로케 등으로 좀 쓸데없이 돈 쓰는데 정신없는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 정도로 노골적인 부분들을 제외하면 사실 배경이 해외라고 말하는데 어색함이 없어보였거든요.(뭐 도심 등이 안나와서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옛날식 일본어, 중국어 등도 매력이지요. 처음에는 자막이 나오길래 진짜 외국어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잘 들어보면... 아아, 저 아름다운 말씨도 그렇지만 자막도 간지가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당신들 어쩌면 이렇게까지 센스가 멋진겨_no
액션은 솔직히 두말할 것 없이 좋습니다. 개그풍으로 좋다는게 아니라 진짜 잘했어요. 일대 다수로 붙는 장면 등이 아주 박진감 넘치게 연출되어 있어서 아주 호쾌합니다. 임원희씨 액션 좀 하더라구요.(대역 쓴 것 같은 부분도 좀 보였는데 실제론 어떤지 모르겠고)
이건 진짜 내려오기 전에 한번 더 볼 생각입니다. 애당초 제작비가 많이 들진 않은 영화고, 개봉관수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흥행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확실히 메이저 스타일은 아니고 철저한 B급에 화장실 개그까지 열심히 나오는 작품이라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개인적으로는 엄청 히트하는건 무릴지라도(웹상의 화제는 보장됐다고 해야겠지만 그게 꼭 대중적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100만 관객 돌파 정도는 달성해서 앞으로 이런 영화가 계속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줬으면 해요.
자, 그럼 여기부터는 스포일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사실 뭐 도대체 스포일러랄게 있나 싶지만^^; 개인적으론 다찌마와 리가 기억상실증에 걸렸을 때 정말 뒤집어졌습니다. 아니, 설마하니 저런 소재까지 써먹을 줄이야! 그 후 악당들에게 비참하게 얻어맞는 다찌마와 리의 모습은, 참 한국영화답게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비참한 부분은 끝내주게 연출하는구나 싶었어요. 이것만은 헐리웃과 비교해도 꿀릴게 하나 없는 한국영화의 강점이죠. ...라고 말하니 자랑할게 이따위 거라는게 뭔가 슬픈데_no 어쨌건 그런 장면이 있었기에 다시 각성해서 외팔이무사의 비전무예를 터득하고(...) 다시 맞닥뜨린 적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의 카타르시스는 배가 되죠, 랄까, 어쨌든 그 부분 액션은 정말 멋졌어요. 여태까지 액션영화만 줄창 찍더니 그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스위스(라고 쓰고 용평 스키장이라고 읽는다)에서 벌이는 총격전도 멋진 부분입니다. 솔직히 누가 코트에 배깔고 눈썰매 타면서 총격전 벌일 생각을 하겠어요. 그 전에 눈덩이가 열심히 굴러오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CG 같은데, 이 영화 보다보면 의외로 이렇게 돈을 쓴 것 같은 부분이 군데군데 있다는게 나름 신기하달까 뭐랄까.(...)
금연자가 미션 임파서블풍으로 가면을 벗고 본모습을 드러낼 때는 정말 다시 한번 뒤집어졌습니다. 댁들 이래도 되는 거야? 지금 1940년이라며! 나중에는 아예 서양여자로 변장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질 않나! 그러고보니 그 부분에서 보여주는 액션 정말 멋지던데 도대체 누가 한걸까.(대역이 했을 것 같은데)
모든 음모의 축이 마리였다는 것은 슬슬 뭐라고 말할 기력도 없이 그저 '오오! 역시!'하고 감탄해주는 수밖에 없는 전개랄까. 그게 또 나름 다 짜맞춰진다는게 더 멋진 점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스파이물의 정통 코드를 가져와서 써먹은 부분이네요. 아니, 사실 보다보면 그런 부분들이 꽤 많죠. 어, 저건 007 모 시리즈에서 봤어! 할 수 있는 것들. 제작진이 그런 부분에도 많이 공을 들인 듯합니다.
중간에 위장한 악당으로 등장해주는 리쌍은 정말 그럴싸하더군요. 정말 3류 악당 같은 느낌이 아주 제대로였어요. 리쌍, 앞으로 그런 식으로 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실례다)
류승범의 국경살쾡이도 뭐라고 더 말할 건덕지조차 없을 정도로 이 영화의 색깔을 잘 살려줬습니다. 기왕 나왔으니 특기인 액션 연기 좀 뽀대나게 보여줬어도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캐릭터가 캐릭터다 보니 그럴 건덕지가 전혀 없었던게 가슴 아픈 부분이랄까^^; 사실 마지막을 맞이하기 전에 왕서방에게서 돌아서서 다찌마와 리를 돕다 죽었으면 보다 비장미가 넘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라고요.
아아, 어쨌든 정말 간지나는 영홥니다. 이 영화 좀 킹왕짱인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