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로로 극장판 천공대작전을 보러 갔다가 생전 처음으로 영화 보는 도중에 영사기가 고장나는 멋들어진 사고를 겪었습니다. 오오, 영사기 고장!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겪어보는건 처음이다! 대단한데! 신기해! 극장 화면이 온통 깜깜하고 소리만 나오고 있어!
당연하지만 아이들로 가득한 극장 안은 온통 당황스러움과 분노의 오러가 지배하며 혼란의 도가니탕. 영화를 재미있게 보다가 스톱당해서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극장측의 대처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말로는 많이 들어봤지만 롯데시네마측은 실제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들의 대처에는 100점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롯데시네마 안산점 좀 개념있음. 발빠르게 상영을 중단하고 영사기 고장을 알린 후에 10분만에 보상을 시작하는 아름다운 자세. 그들이 제시한 보상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환불해드립니다.(당연한 전제조건) 혹은 지금 가까운 시간대에 윌.E를 상영하는데, 볼 의사가 있으신 분께는 좌석 마련해드립니다.
2. 사과의 뜻대로 한달기간의 무료관람권을 같이 드립니다. (적절한 보너스)
관객 대부분이 아이들 혹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이었기 때문에(아이들과 관계없는 어른관객은 저랑 옆자리의 '난 케로로를 보고 싶었어! 윌.E는 필요없다구! 하지만 봐야지.'라고 말하는 커플밖에 없었음;) 허탕치고 돌아가게 하지 않고 윌.E로 대체관람을 유도하는 것은 꽤 훌륭하다 싶더라고요. 제 경우는 윌.E를 보는 대신 환불을 받았고요. 거기에 더해서 제가 케로로를 보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이걸 쓴 것에 대해서 말했더니 내일자 케로로 티켓을 끊어오더군요. 오늘 중간까지 봤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토대로 한층 더 베스트 포지션이라 생각되는 자리를 잡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영사기 한번 고장나준 덕분에 시간만 약간 버렸을 뿐 이득이 많았군요. 핫하하!
사실 영화관이 멀고 또 영화를 보기 위해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면(예를 들면 어제 다크나이트를 용산 아이맥스관에서 예매해서 본 것처럼) 이 정도 보상을 받아도 기분이 나빴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자전거 타고 10분 거리의 롯데시네마다 보니 과하게 이득을 본 기분마저 드는군요. 어쨌든 신속하고 괜찮은 대처였습니다. 리스크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사태를 처음 겪어보니 딱히 불쾌하지도 않고 재미있기도 했고. 하지만 역시 한번 겪어봤으니 이제부터는 이런 일을 겪지 않고 무사히 영화를 보는게 제일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