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처음부터 끝까지 리뷰를 쓸 기력이 없어서 나중에 쓰겠습니다. 그 전에 요약식으로 감상을 늘어놓아야겠는데... 그 전에, 오늘 아이맥스관에서 조조상영으로 관람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좌석이 꽉 찼는데도 불구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그 자리를 지배하고 있었고, 다 끝난 후에는 절반 이상의 관객이 남아서 스텝롤을 보며 박수를 치는 진기한 현상에 동참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께 행운이 있기를.
※ 스포일러 미포함1. 정말로 배트맨 비긴즈와는 비교가 안된다. 전작에서 보였던 사소하다고 우기고 싶었던, 사실은 시간이 지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심각했던 문제들 따윈 다크나이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히어로물로서 만들어져서 히어로물을 넘어섰다. 내가 설마 2010년도 되기 전에 스파이더맨2를 능가한다고 인정하는 영화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다만 이 영화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에, 스파이더맨2와는 다른 지향점에서 최고의 위치를 획득했다.
2. 아이맥스에서 보는 것은 좀 미묘한 구석이 있다. 이 영화는 전부 다 아이맥스로 촬영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이맥스에서 상영될 때도 전부 아이맥스로 컨버팅되어서 상영되진 않는다. 그래서 아이맥스와 비 아이맥스 부분이 공존한다. 초반 부분을 비롯해서 꽤 많은 부분이 아이맥스 화면을 꽉 채우면서 펼쳐지지만, 대부분의 분량은 아이맥스 스크린의 위아래를 사정없이 짤라먹으면서 일반 비율로 보여진다. 보다 보면 모르는새 화면이 꽉 찼다 다시 줄어들었다 하고 있는게 은근히 신경 쓰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다만 아이맥스로 촬영된 부분은 딱히 입체적으로 확 와닿는 느낌이 오진 않아서 좀 실망.
3. 이 영화에는 분명 보기 전에 기대한만큼의 액션이 존재한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만들어낸 캐릭터의 박력이 그 액션을 그저 연결되는 파트의 하나로 격하시켜버릴만큼 압도적이었다. 브루스 웨인, 하비 덴트, 조커는 모두 최고의 캐릭터들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최고는 히스 레저가 영혼을 바쳐 완성시킨 조커였고, 그야말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블록버스터로서의 시각적인 임팩트는 생각만큼 강렬하진 못하다. 대신, 영화의 모든 부분이 강렬하다.
4. 이 영화는 다 보고 나면 상당히 진이 빠지는 영화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계속해서 집중하는 것은, 그리고 1시간이 넘는 부분부터는 쉬지 않고 전율하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사실 여유가 남으면 곧바로 놈놈놈 칸버전을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계획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 스포일러 포함(클릭)
1. 약간 웃기는 이야기가 되겠는데, 조커가 바이크를 타고 맹렬하게 달려드는 배트맨에게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나를 들이받아!'라고 외쳤을 때, 만약 상대가 배트맨이 아니고 아이언맨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분명 토니 스타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조커를 들이맞아서 저세상으로 보내줬을 것이다. 브루스 웨인의 폭력은 허용하되 살인은 허용하지 않는 안이하면서도 단호한 신념은, 요즘 추세에서는 상당히 역겨워보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굳건한 신념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다.
2. 아무리 봐도 진짜 주인공은 히스 레저다. 배우들은 모두 역량을 한껏 발휘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이 작품 전체를 압도하고 지배한다. 후속작이 나오고, 다시 조커가 등장하게 된다 한들 감히 누가 이 조커에 필적할 조커를 연기해낼 수 있을 것인가!
3. 남들은 다 후속작을 노골적으로 암시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런 가능성을 지극히 낮게 닫아버린 결말로 보였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다. 그러나 감독과 크리스천 베일이 노골적으로 후속작에 대해서 떠들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후속작이 나오게 되겠지. 무엇보다 괴물같은 흥행을 기록했으니 나오지 않을 턱이 있나. 개인적으론 크리스천 베일의 바람대로 이 배트맨 시리즈에는 부디 절대로, 영원히 로빈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미이라 시리즈처럼 감독을 바꾸는 천치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4. 같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비긴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르고, 무엇보다 문제가 되었던 거부감 만빵의 요소들이 다크나이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겠지. 배트맨을 교육시킨 수수께끼의 닌자군단도,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뻘타를 때리려던 얼간이 같은 배반자도 등장하지 않고 있는대로 미쳐버린 티를 내는 조커가 지극히 현실적이고 두려운 방법으로 질서를 파괴해가는 모습이야말로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이다.
5. 레이첼을 보내버린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설마 히로인을 그런 식으로 보내버릴 줄이야? 그러한 단호함이 이 영화의 퀄리티를 한층 더 높여두었지만, 레이첼 역을 맡은 매기 질렌홀은 대단히 불쾌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은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덤으로 나는 배트맨 비긴즈 때 레이첼의 캐릭터가 상당히 짜증났었다. 비록 다크나이트 때는 짜증나는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죽어서 속시원한건 문제가 있는 걸까?
6. 사실 나는 배트맨과 하비 덴트가 격하게 대립하는 관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오히려 서로를 믿고 협력하는 분위기에 기분 좋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시민들 모두가 선을 믿고 싸우는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을 바라며, 그들을 이끌 빛의 영웅으로 하비 덴트를 선택한 브루스 웨인. 그러나 결국 조커는 모든 아름다운 가능성을 파괴하고, 사실상 승리를 거두고 말았다.
...이 정도 되겠군요. 간략하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분량이 보통 리뷰 쓰는 수준으로 늘어나버렸네요; 나중에 한번 더 정리해서 쓸게요. 어쨌든 정말 기분 좋은 관람이었습니다. 다음주쯤에 디지털관에서 2차 관람을 할 생각인데 그때는 사람 없는 조용한 관에서 봐야겠군요. 미국에서의 경이로운 흥행성적이야 매일매일이 신나는 관심거리고, 우리나라에서는 300여개관을 확보한 다크나이트가 어느정도 흥행을 보여줄지도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