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로 보고 왔습니다.(오늘 말고;) 심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더군요. 대학생들이 방학해서 그런가^^;
개봉 후 꽤나 호평과 혹평이 나뉘고 있는 핸콕입니다. 원티드도 그렇고 요즘 논란이 많은 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군요.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짧은 런닝타임이 아쉬울 정도로요. 생각해보니 윌스미스 영화 중에는 맨인블랙2가 이렇지 않았던가. 요즘 블록버스터치고 90분은 너무 짧아요.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아닌데 예의상 100분은 넘겨줄 것이지. 그리고 그랬다면 좀 더 호평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90분으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 들거든요.
어쨌든 핸콕은 원티드와 마찬가지로 너무 깊게 생각하면 지는 영화입니다.(이쪽이 훨씬 덜하긴 하지만) 내용은 초중반까지는 예고편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따라가다가 중반부터는 또 멋지게 비껴가더라고요. 외려 이걸 갖고 마이너스였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저도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따로 놀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만 사실 그거하고 상관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이없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좋았다고 하는 반전을 미리 눈치채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호오가 크게 갈리는 것 같아요. 저는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있다가 예상대로 흘러가서 좋아했던 쪽입니다. 힌트는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메리라는 캐릭터.
볼거리는 꽤 풍성합니다. 보다보니 인크레더블 헐크 제작진도 이걸 좀 본받지~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아무리 봐도 슈퍼맨 스펙인 핸콕의 파워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장면들도 마음에 들었고, 중간에 슈퍼파워로 치고받는 부분은 좀 더 길고 극적이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어쨌든 우리 곁에 있는 불량슈퍼히어로~가 일상적으로 사고치는 모습들이 즐거웠어요. 거기에 윌스미스의 노련한 연기가 만들어낸 캐릭터 이미지 덕이 크죠. 보통 히어로는 인간으로서의 생활과 히어로로서의 생활이 나뉘어져 있는데, 핸콕의 경우는 '누구나 그가 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도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초인적인 행동이 난무합니다. 그 자연스러운 초인스러움이 이 작품의 매력이에요. 근데 극적인 볼거리는 예고편에 나온게 다인 것도 사실입니다^^;
끝난 후 스텝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나서 30초쯤 지나면 히든 신이 나옵니다. 그리고 스텝롤이 다 끝난 후에는 아무것도 없이 참조하시길.
자, 그럼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분이 듬뿍 함유된 이야기.아무리 그래도 정말로 뉴욕으로 가버리다니!
뉴욕에는 스파이더맨이 있다구! 핸콕 당신이 가버리면 스파이더맨이 할일이 없어지잖아!(물론 마블 월드가 아니긴 하지만) 하하하. 하지만 정말이지 '차라리 뉴욕으로 꺼져버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옮길 도시를 뉴욕으로 결정해버릴 줄이야. 하긴 어느정도는 예견된 상황이지만요. 메리하고 서로 사랑해서 인간으로 죽어갈 생각이 아닌 한에야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다른 동네로 이사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지요. 문제는 LA에서 핸콕이 부재한 상황을 메리가 새로운 슈퍼히로인으로서 메워줄 것인가 하는 것인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LA 시민들은 폭증하는 범죄율 속에서 비명을 지르겠군요. '핸콕 이 배신자! 제발 컴백!'하고. 싸워라, 메리. LA 시민들을 위하여!(...)
전반부와 후반부의 격차는 확실히 큽니다. 사람들이 예고편을 보고 상상할 수 있는 까칠한 슈퍼히어로의 갱생기~는 전반부에 불과하고 후반부에는 전반부에 깔아둔 복선이 터지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죠. 네. 그 복선이 바로 또다른 초인 메리입니다. 전 사실 초반부터 위태위태하게 그녀를 잡는 모습이나 그녀의 태도, 그리고 핸콕의 태도까지 보고 '저 여자, 아무리 봐도 핸콕이랑 똑같은 초인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딱 맞아떨어지더군요. 이 부분을 예상할 수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따라서 후반부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느냐 아니면 거부감을 느끼느냐가 갈릴 것 같습니다. 예상하고 있었다면 외려 한번쯤 터지고 핸콕의 비밀로 흘러가는 내용이 당연하게 보이거든요.
다만 전반부의 갱생기가 너무 짧은 것은 확실히 좀 아쉬웠습니다. 러닝타임이 20분~30분쯤 더 길어서, 좀 더 충실하게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요. 핸콕이 갱생한 후에 시민들에게 사랑받을만한 일을 하는걸 딱 하나만 보여주는데, 다이제스트 스타일이라도 좋으니 여러개를 보여주던가 아니면 그런 굵직한 사건을 하나쯤 더 보여줬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예고편에서 레이가 '핸콕이 부상당했습니다' 보도가 나갈 때 '아픈 표정 죽여줬다'고 말하는걸 보고는 이미지 쇄신을 위한 위장공작까지 하는걸 기대했는데 이건 본편에는 없더군요. 절묘하게 편집된 예고편 떡밥이었습니다. 속였구나 헐리웃! 이게 들어갔으면 레이의 PR 전문가로서의 면모가 더더욱 부각되면서 재미있었을텐데, 본편 속의 레이는 너무나도 선량하고 정직한 대인배라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죠.
하지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비뚤어지고 까칠한 생활을 하던 핸콕이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는 한 사람에 의해서 갱생하는 과정은 마치 흔히 있는, 나쁜 길로 빠져서 방황하던 고아소년이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믿음과 헌신을 보여주는 고아원 신부님에게 이끌려서 갱생되는 과정 같아서 묘하게 감동적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변화시켜줄 한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런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레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말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적'의 부재가 아쉬웠다는 의견들도 있는데, 사실 저는 이번에 적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핸콕이 성공하면 분명히 2가 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2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갈 방법은 당연히 핸콕과 맞짱을 떠서 찍어누를만한 졸라짱센파워를 가진 악역 아니겠어요? 따라서 적캐릭터 떡밥은 2를 위해 이번에는 쓰이지 않은게 분명합니다! ...아니 뭐 속편계획에 대해선 아무것도 발표된게 없습니다만; 그래도 성공하면 당연히 2가 나오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핸콕의 성공을 기원하는 중.
슈퍼파워로 서로 치고받는 씬을 한번쯤 넣어주기 위해 등장해주신 것이 우리의 슈퍼히로인 메리. 두 사람이 치고받는 장면은 꽤 멋지죠. 와하하핫, 이거 완전 드래곤볼이야! 서로 대치해서 기를 모으기 시작하니 폭풍이 몰아치고 도시 전체가 뒤흔들리면서 이상기후 발생! 두 사람의 배틀이 짧은게 너무 아쉬웠어요. 좀 더 길고, 좀 더 과격했으면 좋았을텐데. 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있으면 서로 인간처럼 살아가고 늙어가고 죽어가기 위해서 능력이 없어진다는 설정은, 그리고 3천년 전부터 존재해온 이 두 사람 외의 다른 동족들은 모두 인간처럼 살아가다 죽었다는 설정은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멋지기도 합니다. 메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매번 상처입는 핸콕을 보다못해 그가 기억상실증에 걸렸을 때 그를 떠나가서 지금은 레이라는 남자를 잡아서 행복을 찾았죠. 핸콕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있는 배우자인 그녀에게 집착하는 대신, 그녀가 말한대로 영웅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택하고요. 그것은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고, 또한 영화 전반부에서 자신을 믿어주고 이끌어준 레이에게 보내는 대답이기도 할 것입니다. 근데 그 대답을 하겠다고 달에다 그런 거대한 낙서를 해버린 것은 좀?(하긴 드래곤볼 시절 무천도사가 날려버렸을 때부터 달은 초인들의 동네북!) 게다가 이런 가슴 아픈 불사자의 사연을 가진 주제에 핸콕이 '우린 똑같잖아?'라고 말했을 때 '틀려. 내가 더 세'라는 소년만화틱한 대사를 날려버리는 메리도 제정신은 절대 아니고;;;
마지막 부분에서 핸콕이 초인의 힘을 잃고 인간이 되었으면서도 의지를 발휘해서 메리를 살리기 위해 달까지 날아가버리는 장면은, 뻔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기왕이면 달에서 돌아오면서 대기권 진입을 하는 장면 정돈 넣어줬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무척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부디 흥행 성공해서 2년쯤 후에는 2탄을 볼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