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 당했다!

결국 어제 보고 왔습니다. 이런 영화니까 한번쯤 울어주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 혼자서 홀가분하게 보러 갔는데 하필이면 상영관이 커플 상영관이라 무진장 뻘쭘한 상황에 직면;ㅁ; 아아, 그나마 사람이 적었으니 다행이지 죄다 커플로 꽉 찬 상태였으면 정말...(먼 산)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정말로 할말이 많을 것 같은데, 일단 내용 스포일러와는 무관하게 한마디 하자면, 상영관을 제대로 잡았어도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겠다. 라는 것. 간만에 영화 다 보고 어이를 상실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바로 이틀 전까지 안타깝다고 하면서 기대했던 사람이 이런 말 하니까 참 웃기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까 그런걸 어쩌겠어요. 어휴.

그래도 이 영화에는 딱 하나 보석 같이 빛나는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다슬이역을 맡은 김향기가 무-지 귀엽다는 겁니다! 솔직히 내내 영화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김향기가 워낙 귀여워서 조금씩 웃으면서 지켜봤을 정도에요. 적어도 저 팜플릿에 나온 사진보다는 백만배 더 귀엽습니다. 하는 짓도 무지 귀여워요!

아니, 잠깐. 또 하나의 장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신구 할아버지의 연기는 역시 경력만큼 훌륭하다는 것이 있겠군요. 내내 분위기에 딱 맞는 연기를 해주시다가 막판에 개와 사생결단을 벌이는 장면은 실로 압권...이지만 내용 덕에 그 연기력도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게 문제.

그럼 나머지는 스포일러와 함께 진~한 본심토로의 페이즈로.


속였구나 마케팅 팀!

크흑ㅠ_ㅠ 속았습니다. 진짜 완~벽하게 속아버렸습니다. 젠장. 여태까지 마케팅(예고편, 팜플릿 등)를 보고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였어요. 뭐 언뜻 그럴싸하게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분노가, 아마도 감독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진 분노가 끓어오르다가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활화산처럼 폭발! 어제 감상을 못쓴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지요.

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온갖 고초를 겪지만 결국에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정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희망을 발견하는 그런 따뜻한 이야기이리라 생각했습니다. 아마 저만이 아니라 대부분 그런 영화일 거라고 생각하셨을 거에요. 예고편과 팜플릿만 보면 그런 영화라고밖에 생각이 안되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내용에 이런 결말을 질러버린 건지 모르겠는데... 아아,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용감하기까지 하군요. 잠시 그 시간을 되돌아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마지막에는 '방울 토마토'라는 제목까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나올 지경입니다.

일단 배경은 달동네를 밀어버리고, 주민들이 격렬하게 그 앞을 막아서던 그 시기인데 이걸로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사회를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마도 있었겠지요. 네,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외에도 밑바닥 계층의 어려운 삶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호소하려는 분위기가 짙게 드러나 있는데요. 하지만 왠지 별로 동조해주고 싶은 마음이 안드는 것은 영화를 보고 화가 나서겠지요.

내용은 워낙 어이없는 구석이 많은데, 일단 초반에 감옥에서 출소했다가 신구 할아버지가 모아둔 돈 들고 튀어버린 다슬이 아빠가 고작 한다는 짓이 '우리 아버지와 내 딸내미의 목숨값이다!'라고 화를 내는 그 돈으로 중고 트럭 하나 사서 황태를 대량으로 도둑질하는 것. 그러다 같이 그 짓을 하는 친구에게 뒤통수 맞아서 모든 것을 다 잃고 공사판을 전전하며 매우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끝. 이 아저씨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버립니다. 부녀간의 감동의 재회 혹은 희망, 그런거 없어요. 다시는 만나지도 못하고 그렇게 끝.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전개.

그것만으로도 어이없는데 사장님댁의 구성원들이 또 어이가 없군요. 뭐 그냥 악역인 사장님은 그렇다 치고 애를 못가지는 것에(그리고 애를 가질 생각은 안하고 애완견한테만 집착하는 남편에게) 불만을 가진 사모님은 도대체 왜 나온 건지. 이 아줌마 도무지 나올 이유가 없잖아? 보면서 분명히 다슬이와 인연이 이어져서 뭔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상상한 전개가 많았는데 결국은 그냥 엑스트라 A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 그리고 사장님 시다바리역을 하는 청년께서는(이 아저씨는 또 제가 아는 누구랑 무지 닮아서 보면서 좀 난감;) 개한테 주는 먹이(근데 이게 사람도 먹기 힘든 최고급 고기_no)에 아마도 사모님과 결탁해서 독극물을 섞음으로써 개를 차츰차츰 죽여가려고 하는 듯하지만 본작에서는 확실히 이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다슬이가 죽은 원인이 되어버렸으니... 그래서 도대체 뭘 말하고 싶어서 이런 내용을 넣은 건지는 역시나 알 수도 없고 와닿는 것도 없음.

집을 잃고 저 사장님 댁에 숨어들어서 며칠간 생활하다가, 저기서 먹은 개먹이(...)가 원인이 되어서 다슬이는 시름시름 앓게 되지만 그런 사실은 이쪽도 모르고 저쪽도 모르고 결국 아무도 모름. 병원에 갔더니 처음에는 감기라고 하다가 두번째에는 진짜 애가 다 죽어가는데 피검사나 오줌검사는 그쪽 사정으로 보건데 해봤자 없는 돈 낭비하는 것뿐이니 그냥 링거나 하나 맞고 가라고, 애들은 아프면 다 배아프다고 그런다고 코웃음치며 나가서 다슬이가 죽는데 일조한 여의사의 모습은 한국의 의료실태를 비판하고 싶었던 거겠죠 아마? 역시나 무척이나 쓸데없었고 와닿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름시름 앓아가던 다슬이는 고열에 시달리고 배가 아파서 다 죽어가면서도 그 고기가 먹고 싶다고 투정을 부려서 할아버지는 부잣집에 쳐들어가서 개와 다툼을 벌여서;;; 또 그 고기를 갖다먹이고, 다슬이는 더 아파지고, 그러면서도 또 혼수상태에서도 그 고기 먹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고, 이번에는 가서 아예 사생결단을 내서 개에게 물리고 피나고 아예 목을 꺾어버린 다음 개먹이를 구해오는 장면은 정말 희극적이면서도 사실은 정말 비극적이라, 여기서 할아버지의 손녀를 위하는 사랑이 어필되어야겠지만 그렇게 개먹이를 뺏어서 오니 애는 죽어있더라. 진짜로 죽어버렸더라. 하하하하.

그리고 제목은 왜 '방울 토마토'인고 하니 다슬이고 저렇게 개먹이 때문에 죽어버리고(물론 그 사실은 착한놈도 나쁜놈도 죽은 아이도 아무도 모름) 완전 폐인이 된 신구 할아버지가 폐허가 된 달동네에 앉아있으니 그 옆에 방울토마토가 자라서 열매를 맺었더라. 그래서 제목이 '방울 토마토'인가보다. 끝.

우와, 대단하다. 그 제목 다섯 글자에 존내 거대한 비밀이 숨어있을 줄이야. 정말 감탄스러운걸!


........................................



니마매너염_no


아, 정말 뒷골이 띵~해졌습니다. 어이쿠,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구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내용으로 영화를 만든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도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었나요? 꿈도 희망도 없어? 사회가 이모양 이꼴이라는 점을 한 할아버지와 손녀의 비극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나요? 하하하. 이거 비극이긴 비극인데 요약해놓고 보니 완전 개그일세. '개먹이를 먹고 죽은 손녀와, 그 개먹이를 구하기 위해 개와 생사혈투를 벌이신 할아버지의 비극적인 이야기'라니 개그만화에 개그로 패러디되는 플란다스의 개보다 더 개그소재로서의 가치가 대단한 느낌인데-_-;

어떤 의도가 있었건 이건 그냥 어이가 상실되는 영화였습니다. 결말까지 가는 동안 워낙 어이없음이 넘치는 데다가 김향기의 귀여움을 제외하면 당최 몰입이 안되니; 감정이 고조될만한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 딱 한부분, 아마도 여기선 좀 울라고 만들어놓았을 것 같은, 육교에서 다슬이의 가방이 떨어지는 부분에선 저도 살짝 눈물 떨궜습니다만 그게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연출. 하나라도 먹혀드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훌륭하기까지 하군요.

간만에 영화선택 실수해보네요. 요즘에는 나오면서 돈 아까웠던 영화가 없었는데, 이번달에는 다섯번이나 영화관에 가는 바람에 할인혜택 받을 건덕지도 없는 상황에서(덤으로 무조건 1000원 할인받을 수 있는 상영관에는 이 영화를 안 올리기까지) 7000원 다 내고 이렇게 크게 뒤통수를 맞다니. 아아, 가슴이 아프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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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흑염패아르 2008/05/31 16:41 # 답글

    ;;;;;;;;;;;;;;;;;;;
    이런겁니까? ;;;;;; 진짜 어이가 없으셨겠어요 --;;; 홍보하는거 보면 예의 처음에 쓰셨던 그런 내용들로 기대하게끔 해놨던데 ;;
  • 백금기사 2008/05/31 16:45 # 답글

    숭고한 희생, 감사하오.
  • 소녀별 2008/05/31 16:56 # 답글

    헌혈하고 받은 상품권으로 이거 볼까 했었는데, 온 몸의 혈액과 함께 격하게 울뻔했네요.
    고마워요...;;;
  • 질투가면 2008/05/31 17:41 # 답글

    어릴적에 읽었던 단편소설에 이거랑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인네 애가 영양실조에 걸려서 시름시름 죽어가는데 주인집개(외국에서 들여온 덩치큰 비싼개)는 쌀밥에 고기국 먹고 있어서(배경시대가 일제시대인가 그렇습니다) 훔쳐먹이다가 개하고 하인하고 대판 물고 뜯고 싸우고 애는 결국 죽고... 뭐 그런 이야기였죠. 굉장히 사회비판적인 내용이어서 어린 맘에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_- 여튼 주제는 사회의 빈부격차 비판 뭐 그런거였고요... 작품해설에 작가가 사회주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있었으니 의도적으로 좀 선동적으로 쓴 소설인듯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그 단편소설을 좀 각색내지는 참조해서 만든거 아닌가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시대상을 맞추는데 실패한거 아닌가 싶네요. 그 원작 소설은 어찌됐건 꽤 설득력 있었거든요.
  • inomushiki 2008/05/31 17:48 # 답글

    안녕하세요 밸리에서 보고 들렸습니다 (__);;
    정말 포스터만 보고 봤다간 뒷골이 띵할거 같은 내용이네요.
    꿈도 희망도 없이 가차 없군요

    저도 리뷰보고 윗분이 말씀하신 소설이 생각났는데
    찾아보니 주요섭씨 작품인 "개밥"이네요.
    마지막에 어멈이 개와 혈투끝에 피투성이 고깃국을 가지고
    딸애에게 갔다가 이미 죽은 딸아이를 보고 실성하는게
    참 쇼킹했던 기억입니다 ㄱ=);;;
  • 아레스실버 2008/05/31 17:54 # 답글

    숭고한 희생이네.
  • 일우 2008/05/31 20:30 # 답글

    ...로리의 길로 들어가시는 거? 아니 이미 로리콘이었나?!<<<<<
    저는 영화고 뭐고 머리 매직 좀 했으면...(돈돈돈ㅠㅠ)
  • 이준님 2008/05/31 21:21 # 답글

    그러니까 오랫동안 극장에 못걸린거지요
  • 라쿤J 2008/05/31 23:10 # 답글

    ...[버엉-]
  • 잠본이 2008/06/01 00:44 #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3)
  • 에제 2008/06/01 01:26 #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4)
  • 초록불 2008/06/01 09:40 #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5)

    어쩌면 그 고기가 미국산 쇠고기라는 코드가 어디 숨어있었을지도... (퍽!)
  • ranigud 2008/06/01 14:49 #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6)

    저는 이래서 스포일러를 찾아다닙니다<-

  • intherain 2008/06/01 21:04 #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7)
  • 로마나 2008/06/02 12:57 # 삭제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8)
  • wasp 2008/06/03 00:36 # 답글

    참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시창적인 내용이군요....

    그리고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9)
  • paro1923 2008/06/03 01:27 # 삭제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10)

    ... 저 영화 제작비 대 준 분들도,
    그리고 대본을 받아든 배우들도 이런 심정이었지 싶습니다.

    "감독, 너 지금 장난하냐!!!"
  • 2008/06/03 01:3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휘람 2008/06/03 01:34 # 답글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립니다(11)
    현실은 시궁창이 주제도 아닐텐데 뭐 저런 영화가;;
    아, 그러고보니 이 영화가 신구 할아버지 첫 주연영화라고 알고있는데...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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