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한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오늘 조조로 봤습니다. 원래는 나니아를 보려고 했는데 디지털에서 내려와버렸길래 아예 이쪽을 먼저 봐버렸죠^^; 평일 조조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고, 모두가 인디아나 존스4를 보러 온 관객들이었습니다.

일단 스포일러를 낀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뺀 이야기부터 몇가지 해보자면, 이 영화 엔딩 크레딧 뒤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다리셔도 아무것도 안나와요^^; 저야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 늘 자막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영화관 직원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디긴 합니다만.

그리고 저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팬이 아닙니다.(이 점을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TV에서 방송해줄 때 본게 전부고 기억도 딱 그만큼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추억의 작품인 것은 마찬가지고 영화를 보면서 어느 정도 옛날의 그 장면들이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진짜 팬들과는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요.

그런 제가 보기에 인디아나 존스4는 무척이나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인디아나 존스라는 타이틀을 이어서 만들어낸 신나는 오락영화에요. 옛날 시리즈의 장면들이 겹쳐지는, 추억을 되살리는 요소들도 가득하고 전개 자체도 꽤나 모범적인 느낌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해할 틈도 없고 초반부터 관객들 다함께 폭소할 부분도 많기 때문에 여름철 헐리웃 오락 블록버스터로서는 실로 바람직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그 이상도 아니라는게 좀 문제입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이나 스릴도 없고, 몰입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깊이도 없고, 궁금해서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신비로움도 없으며, 뒤통수를 때리는 신선한 반전도 없고, 어떤 지역으로 돌입했을 때 살짝 헛숨을 들이키게 만드는 경이도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절절한 감동도 없죠. 그저 아주 신나고 아주 즐거운 영화입니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아, 재밌었다'한 다음에 반년쯤 지나면 내용이 기억이 안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자체가 그런 오락영화이긴 했지만 어딘가에 그 이상의 것이 있었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았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또 제가 이 영화를 다 보고 정말 궁금하게 여겼던 것이 하나 있는데...



자, 그럼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분이 듬뿍 함유된 이야기.


도대체 1억 8천만달러 어디다 썼냐?


...진짜 엄청나게 궁금한 부분입니다. 설마 해리슨 포드 + 샤이아 라보프 몸값이 너무 비싸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제작비가 오른 것은 아니겠지? 1억 8천만달러면 아무리 여름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굉장한 제작비고, 무엇보다 스필버그는 옛날부터 저예산의 마법사였지요. 남들이 1억 들일걸 7천만달러 정도로 찍는 재주가 탁월한 감독이었는데(트랜스포머 제작비도 1억 5천만달러로 끝났고) 마케팅비야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들이는 거고 인디아나 존스4의 마케팅이 어마어마했다는 느낌은 안드는데. 참고로 1, 2, 3편 제작비 다 합쳐서 8천만달러대였습니다. 저예산 영화였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지만 일단 배우들 몸값이 올랐고 세월이 흘러 인건비 등등이 다 올랐으니 제작비가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손 쳐도 영화 자체가 보여주는 스케일이나 영상에 비해서 지나치게 제작비가 많다는 거지요. 스펙터클한 부분은 처음이랑 끝 정도인데 이것만 갖고 저런 제작비를? 그렇다고 도중에 화면에서 돈 많이 들어갈 건덕지가 있냐 하면 전혀 아닌디?

화면은 다들 지적했다시피 예전의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걸 약간 요즘 센스를 가미해서 만든 정도인데, 덕분에 보면서 와! 하는 느낌은 전혀 안들어요. 다소 낡았다는 느낌이 들고 딱히 세련되었다는 느낌도 안듭니다. 추억을 되살리기 위한 장치로는 좋지만 돈을 그만큼 퍼부었으면 좀더 눈을 즐겁게 해줘도 좋을텐데 그런 점에선 굉장히 아쉬운 영화가 되어버렸군요. 아니 뭐 개그는 기대 이상이었고 제트엔진을 발화시켜서 빠져나가는 부분이나 초반에 핵폭탄 터졌을 때 냉장고 속에 들어가서 살아남는건 가히 슬랩스틱 코메디라서 온통 폭소의 도가니탕이었지만;(근데 조금만 이성적으로 보면 아무리 그래도 핵폭탄 터졌는데 냉장고 속에 들어가있는다고 살아남을 수 있을리가; 덤으로 그만큼 날아가서 떨어졌으면 충격으로 오장육부가 다 터져서 죽었겠다_no)

그외에는 역시 추격전 부분이죠. 인디와 머트(샤이아 라보프)가 오토바이로 도심과 대학을 질주하며 도망치는 부분은 전통적인 즐거움을 주는 장면이고, 밀림을 질주하며 치고받는 부분이 꽤 볼만합니다. 특히 짚차로 그 거친 밀림을 질주하면서 머트와 이리나 대령이 검투를 벌이는 장면은 성룡 영화가 생각나는 구성이죠. 연출력 부족한 감독들의 도피처인 '화면 쓸데없이 흔들어대기'가 없이 깔끔하게 연출해낸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근데 어딜 봐도 돈 들어간 볼거리는 아니에요.

영화는 관객과 함께 나이를 먹은 느낌입니다. 나이 먹은 해리슨 포드는, 생각 이상으로 멋있게 늙어주셨는데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멋진 액션을 보여주십니다. 중간중간에 스턴트를 썼을 것 같은 장면들이 꽤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나이에 저런 액션을 보여준다는게 굉장해요. 다만 모두가 트레일러 보고 기대했던 채찍 액션은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트레일러에 나온게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좀 슬펐음_no

숀 코넬리가 참전하지 않은 것은 좀 아쉽군요. 그러고보니 이 영감님 요즘 뭐하시나? 어디 나오는걸 못본 것 같은데;

이번 소재는 로즈웰 외계인입니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나스카 평원의 거대그림이 나와주시더니, 그 유명한 마야 문명과 수정 해골(크리스탈 스컬)에 엘도라도 떡밥까지 콤보로 이어집니다. 이 소재에 대해서 '이게 뭥미? 웬 3류 오컬트 냄새나는 소재여?' 하는 반응도 있는 것 같던데 제 기억으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원래 그런 영화 아니었던가요; 미이라 보면서 굉장히 익숙했던 이유가 인디아나 존스 덕분이었죠. 덕택에 소재에서 어색함은 전혀 못느꼈어요. 외려 저주라던가 살아있는 시체 같은 오컬트적이고 마법적인 적이 등장하지 않은게 살짝 실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에 크리스탈 스컬의 본체인 로즈웰 외계인들이, 해골을 목 위에다 얹은 순간 각성하더니 합체해서 생전의 로즈웰 외계인으로 돌아가고 유적이 통째로 UFO로 변신해서 이차원으로 날아가버리는 장면이 진짜 신나게 웃게 만들어주긴 했지만;

근데 존스 교수 이 아저씨, 유적에서 미이라를 거침없이 뜯어보면서 사자모독을 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건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치고, 무덤의 수호자 같은(한마디도 없어서 그런지 아닌지도 모름) 원주민 캐릭터가 나와서 자기 죽이려고 하는걸 쫓아버렸는데 아무런 의문도 해명도 없다는건 좀 심하지 않나? 최소한 같이 따라가던 머트가 '저놈들은 뭐에요?'라고 물어보고 간략한 대답이라도 나와야 정상일 것 같은데; 이런 부분들이 살짝살짝 걸려요.

적으로는 나치는 그만 써먹자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반공산주의를 부르짖으며 러시아가 등장합니다. 그럼 이념의 대립이 주요골자가 되는가 싶지만 그것도 그냥 배경적인 설명일 뿐, 딱히 중요하진 않아요. 중요한 캐릭터가 있다면 스탈린의 총애를 받았다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심령박사 이리나 대령이죠. 캐릭터 이미지도 꽤 강렬하고 일행을 상당히 괴롭혀주며, 무엇보다 개그가 특출납니다. 그녀는 개그캐릭터에요! 어륀쥐~하곤 거리가 먼 제가 들어도 그 강렬한 악센트에 여왕님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주는 연기가 아주 매력적이죠.

존스 교수와 함께 나이 먹은 메리는 그렇다 치고, 그녀의 아들이자 존스 교수의 아들이기도 한! 머트는 이미 인디아나 존스5의 주인공으로 내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본명이 헨리 존스 주니어 3세. 이 작품 최고의 쇼크~였는데 그것도 쿠웅! 하고 박히는 수준은 아니고^^; 이 녀석도 꽤 단순하면서도 즐거운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고, 중간에 꼭 닮은 원숭이가 나온 후에 타잔 흉내내는 장면은 실로 압권!-_-b 다만 위에 부단히 지적했듯이 이런 부분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서로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의 심리나 갈등이 진짜로 말 두세마디로 표출되고는 곧바로 해소되어버려요.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납득할만한 과정을 이벤트로 꾸며서 보여줬으면(설령 그것이 사소한 것 두세개 정도라도 덧붙여졌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요.

이건 캐릭터 전반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단지 돈 때문에 배신했다는 맥도 그렇고요. 서로의 관계가 너무 슬렁슬렁 넘어간다고나 할까요. 그나마 메리언과의 재결합 - 해피엔딩이 이 관점으로는 가장 볼만한 부분인데 이 부분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활약과 로맨스를 만들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무려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씩이나 되는데 들어갔는데 비경이라는 느낌도 없고 썰렁했던 것도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는 좀 우와! 여기가 바로 라스트 스테이지인가! 라는 느낌이 들어줘야 유적파괴됨 존스 교수한테 걸린 죄로 무너져서 흔적도 없어질 때도 임팩트가 있는거 아닌가요!(야) 결국 눈을 즐겁게 해주는 돈 들인 볼거리와 한발만 더 들어갔어도 영화에 깊이와 감정을 부여할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을 둘다 너무 허술하게 슬렁슬렁, 딱 그냥 지나치게 딴지 안걸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에서 그쳤다는게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이며 아쉬움이에요. 이건 외려 인디아나 존스를 원류로 두고 있는 미이라2를 보고 본받았으면 하는 부분입니다.(3도 과연 어떨지 기대중)

그래서 흥행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야 당연히 볼 것이고 아쉬움을 느낄지언정 평가가 박할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추억과는 상관없는 다른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는 감이 잘 안잡히네요. 재미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뿐이거든요. 인디아나 존스라는 어마어마한 대형 타이틀이 가지게 하는, 설령 전 시리즈를 안본 사람이라도 가질 수밖에 없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조금만 시간이 지나보면 알 수 있겠죠. 일단 저는 이 이야기를 아쉬움이 많을지언정 즐겁게 보았으며, 이제 또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을 맡는다는 다음 시리즈, 새로운 세대의 인디아나 존스를 기다려보기로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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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크엘 2008/05/22 23:03 # 답글

    유적파괴범에서 피식 했습니다 ^^
  • 클라 2008/05/22 23:25 # 답글

    엑스파일스러운 분위기라서 이상하다는 분들이 있던데 이 영화 원래 이런 영화였죠. 궤짝열고 사람이 모두 펑 터진다던가하는 그런 영화였지요.
  • 로오나 2008/05/23 18:28 # 답글

    다크엘 // 인디아나 존스류 영화의 정석이지요!

    클라 // 네. 원래 그런 영화였습니다. 뭐 새삼스럽게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소재가 그럴지언정 엑스파일스러운 분위기하곤 매우 거리가-_-;
  • 잠본이 2008/05/24 13:07 # 답글

    > 도대체 1억 8천만달러 어디다 썼냐?

    외계인 몸값...은 농담이고,

    사전제작에 십수년 걸린 걸 생각하면 그동안 달라붙었던 각본가나 준비 스탭들 월급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슈퍼맨 리턴즈도 영화 자체는 그다지 특이한 구석이 없었는데 제작기간이 무지 오래 걸리는 바람에 투입한 비용에 비해 수익이 별로 크지 않았다죠;;;
  • 로오나 2008/05/24 16:10 #

    하긴 제작 발표난지 꽤 됐었죠. 그동안의 인건비일 가능성이 꽤 크겠군요. 영화 자체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돈 들어간 구석이 없었는데-_-;
  • 더카니지 2008/05/24 20:13 # 답글

    마지막 엔딩-존스 3세가 모자를 집으려는 순간 인디아나가 딱 집어들고 뭐라 말하기 힘든 웃음과 함께 쓰고 가는 모습에서 "후후 아직 은퇴는 안한다" 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겨지더군요. 아마 5편에서도 샤이어는 인디아나의 사이드킥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 로오나 2008/05/26 20:47 # 답글

    더카니지 // 과연 어떨지 기대해보지요.(웃음)
  • Gunn 2008/05/27 10:30 # 삭제 답글

    사람을 막 찾다가 마네킹들이 앉아있는거 보고는 딱 감이 왔죠. 그리고 저 상황에서 숨을만한데는...하면서 냉장고 나오겠지? 했는데 정말 냉장고가...-_-;; 여튼 대박 웃었고 버섯구름 너무 멋있게 나오더군요.
    그나저나 인디 아버지는 성배 마시고 영원히 사는거 아니었나요?
  • 로오나 2008/05/29 13:02 # 답글

    Gunn // 레이더스에서 이어져서 그럴걸요? 어차피 이 시리즈가 좀 맥락이 없는지라.
  • 미소 2008/05/29 23:57 # 삭제 답글

    Gunn ,로오나// 제 기억에는 성배의 물을 마시고 얻은 영원한 생명은 성배가 보관되어 있던 유적(?)안에서 머물러야만 유효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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