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Wii의 정발사양이 결정되어 발표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2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혹자는 비싸다고도 하지만 일본가 25000엔짜리 기기가 22만원으로 정발되면 대단히 저렴한게 아닐까? 특히 닌텐도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의 일본 발매가와 한국 발매가를 비교한다면. 물론 여기서 컨텐츠 가격은 제외하자. 소프트 가격도 음반 가격도 우리나라는 꽤 싼 편이다)
한국 코드를 사용해서 하드웨어적으로 해외의 소프트를 사용하는 것을 막아버렸다. 바로 이 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소프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일본 소프트가 전부 한국에 정발되는 것도 아닌데' 하고.
이 건에 대해서는 웹상에서 아주 격렬한 공방이 오가는 중이다. 나는 찬찬히 뜯어보고 나면 어느쪽의 말이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아니 뭐, '불법복제 쓰고 싶어! 게임을 돈주고 사다니 너희들 바보 아냐? 이 자식들 왜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 거야?'라는 파는 일단 제쳐두자. 아예 논외다) 반대파의 말을 들어보면 뻔히 정발 놔두고 일본걸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일본판에서 정발 소프트가 돌아가는지 안돌아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두대를 다 사자니 이게 무슨 돈낭비란 말인가. 물론 애당초 꼼꼼하게 따져보면 한국에서 사는 소비자인 이상 한국정발품만 이용하는게 당연하긴 한데 이 세상은 그리 심플한 구조로 만들어져있지는 않다는게 문제겠지.
그런데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확실히 한국시장에서 코어 유저는 돈이 된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정당하게 돈을 주고 게임을 즐기는 코어 유저의 수가 적은 것 같다. 과거의 한국시장 실적을 보면 웹상에서 그토록 열광하는 작품들조차도 국내의 판매량은 처절하기 이를데 없었다. 제발 한글화해달라고 한글화서명운동하더니 실제로 나오니까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람만큼도 판매량이 안나오는 경우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불법복제가 당연하게 인식되는 웹상의 풍조까지.('그나마' 좀 괜찮은 사례를 찾을 수 있는게 Xbox360 쪽이라고 보긴 하는데) 결국 닌텐도가 돈을 벌어들인 대상은 코어 유저가 아닌, 서점에서도 NDS의 소프트를 사는 일반인들이었다.
물론 해외에도 불법복제는 있다. 없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를 하든말든 간에 실제로 상품을 내면 돈이 벌리는가, 제작비 이상으로 돈이 벌려서 다음에는 더 많은 투자를 해서 더 멋진 것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불법복제의 피해가 너무 커서 그렇게 하자니 이윤이 안 남는다. 사업을 해봤자 별로 얻을 수 있는게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자선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한국시장에 자리잡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나 같아도 안 한다.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죽자고 온라인만 만들어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래서 닌텐도가 닌텐도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시장에 정식으로 들어왔을 때는 정말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닌텐도는 '코어 유저'를 포기한 것이다. 그들을 많은 투자를 해서 공략해야할 소비자층으로 인식하지 않기로 결정해버렸다. 그리고 사실 이건 시장 성향을 보면 '현명한 포기'로 보인다.
돈이 되는 것은 일반 유저층이다. NDS는 그 사실을 잔인할 정도로 확실하게 증명했다. 그렇다면 이후에 발매되는 Wii 에서는 그런 성향을 더더욱 강화시켜서 수익률 증가를 노린다. 당연한 선택이다. 서로가 Win-Win하는 좋은 구도가 만들어지려면 양쪽이 다 이득을 얻어야 하는데 코어 유저를 위해서 그들 취향의 타이틀을 열심히 한글화해서 발매했더니 이게 웬걸? 만들어서 내는 쪽은 이득을 못본다? 이런
결과가 나와버린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미 과거부터 지겨울 정도로 많은 도전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져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이번에는 다를테니 당신들은 우리 좀 믿고 도전해달라고 말하는 건, 무리다.
닌텐도는 코어 유저를 배려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불법복제 근절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NDS 때 겪은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하겠지. 그리고 일반 유저에게는 일본 소프트가 구동되건 말건 아무런 상관도 없을 것이다. 코어 유저 중에서도 진짜 사서 할 사람들이라면 양쪽을 다 저울에 올려놓고 재보다가 한쪽을 선택하지 않을까? 일본 소프트 쪽의 비중이 크다면 정발의 이점을 포기하고 어렵게 일본판을 구입해서 즐기겠지. 아, 물론 닌텐도에 대한 반감으로 아예 보이콧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제부터 정발되는 Wii라는 콘솔이, 그리고 닌텐도가 선택한 소프트들이 닌텐도가 선택한 소비자층에게 받아들여지냐 아니냐의 문제가 남을 뿐이다.(뭐 결국 어떤 이글루 유저가 말한대로 '니마 이거 살빠져염!'이 키워드 아닐까?) 덤으로 닌텐도의 이런 성향은 한국에서만이 아니고 전세계 공통이라고 본다. NDS의 경우는 그나마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이 패턴에서 일탈했지만, 기존 성향의 게임과는 다른, 일반인을 위한 닌텐도의 게임만이 팔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니 뭐 예외가 없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닌텐도 게임에 비하면 판매량 높다고 할 것도 못되는게 현실이니. 그리고 결국 닌텐도는 아예 한국에서는 '그런 게임만 팔겠다'고 확실하게 태도를 정한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까 이번에 Wii로 보여준 선택은 닌텐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코어 유저를 겨냥할 수밖에 없는 MS나 소니가 이런 선택을 했다면 '쯧쯧쯧. 망했군'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는데 닌텐도가 이런 선택을 하니 똑같이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닌텐도는 여러모로 참 대단한 녀석들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