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가 놀러와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시간을 슥슥 되돌려서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하면 왠지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 같지만 그냥 몇년 동안 생각도 않고 살았던 추억을 되살려봤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그 녀석이 놀러오면서 뭘 가져왔냐 하면 무려
제기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뉴스에서 어린이 민속놀이 어쩌고 하는 프로를 보다가 생각나서 동네 문방구에서 사왔다네요. 번쩍번쩍해서 촌티가 좌르르~ 흐르는 제기(추억의 가격은 500원)를 오랜만에 신나게 차보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잘 차는 편이 아니라서 오늘은 43번 정도 차는게 최고기록이었지만요.(결과는 어땠냐하면 11:19로 참패_no)
그리고 제기를 질리도록 찬 다음에는 무얼 했냐 하면...
딱지를 접어서 딱지치기를!해버렸어요. 정말로 해버리고 말았어요. 캬아~ 이게 얼마만이냐. 진짜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나마 제기차기는 기회가 닿아서 몇번 정도 했었지만 딱치지기는 정말 눈물이 나도록 오랜만이었지요. 접는 법도 기억이 안나서 한참 동안 버벅댔어요. 친구녀석이 기억하고 있어서 꼬물꼬물 열심히 접었지요. 참고로 저 딱지들은 옹박2, 펭귄, 스타워즈 에피소드3 영화 팜플렛으로 접었습니다. '내 코끼리 내놔!'와 '대자연의 감동!'과 '다쓰베이더의 탄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미묘)
딱지를 어떻게 접었는지 말해보고 싶지만 디카가 없기 때문에 일일히 찍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과연 접는 법이 있더군요. 문제는 저 딱지가 아니라 장식용 딱지부터 시작해서 엉뚱한 것들만 산더미 같이 나오는 바람에 찾는데 고생하긴 했습니다만.(친구녀석이 기억하고 있던 이유도 장식용 딱지 같은 종이접기를 잘하는 녀석이라;)
옛날에는 눈감고도 접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어떻게 접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다니. 역시 시간의 흐름이란 무서운 것이로구나. 영화 팜플렛을 이용해 접은 딱지는 생각보다 두께가 얇아서(그만큼 접기는 쉬웠지만) 아무리 열심히 쳐도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 쓴 달력을 이용해서 다시 접었어요. 이렇게 깔끔하게 접어진 것에 비하면 굉장히 투박하고 두껍게. 하지만 역시 그런 딱지가 아니면 딱지치기를 하는 맛이 안나지요. 생각해보면 옛날에도 최강의 딱지는 달력으로 접은 딱지였고 말이죠.
옛날에는 딱지치기도 동네에서 제법 하는 축으로 이름났었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어린시절 체득했던 무수한 비기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모서리 밟고 치기 같은 기술조차 친구녀석이 하는걸 보고 생각났으니_no(이건 규칙에 따라선 반칙이었지만) 아아, 이것이 바로 무공을 전폐당한 절정고수의 심정이련가.(이봐)
그러고보니 요즘 애들도 딱지치기 같은걸 하는지 모르겠군요. 제기차기나 연날리기는 하는 모양인데... 구슬치기나 팽이치기도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겠고. 하긴 우리 때 하던 팽이치기보다는 탑블레이드 같은걸 하고 놀려나? 제가 예전에 하던 팽이치기 놀이도 전통적인 팽이치기하고는 또 틀렸으니까 말이죠. 당시에는 나름대로 크고 작고 촌티나고 예쁘기도 한 여러가지 디자인의 팽이가 있었는데... 복도에서 팽이치기 하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나기도 하고.(아련한 눈) 도중에는 전통 팽이치기가 또 유행했던 시기도 있었고요.
아, 그리고 또 딱지라고 부르는 것이 또 하나 있었죠. 쪼그맣고 동그란 종이 딱지. 이건 요즘도 비슷한 것이 있는 모양인데... 당시 태권브이 같은 만화영화부터 시작해서 심형래씨 같은 코미디언까지 여러가지가 그려진 딱지를 팔았었죠. 이건 멀리 날리기나 불어서 뒤집기 등등 여러가지 놀이방식으로 서로 따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저 이거 정말 와방 많았었는데 지금은 다 어디다 버렸는지 모르겠군요.(한숨)
어쨌든 정말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재밌게 놀았는데... 다음번에는 또 구슬치기랑 팽이치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예전 살던 동네의 오래된 문방구에 지금도 옛날처럼 구슬치기용 구슬을 팔고 있는지, 보라색 구슬과 쇠구슬과 왕구슬도 있는지 모르겠군요. 꼭 남아있기를, 기왕이면 옛날 팽이도 남아있기를 바랍니다.